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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TOPIC

이란-이스라엘 상호 타격과

주요 원자재 가격 전망

글 · 조원경 울산과학기술원(UNIST) 교수
최근 주요 원자재 가격을 보면 곡물 가격은 하락세이나, 다른 주요 원자재는 달러와 연동하여 움직이는 양상이다. 5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금리인상은 없고 고용지표를 감안해서 금리인하를 저울질하겠다는 발언을 했다. 이후 4.7%를 넘어 치솟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고점을 찍은 모양새다. 이하에서는 이란-이스라엘 상호타격과 주요 원자재 가격 전망에 대해 살펴보기로 한다.

전쟁과 금리인하 지연이 낳은 자산 시장 역설

국제 석유거래는 보통 달러로 표시한다. 달러 가격이 상승하면 유가가 하락하는 게 일반적이다. 달러와 유가 간 이런 부(負)의 상관관계도 약화하고 있다. 미국의 기준 금리 인하시기가 늦춰져 달러 강세가 두드러졌으나 5월 이후 달러 초강세는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그간 중동 전쟁이 이란과 이스라엘 간 상호 타격으로 옮아가 달러 수요를 늘렸다. 달러가 강세면 금값은 대개 하락한다. 달러가치 상승으로 살 수 있는 금의 양이 많아서다. 아이러니하게도 달러 강세 속에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갱신했다. 미국 금리 인하 전망으로 달러 약세를 미리 반영하던 차에 확전 가능성이 불을 붙인 것이다. 미국이 금리 인하시기를 저울질하는 동안에 스위스가 금리 인하의 방아쇠를 당겼다. 시장은 그간 유럽중앙은행(ECB)이 Fed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는 미국의 금리인하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이 더해 달러 강세가 오래갈 수 있다는 공포가 얼마 전까지 시장에 도사리고 있었다. 최근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나타나면서 에너지와 주요 금속 가격이 상승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자 금을 비롯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졌다. 국제 시장에서 온스당 2,400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금값이 숨 고르기에 나섰다. 그간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기관, 중앙은행 및 헤지펀드 등도 금 투자로 몰렸다. 금 투자는 14%가량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뉴욕증시 주요 지수의 수익률을 웃돌기도 했다. 중동 갈등이 완화되자 안전 피난처로서의 금 수요가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군사적 긴장 상황은 크게 누그러졌다. 국제 투자은행은 급값 상승에 베팅하는 분위기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2024년 연말 금값 예상치를 기존 온스당 2,300달러에서 2,700달러로 큰 폭으로 상향 조정했다. 중앙은행들의 매수세와 안전자산 수요가 올해 내내 금값 상승 모멘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골드만삭스의 투자 노트를 보면 Fed의 금리인하, 미국 대선과 방만한 재정 상태가 금의 강세라는 왜곡 현상을 발생시키는 원인으로 파악된다.

이란-이스라엘 갈등으로 인한 5차 중동 전쟁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망은 이렇다. 2024년 국제 유가가 석유 수요의 증가세 지속, 지정학적 리스크 증가, 달러화 약세 등 상승 요인과 비OPEC+의 생산 증가, OPEC+의 단계적 감산 완화 등 하락 요인이 교차하며 전년과 비슷한 $83.42/배럴에서 형성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달러화의 향후 전망이라고 하겠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유가 초강세를 발생시킬 만큼 크지 않다고 본다.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와 수급이 향후 유가의 향방을 좌지우지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5월 8일 발표된 ‘미국 상업용 원유 재고의 예상외 큰 폭 감소’ 뉴스로 유가의 낙폭이 일부 만회하는 기술적 반등이 시현됐다. 시장의 수급 요인에 유가도 움직이고 있다.

OPEC+ 회의에서의 감산 연장과 주요 원유 수입국가의 수요 증가는 유가의 하방경직성을 강화하는 요인이다. 중국 세관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원유 수입량은 하루 1,088만 배럴로 전년 동기 대비 5.45% 증가했다.

2024년 탄산리튬 가격 추이





리튬과 니켈 가격 반등의 속사정

전기차 시장 성장세 둔화에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들이 잇달아 전기차 생산·투자 속도 조절 방침을 내놓자 핵심 부품을 공급하는 국내 배터리 업계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그간 원자재 가격 불안은 전기차 소재 업종 수익에 영향을 주었다.

올해 들어 리튬 과잉 공급에 따라 당분간 탄산리튬 가격이 계속 하락할 거란 전망이 있었으나 탄산리튬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리튬은 원재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2022년 초 톤당 58만 위안(약 1억1천만 원)까지 가격이 뛰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수익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5월 현재 리튬은 톤당 11만 위안 수준으로 1월 저점을 찍은 후 반등한 수준이다. 1년 단위로는 여전히 40%대 폭락한 수준이다.

최근에는 수산화리튬이 배터리 용량을 높이는 니켈과 합성이 쉬워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로 각광받고 있다. 니켈은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리튬과 합성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니켈 함량이 높은 고용량 전기차 배터리에는 탄산리튬 대신 녹는 온도가 낮은 수산화리튬 사용이 일반적이다. 우측 하단의 그림에서 보듯이 니켈 선물 가격은 올해 1분기 바닥을 친 후 상승했으나 1년 전 대비해서는 여전히 20% 하락한 수준이다.

고금리 지속, 유럽 지역 전기차 수요 회복 부진, 주요 완성차업체의 전동화 속도조절 등이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같은 주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제한할 전망이다.



구리 가격의 상승 원동력은

구리 가격은 지난 2023년 5월부터 2024년 2월까지 톤당 8,000~8,500달러 사이에서 횡보세를 보였다.

2024년 3월 이후 상승 모멘텀이 강화되었고 4월 톤당 10,0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구리가격이 2024년 들어 상승한 배경으로는 남미 구리 광석 공급 감소, 중국의 제련소 가동 축소 움직임, 주요 경제지표 개선, 투기성 자금 유입 등을 들 수 있다. 어디 이러한 요인뿐일까? 구리는 전기차와 태양열 패널, 풍력 터빈 등 재생에너지 전반에 활용되며 최근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씨티은행은 구리 수요가 2030년까지 지금보다 420만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미 CNBC방송은 구리 가격이 공급 차질과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추진으로 촉발된 수요 증가로 2025년까지 75%이상 급등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상황에 인공지능(AI) 시대 데이터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데이터센터 확장이 구리 수요 증가에 긍정적이라는 전망이다. 빡빡한 구리 공급이 심화할 예상인데 데이터센터향(向) 수요 비중도 확장되고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챗GPT와 암호화폐의 팽창은 수요를 한층 더 촉진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동지역의 정세는 당분간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향후 원자재 가격은 금리인하와 경기 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다. 그 와중에 달러 가치 하락은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니켈 선물 가격(1년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