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먼저 최현우 님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마법사가 되고픈 마술사 최현우입니다. 올해로 28년째 무대에서 마술을 업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상천외한 상상을 많이 한 사람 중 한 명일 거로 생각됩니다.
Q. 경제학과를 전공하셨습니다. 경제학과 마술 사이의 간극이 크다고 생각하는데요. 마술사의 길에 뛰어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마술의 매력에 빠지게 된 건 사춘기가 오던 고등학교 1학년 때입니다. 이성에게 인기를 얻어보고자 했던 마음으로 가볍게 취미로 시작했지만, 점차 마술을 배우고 공부하면서 마술이 주는 놀라운 세계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성한테 인기를 얻고자 하는 마음은 사라지고 마술사가 되고자 하는 마음이 더 커졌죠. 그래서 20살이 되던 해 마술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마술사이신 이흥선 선생님의 제자가 되어 마술사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리고 제가 경제학과생이 된 건 제가 마술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대학에 다니지 않으면, 마술사란 직업이 무시당하기 일쑤였거든요. 그래서 성적에 맞춰 대학에 입학했었습니다(웃음).
Q. 마술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주는 선물 같은 존재입니다. 마술을 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항상 미스테리한 경험을 원합니다. 인생을 살다 보면 정말 놀라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그러한 삶의 기적을 무대에서 보여주는 사람들이 마술사라 생각합니다. 그 기적을 되뇌며, 삶 속에서 항상 마법 같은 순간이 있음을 상기시켜 드려야 하는 것이 마술사의 본분이고요. 때문에 마술을 할 때 인간이 원하는 기적을 실현하는 것에 초점을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with IBK> 6월호 주제는 ‘상상력’입니다. 마술사에게 상상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상상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상상력은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유레카”를 외쳤던 아르키메데스는 24시간 계속 문제점을 찾기 위해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목욕탕에 들어간 순간 원하는 답을 찾을 수 있었죠. 내가 원하는 상상력의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다양한 경험, 독서, 여행, 공연 등을 보면서 그러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큰 주제를 정하고 그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해 계속 고민하고 상상하다 보면, 정말 마술처럼 답이 나오더라고요.
Q. 최현우 마술사님은 관객 참여형 마술을 통해 이 상상력을 관객들과 공유하고 계시는데요. 관객 참여형 마술을 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지금 현대예술의 형태는 인터렉티브입니다. 서울 성수동에 많은 팝업스토어가 들어서고, 이머시브 공연이 성공적인 것은 현세대의 행동 패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소비자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경험을 다른 이에게 이야기하고 싶어 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공연이 1차 소비자에게 머물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확장되죠. 그래서 공연의 의미를 더욱 깊고, 넓게 파악하길 바라는 마음에 참여형 마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내가 원하는 상상력의 기준을 정하고 그것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Q. 매번 새로운 마술을 선보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계십니다. 마술 연구 및 연습 과정이 궁금합니다.
우선 다양한 분야의 영상과 책을 보면서 인사이트를 얻습니다. 신규 마술들은 세미나를 통해서 공유되기도 합니다. 전 세계의 매직 세미나에 참여하여 또 다른 아이디어를 발견하곤 합니다. 대극장에서 진행되는 공연 한 편을 만들기 위해선 약 3년의 기간이 필요합니다. 지금 공연 중인 <2024 최현우 Answer>도 3년 전에 기획 돼 계속 발전되어 온 것이죠. 이 외에도 멋진 무대, 새로운 무대를 연출하기 위해 상상력을 극대화하는 연습을 많이 합니다. 내 앞에 관객이 있고, 마술을 본 관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지 계속 시뮬레이션하는 연습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Q. 마술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마술 속 상상력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과도한 플랫폼의 발달로 여과 없이 제공되는 정보들로 인해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보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또한, 상상력의 부재가 여러 사회 문제를 야기하는 요인으로 발전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상상력의 부재가 단순히 창조력의 범위 안에서만 문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 능력에도 악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이렇게 이야기하면, 상대방이 기분 나빠하거나 문제가 생기겠지?”라고 예측하는 것도 일종의 상상이니까요. 상상력은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가장 큰 원천이 됩니다. 그리고 마술이 신기하고 놀라운 것은 뇌는 자연스럽게 기승전결을 따지는데, 과정을 지우고 현상을 만들어 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상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습니다.
Q. 대부분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상상을 그치곤 하죠. 상상력을 확장할 수 있는 비법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책을 가장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만약, 자신의 인생을 책으로 쓸 기회가 주어진다면 누구나 열심히 자신의 인생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책은 타인의 인생과 생각을 가장 빠르게 훑어볼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타인의 인생을 이해하고, 책을 통해서 풍부한 경험을 해본다면 자신이 아는 범위는 자연스럽게 넓어지게 됩니다.
Q. 상상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버려야 할 습관이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절대적인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지금의 사회에는 영원한 것이 없습니다. 비판 없이 얻은 지식들은 내일 아침에도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면, 상상력이 틀 안에 갇히지 않고 좀 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Q. 최현우 마술사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지금 세대는 TV를 보지 않습니다. 저는 올해, 온라인 공연을 오프라인 공연과 같이 시작하였습니다. 온라인 공연을 통해 신기함을 경험했고 그 경험을 오감으로 즐기길 원한다면 저의 공연에 오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기에 앞으로의 계획, 먼 미래의 계획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한 해 한 해 빠르게 세상에 적응하며, 그에 맞는 마술을 선보이는 것이 저의 가장 큰 목표입니다.
최현우 마술사가 <with IBK>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상상력을 키우고, 조금 더 신비한 경험을하고 싶다면, 마술 공연에 한 번쯤 꼭 가보시길 권합니다. 그중 가장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제 공연엔
최현우 마술사
대한민국의 마술사다. 2002년 국제마술협회 경연대회 클로즈업 부문 우승을 시작으로 각종 마술대회에서 다양한 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 FISM 영국 블랙풀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발탁되기도 했다. 현재 공연 <2024 최현우 Answer>를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