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퍼티그(Green Fatigue, 녹색피로)는 친환경을 의미하는 그린(Green)과 피로를 의미하는 퍼티그(Fatigue)의 합성어로, 소비자가 친환경 소비 노력에도 기후변화 문제 해결과 관련해 별다른 효과를 느끼지 못함에 따라 피로가 누적돼 친환경 활동에 대한 의욕이 저하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유로모니터의 ‘2024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Top Global Consumer Trends 2024)’ 보고서에서는 6가지 소비자 트렌드 중 하나로 소비자가 그린퍼티그에 시달리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유럽 및 북미 소비자의 친환경 소비 노력은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미국 소비자조사기관 ‘글로벌웹인덱스(GWI, GrobalWebIndex)’ 조사에서도 지난해 친환경 제품 구매에 더 높은 금액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률은 2020년보다 29%p 감소하고 재활용에 대한 의향도 9%p 저하됐다. 보고서는 그린퍼티그가 소비자에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책임을 떠넘기는 기업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고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린워싱(Greenwashing, Green+White Washing) 또는 녹색분칠은 기업이 실제로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광고 등을 통해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내세우는 행위를 말한다. 그린 마케팅(Green Marketing)이 기업의 필수 마케팅 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실제로는 친환경적이지 않은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들이 기업 이미지를 좋게 포장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 이 그린퍼티그는 소비자에게 기후변화 문제 해결의 책임을 떠넘기는 기업에 대한 분노를 유발하고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등 부작용을 일으킨다. 플라스틱의 경우, 생산자가 만들어 공급하는 것인데 만든 생산자에게는 사용 제한의 의무가 없고, 소비자에게는 사용 제한 의무화에, 위반 시 벌금까지 부과된다. 소비자들이 그 책임을 떠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1년부터 쓰레기 분리수거를 의무화하고 있고, 분리배출을 위반한 사람에게는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폐기물 재활용률은 86.5%이지만 실제 플라스틱 재활용율은 30%에 불과하다. 국민 대부분이 열심히 분리수거를 하지만 일부 재활용을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과 영세한 재활용업체로 인해 그 노력은 제대로 결실을 맺지 못하는 것이다. 내용물을 처리하지 않는 플라스틱(특히 배달음식 플라스틱)으로 인해 분리수거한 플라스틱의 2차 오염이 발생하고, 분리수거한 대부분의 플라스틱은 재활용이 불가능하여 소각된다. 재활용업체 5,500곳 중 4,000개가 종업원 10인 이하의 영세사업장이고, 1인 재활용업체는 418곳이라고 하니 재활용률이 낮은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그린워싱의 부메랑인 그린퍼티그가 가시화되며 다양한 부작용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까. 본격적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최근 흡사한 사례가 실제 발생하고 있다. 가령 프랜차이즈 카페 등에서 사용하는 종이 빨대에 대해 그린퍼티그 현상이 일부 감지되고 있다. 친환경 제품이라 불편해도 참고 썼지만, 알고 보니 겉면에 합성수지를 코팅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는 등의 상황이었다.
그린퍼티그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역으로 볼 때 소비자들의 친환경 민감도가 그만큼 높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전문가들은 실천가능한 목표 제시와 본연의 경쟁력 강화를 강조한다. 무분별한 친환경 공약을 남발해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는 것보다, 사소하지만 지킬 수 있는 것부터 실천함으로써 지나친 친환경 마케팅을 지양하는 것이 기업에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