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은 2024년 2월 ‘비전 프로’를 출시하며 공간 컴퓨팅이라는 새로운 컴퓨팅 개념을 제안했다. 이에 공간 컴퓨팅이 우리 일상, 특히 금융 경험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공간 컴퓨팅이 앞으로 어떻게 금융 경험을 변화시킬 것인지 살펴보겠다.
애플 CEO 팀 쿡은 “비전 프로는 오늘 이용할 수 있는 내일의 기술이며, 향후 공간 컴퓨팅 시대가 열리면서 엄청난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선언했다. 비전 프로를 보면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에 나온 고글과 비슷하게 생겼고, 메타(구 페이스북)의 퀘스트 시리즈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공간 컴퓨팅은 무엇일까? 공간 컴퓨팅은 물리적 공간과 디지털 공간의 경계를 없애 공간을 생성, 확대, 재구성할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다. 공간 컴퓨팅은 기존 메타 퀘스트 등 기기들이 강조한 몰입감을 한 단계 더 발전시킨 XR의 차세대 개념이라 볼 수 있다.
공간 컴퓨팅은 XR(확장현실)을 통해 구현된다. XR은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의 가상 유토피아 오아시스와 같은 가상현실(VR), 구글 글래스와 같은 증강현실(AR), 그리고 영화 <아이언맨>에서 현실에 다양한 시뮬레이션이 접목되는 것과 같은 혼합현실(MR)을 포괄하는 기술용어다. XR은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의 혁신으로 기대되며 주목받고 있다. 우선 애플은 공간 컴퓨팅인 XR을 아이폰으로 시작된 모바일 컴퓨팅을 잇는 새로운 컴퓨팅이라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의 두뇌인 AP(Application Processor)를 개발하는 퀄컴도 “스마트폰 다음은 XR”이라며 개발 및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이동통신망도 5G부터 스마트폰을 넘어 360도 3차원 콘텐츠 구현이 가능한 XR 구현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과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XR을 스마트폰 다음의 혁신이라고 여기며 투자하고 발전시키고 있다.
스마트폰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며 사람들의 일상을 변화시켰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금융 정보를 찾아 비교하고 금융 상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사람들의 금융 행태 데이터를 통해 금융 니즈를 파악할 수 있게 되면서 다양한 금융 비즈니스 모델이 만들어졌다. XR이 스마트폰을 대체한다면, 모바일이 일상과 산업을 변화시킨 것과 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공간 컴퓨팅이 새로운 일상과 금융 산업, 그리고 금융 경험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이 일상과 산업을 변화시킨 것과 같이
혹은 그 이상으로 공간 컴퓨팅이 새로운 일상과 금융 산업,
그리고 금융 경험을 변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공간 컴퓨팅은 물리적 금융 경험을 그대로 적용해 디지털 금융 리터러시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은행고객이 XR 기기를 착용하면 마치 실제 은행 지점에 있는 것처럼 물리적 공간이 구현될 수 있다. 가상 은행원 아바타가 일대일로 고객을 응대하며 금융 상담과 거래를 도와줄 것이다.
예를 들어, 은행 고객이 XR 기기를 착용하고 “IBK기업은행에 가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고객은 IBK기업은행의 가상 지점 앞에 도착하게 된다. 가상 지점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익숙한 은행 로비의 인테리어가 360도 3D로 생생하게 구현되어 눈 앞에 펼쳐진다. 이때 한 은행원 아바타가 다가와 친절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넨다.
“안녕하세요, 김철수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김철수 씨가 사업 운영 자금 대출에 대해 문의하자, 은행원 아바타는 상담 부스로 안내한다. 부스에 앉은 김철수 씨는 사업체 정보와 필요한 자금량 등을 은행원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듯 설명한다. 은행원 아바타는 김철수 씨의 사업장 사진, 재무제표 데이터 등을 공간에 띄우며 IBK의 대출 상품을 추천해 준다.
“네, 최대 1억까지 대출이 가능하시고 금리는 연 3.5%입니다. 상환 방식은 원금균등상환과 만기일시상환 중에서 선택하실 수 있습니다.”
김철수 씨가 조건을 확인하고 대출을 신청하자, 약정서가 눈앞에 나타난다. 김철수 씨는 가상 펜으로 서명하고, 대출금이 입금되었다는 알림을 받는다.
즉, 가상 공간에서 이뤄진 김철수 씨의 대출 상담 과정은 오프라인 은행 지점에서 직원과 마주보며 상담하고 거래하는 것과 똑같은 경험을 제공했다. 복잡한 서류작성이나 프로세스 없이 대화와 간단한 동작만으로 거래가 모두 완결되었다. 이처럼 공간 컴퓨팅 기술이 가져올 미래 금융 서비스 경험은 고객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계좌 개설, 대출, 펀드 투자 등을 할 때 고객은 오프라인 창구에서 직원과 소통하듯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몸짓으로 의사를 표현하면 된다. 복잡한 디지털 인터페이스를 배울 필요 없이 누구나 쉽게 뱅킹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360도 3D 인터페이스를 통해 계좌 잔액, 거래 내역, 자산 포트폴리오 등을 입체적으로 시각화해서 보여줄 수 있다. 이는 금융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처럼 물리적 경험을 그대로 옮겨와 구현하는 공간 컴퓨팅 기술은 기존 모바일/온라인 뱅킹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도 자연스럽게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결국 디지털 금융 격차 해소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간 컴퓨팅 기술이 가져올 미래 금융 서비스 경험은
고객 입장에서 더할 나위 없이 편리하고 자연스러운 경험이 될 것이다.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