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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시선

크면 클수록 좋지 아니한가!

거거익선의 시대

글 · 편집실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에 빗대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巨巨益善) 트렌드가 소비 형태로 자리 잡았다.

  • #거거익선
  • #대형삼각김밥
  • #65인치TV

빅 사이즈가 끌리는 이유

고물가 시대를 맞아 알뜰 소비 경향이 커지면서 새로운 소비 트렌드인 ‘거거익선(巨巨益善)’이 등장했다. 거거익선은 다다익선에서 파생된 단어로 크면 클수록 좋다는 뜻을 담고 있다. 자세히 말해 대용량 식음료 제품 또는 대형 가전을 구매해 가성비와 가용비를 동시에 챙기는 소비 형태를 말한다. 거거익선은 음식과 가전 등 우리가 실생활에서 구매하는 대부분의 제품에 해당하는 말이나, 빅 사이즈 음식만큼은 단순 소비 행태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MZ세대의 또 다른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다. 실제로 경기 불황 속에서도 재미에 초점을 둔 빅 사이즈 제품들은 SNS와 숏폼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품절대란을 일으켰고, 일종의 ‘챌린지 문화’까지 만들어냈다.

점보 사이즈로 출시되는 대부분의 상품은 판매량이 많은 ‘스테디셀러’임과 동시에 소비자의 충성도가 입증된 제품들이다. 기존 제품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익숙한 새로움’이라는 공식이 통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해 큰 사이즈의 제품을 찾는 것이 아닌 만큼 업계에서도 소비자 니즈를 공략하기 위해 차별화된 마케팅을 내놓는 중이다.

한편, 거거익선은 늘어나는 1, 2인 가구나 소식좌를 겨냥한 소용량 트렌드와 대조적인 행보다. 하지만 기존 상품 대비 실속 있는 제품을 찾는 수요가 꾸준하고, 색다른 경험까지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거거익선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BGF리테일

클수록 맛있고 배부른 법!

최근 런치플레이션으로 한 끼 해결을 위해 ‘빅(Big)’, ‘더블(Double)’, ‘롱(Long)’ 등의 이름을 달고 용량을 늘린 삼각김밥과 도시락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CU가 출시한 초대형 사이즈의 삼각김밥 ‘슈퍼 라지킹 삼각김밥’은 출시 하루 만에 5,000여 개가 판매됐으며, 3일 차에 누적 2만 개가 팔리며 초기 판매 호조를 기록했다. 이와 관련, 한 편의점 업체가 분석한 2022년 상반기 삼각김밥 및 김밥 판매 데이터를 보면 ‘더빅/더블삼각김밥’, ‘대용량 김밥’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삼각김밥/김밥 증가율인 33%와 비교해 38%p 높은 수치다.

GS25는 큰 사이즈의 용기 면을 연이어 선보이며 거거익선 트렌드를 이어나가고 있다. 시작은 2022년 5월 출시된 점보도시락면이다. 점보도시락면은 일반 용기 면 대비 8배 이상 규모의 초대형 제품으로, 기존 팔도 도시락(86g)의 8.5배 용량이다. 당초 5만 개 한정으로 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SNS를 타고 빠르게 퍼지면서 출시 사흘 만에 완판 기록을 세웠다. 품절 사태가 지속되자 중고마켓에서는 정가(8,500원) 2배 수준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 외에도 hy와 GS25가 손잡고 출시한 야쿠르트 그랜드는 1971년 출시된 기존 야쿠르트를 4배 용량(280㎖)으로 키운 것으로, 출시 후 하루 6만 개 이상 판매되면서 대표적인 히트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빅가전이 주는 빅웃음과 빅편의

가전 시장에 대형화 바람이 거세다. 대표적인 가전제품인 TV는 65인치 이상 제품 판매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영상, 스포츠, 게임, 헬스 등 집에서 TV로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다양해짐에 따라 몰입감과 시청 경험을 좌우하는 초대형 TV 수요가 증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전자랜드에 따르면 2020년 4월 65인치 이상 대형 TV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다.

코로나19에서 시작된 집콕 문화와 영화를 볼 때도 아이맥스(IMAX) 영화 등 프리미엄 콘텐츠 시청 경험이 익숙한 3040 젊은 세대, 무인 시스템으로 바뀐 영화관 서비스에 불편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65인치 이상 대형 TV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TV뿐만 아니라 세탁기와 건조기도 대형제품을 선호하는 추세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24kg 용량의 세탁기 신제품을 출시했다. 24kg은 가정용 기준 국내 최대 용량이다. 워라벨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많은 양 또는 부피가 큰 빨랫감을 한 번에 세탁하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요구가 높아지면서 대용량 제품 또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자레인지도 갈수록 덩치가 커지고 있다. 가정 간편식과 편의점 도시락을 집에서 데워 먹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덩달아 전자레인지 크기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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