예술과 자연, 치유의 공간들
우붓은 예술과 치유의 땅이다. 골목 어느 곳을 배회해도 작은 갤러리, 예술작품과 조우한다. 거리의 익숙한 주인이 된 듯, 아침 시장을 서성이거나, 요가 매트를 맨 채 가벼운 옷차림으로 골목길을 배회해도 좋다. 쿠킹 클래스에 참석하고 레스토랑 텃밭에서 난 채소로 ‘비건’ 음식을 맛보는 시간도 뜻깊다. 호수를 마주한 산에 올라 새벽 일출과 마주하는 일, ‘논밭 뷰’에 취해 나른한 오후를 보내는 일과가 온전히 우붓을 향유하는 방법이다.
요동치는 바다를 벗어나, 예술과 명상을 즐기는 더딘 삶이 우붓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우붓이 인도네시아 예술마을로 정착한 사연은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6세기 자바에서 번영하던 힌두 왕국이 발리로 망명하면서 함께 건너온 예술가들이 우붓에 터를 잡고 발리 전통 회화인 바뚜안, 은세공품 등의 명맥을 이어왔다.
자연과 미술에 취한 이방인들이 찾아들었고, 곳곳에 소규모 갤러리를 세우고 힐링을 공유하며 느린 도시를 함께 일궈냈다. 우붓은 줄리아 로버츠 주연 영화인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배경으로 나왔으며, 옛 발리어 ‘우붓’(Ubad)에는 ‘치유’의 의미가 담겨 있다.
우붓은 왕이 머물던 공간들을 지녔다. ‘뿌리 사렌 아궁’으로 불리는 왕궁에서 우붓의 마지막 왕이 1900년대 초반까지 살았다.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신과 만나는 띠르따 음뿔 사원, 왕국의 사원인 크흔 사원에서는 옛 도읍의 온기가 전해진다.
왕궁 건너편은 온갖 기념품이 넘치는 우붓시장이다. 골목, 가게들에서 우붓의 향취는 한결 무르익는다. 중심가인 ‘잘란 하노만’은 예쁜 소품숍들이 즐비하다. 미로 길은 배낭여행자들의 게스트하우스로 연결되고, 뛰노는 꼬마들과 자전거 탄 이방인들이 황토빛 골목에서 함께 뒤엉킨다. 유명 관광지인 원숭이숲 ‘몽키 포레스트’를 벗어나면 숲속 요가와 ‘비건’ 식사를 즐기는 일과가 꿈처럼 흘러간다.
화산과 호수에 기댄 사람
우붓 여행은 도심을 벗어나 자연을 탐닉하는데 방점이 찍힌다. 북쪽 외곽 산악지대인 낀따마니는 일출의 산과 호수를 간직한 곳이다. 해발 1,717m의 바뚜르산은 20여 차례 폭발한 활화산이다. 이른 새벽 숲길을 지나 바뚜르 산에 올라 해돋이를 맞는 일출 트레킹은 우붓의 신비로운 체험으로 자리매김했다. 화산토가 어우러진 낀따마니 일대는 질 좋은 발리 커피를 잉태하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낀따마니의 바뚜르 호수는 화산 분화구의 침몰로 형성된 바다 같은 호수다. 언덕에서 산과 호수를 바라보는 아득한 조망은 감동의 일부일 뿐이다. 비좁은 호숫가 길을 따라 마을 깊숙이 내려서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촌부들은 낚시를 하고 아이들은 그 호수에 몸을 던지며, 커다란 사원이 들어서 있고, 골목 사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오르는 평화로운 광경이다.
우붓 외곽에서 만나는 일상에는 전통의 삶들이 배어난다. 작은 가게 앞에는 꽃과 음식을 담은 접시인 ‘짜낭사리’가 놓여 있다. 이곳 주민들은 하루에 세 번 제물을 놓고, 꽃잎에 물을 뿌리며 “오늘도 어제 같게만 해달라”고 소박한 염원을 빈다. ‘오달란’ 등 축제 때는 주민들이 전통의상으로 곱게 차려입고 잔치에 참석한다. 과일이며 갖가지 먹을거리를 머리에 이고 발길을 옮기는 아낙네들의 미소가 따사롭다.
정중동의 일과는 우붓에서 드라마틱하게 연결된다. 뜨가랄랑 마을에는 계단식 논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녹색의 논을 바라보며 ‘논밭 뷰’를 즐기는 광경이 이채롭다. 청춘들은 아융강의 급류에 몸을 던져 래프팅에 도전하거나 고원지대에서 자전거를 타고 마을로 내려서며 여유로운 하이킹을 즐긴다.
발랑안, 드림랜드, 임파서블 비치 등은 서핑 포인트다. 서프보드를 모터사이클에 매달고 거리를 질주하는 청춘들을 발견하는 것은 이 길목에서 익숙하다.
파도와 서핑, 청춘들의 아지트
우붓에서 남쪽으로 향하면 발리의 바다다. 닭 모양 형상의 발리에서 발목 아래 부위의 땅에 해변들이 죄다 밀집해 있다.
발랑안, 드림랜드, 임파서블 비치 등은 서핑 포인트다. 서프보드를 모터사이클에 매달고 거리를 질주하는 청춘들을 발견하는 것은 이 길목에서 익숙하다. 빠당빠당비치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 등장했으며 아담한 해변과 에메랄드빛 바다색으로 시선을 끈다. 배낭 여행객과 서퍼들이 몰려드는 쿠타비치 일대는 ‘잘란 르기완’, 뽀삐스 거리 등으로 알려진 뜨거운 해변이다. 주말이면 체증 속에 새벽까지 불야성을 이룬다. 서울의 강남 격인 스미냑은 부티크 숍과 클럽, 레스토랑들이 밀집된 ‘발리 쇼핑과 다이닝’의 성지다.
그들만의 삶이 녹아든 해변이 목마르다면 짐바란으로 향한다. 짐바란 일대는 본래 어부들의 삶터였다. 해변 인근에는 끄동안안 어시장과 해산물 레스토랑이 나란히 들어서 있다. 식당가를 벗어나 아침 산책에 나서면 짐바란의 아름다운 바다는 찬란하게 옥색 빛을 낸다. 햇살을 머금은 짐바란의 아침 해변은 고깃배가 너울거리고, 어부들이 그물을 던지는 아득한 풍경이 담긴다.
- Tip발리 우붓 가이드
우붓이 속한 발리 섬은 제주도의 세 배 규모로 이동에 꽤 시간이 소요된다. 도심에서는 택시 이용이 가능하며 여행지 간 이동 때는 쁘라마 버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발리 차량의 운전석은 오른쪽이며 자전거와 모터사이클을 현지에서 빌릴 수 있다.
‘와룽’은 현지인들이 찾는 백반집으로 진열장에 생선튀김, 국, 밥 등을 골라 먹는 빠당 푸드를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발리식 아이스티인 ‘에스떼’ 정도를 곁들이면 좋다. 볶음국수인 미고랭 역시 현지인의 일상식이며 꼬치인 사테, 구운 통돼지인 바비굴링 등도 별미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식당들도 곳곳에 들어서 있다.
숙소는 우붓 도심 골목에 게스트하우스가 다수 있으며 요가와 스파 프로그램을 갖춘 고급 숙소들이 외곽 숲지대에 위치했다. 최근에는 발리 해변 대신 우붓으로의 허니문 여행도 인기다. 갤러리, 요가 강습장을 둘러보는 별도의 투어 프로그램을 숙소에서 안내해 준다. 인도네시아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을 믿지만 발리 주민들의 종교는 힌두교가 주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