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의 취미, 레고에 빠지다
누구나 한 번쯤 만들어봤을 레고 블록. 어른, 아이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난감 블록이지만, 몇 년 전부터 레고 마니아를 넘어 레고 아티스트가 등장하며 레고 블록으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레고 예술’이 종종 눈에 띄기 시작했다. 작년 10월에는 레고 아티스트 콜린진의 첫 개인전에서 국가 무형문화재 1호로 등재된 ‘종묘제례악’이 레고로 만들어져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아이들보다 어른들에게 더욱 인기 있는 장난감이자 취미활동인 레고 블록. 내가 좋아하는 만화, 영화의 한 장면을 레고로 만든다는 것은 어른들을 동심의 세계로 초대하면서,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범천동지점 윤태경 팀장도 레고와의 첫 만남이 그랬다.
“8년 전에 지인으로부터 레고 선물을 받게 됐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 해리포터에 나오는 호그와트 익스프레스 기차 레고였는데요. 저녁 식사를 마치고 조립하기 시작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새벽 2시가 넘었더라고요. 그때 딱 생각했어요. ‘와, 레고 조립 진짜 재밌다!’라고요. 밤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집중해서 무언가를 한 게 처음이었거든요. 그렇게 레고 블록의 재미를 느끼고 하나씩 레고를 수집하다 보니까 레고 전시장 하나가 나왔네요.”
윤태경 팀장의 집 거실 한쪽에는 해리포터 시리즈의 레고 작품이 멋지게 전시되어 있다. 호그와트 성부터 하늘을 나는 자동차, 호그와트 학생들이 교과서를 사러 오는 다이애건 앨리(Diagon Alley), 플러리쉬와 블러트 서점(Flourish and Blotts) 등 영화 속 장면을 완벽히 묘사한 것은 물론 섬세한 디테일까지 모두 레고로 표현되어 있었다. 윤태경 팀장이 한땀 한땀 손으로 모두 조립한 작품으로 아크릴판까지 맞춰가며 소중하게 보관한 모습에 그가 이 레고 조립에 얼마가 심혈을 기울였고, 진심이었는지가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컨셉과 테마가 명확한 작품이나 영화 속 장면을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좋아해요. 기본적으로 조립설명서 그대로 따라 조립하지만 여기서 어떤 연출이 실제 장면과 가장 비슷할지, 어떻게 하면 영화 속 장면을 더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추가로 부품을 따로 구입하거나 다른 재료를 추가하면서 제 머릿속에 있는 장면을 레고로 표현해 나가죠. 예를 들면, 해리포터 1편에서 해리포터에게 호그와트 입학 편지가 전달되는 장면은 편지 1통이 아니라 수 백통이 집으로 쏟아지잖아요. 그 장면을 위해 기존에 2통만 들어있는 편지 블록을 더 구매해서 쏟아지는 느낌을 자세히 표현했죠. 또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제대로 연출하고자 다양한 종류의 실을 사서 자동차 레고 블록을 매달아 공중에 떠 있는 연출을 하려고 애쓰기도 했고요. 이렇게 고민하고 조립하는 과정이 힘들기보다는 재밌더라고요. 레고로 무엇이든 만들 수 있잖아요. 정말 매력 있는 취미죠.”
레고가 선물하는 기분 좋은 몰입감
레고 블록 수 약 6,020개에 달하는 호그와트 성 레고는 일하는 시간,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무려 일주일이 넘어서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렇게 오랜 인내와 꾸준함의 시간을 거치고 완성된 작품은 형언할 수 없는 뿌듯함과 기쁨을 선물한다는 윤태경 팀장. “내 손으로 이걸 만들다니!” 일주일 동안 레고 작품을 만들어 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감격일 것이다.
“레고 작품을 하나 만들면 주변 동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하죠. 가끔 집에 초대해 레고 전시장을 보여주면 다들 많이 놀라고요. 특히 해리포터를 좋아하는 분들은 추억에 잠기면서 유독 좋아하더라고요(웃음). 호그와트 성 레고를 조립하던 때가 소상공인 대출 수요가 많이 몰리는 시기여서 매일 아침 6시에 출근해서 밤늦게까지 야근을 했어요. 그렇게 야근을 해도 집에 돌아오면 새벽까지 호그와트 성을 조립하고 쪽잠 자고 새벽에 일어나 출근했죠. 새벽까지 레고 조립을 했다고 하면 다들 너무 피곤하겠다고 생각하겠지만 저에게는 굉장한 활력이 되어 줬어요. 업무 스트레스를 없애주기도 했고요. 그랬으니 잠도 포기하고 레고 조립에 몰입했겠죠?(웃음)”
바쁘고 정신없는 하루 끝에서 마주하는 레고 조립. 그 시간이 주는 몰입과 고요한 시간은 윤태경 팀장에게 삶의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이 됐다. 또한 사랑하는 아들, 딸과 함께 조립하는 레고 블록도 그에겐 레고가 주는 매력이자 재미다. 레고 덕분에 재밌게 놀아주는 아빠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은 영화 속 장면을 표현하는 레고 위주로 조립하고 있지만 레고 창작을 하게 된다면 우리 동네의 일상적인 모습을 레고로 만들어서 디오라마*를 해보고 싶어요. 내가 살던 동네, 자주 가는 장소 등 익숙한 곳을 레고로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저에겐 나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직 창작 레고까지는 기회와 여유가 없어서 시도를 못 했는데 언젠간 기회가 된다면 창작 레고도 레고 취미의 목표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디오라마 : 배경을 그린 길고 큰 막 앞에 여러 가지 물건을 배치하고, 그것을 잘 조명하여 실물처럼 보이게 한 장치. 스튜디오 안에서 만들 수 없는 큰 장면의 촬영을 위한 세트로 쓴다.
행복한 취미를 만든다는 것
“솔직히 말하자면, 레고는 사실 가성비가 좋은 취미는 아닙니다. 가격이 저렴한 레고도 많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모두 가격대가 부담스러운 레고들이 많거든요(웃음). 또 대형 레고를 만들어서 집에 놓으려면 그만큼의 공간이 필요해서 쉽게 시작하기에 좋은 취미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적당한 크기의 레고 제품을 조립해서 아크릴 보관함에 넣기만 해도 집 인테리어 제품으로 훌륭합니다. 제가 갖고 있는 제품 중에 호그와트 익스프레스나 미드 ‘프렌즈’ 시리즈 같은 경우가 크기도 적당하고 가격대도 괜찮아서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무엇보다 색감이 예뻐서 직접 보시고 조립해 본다면 저처럼 레고의 매력에 푹 빠지실지도 몰라요.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시거나, 좋아하는 만화, 영화, 캐릭터 등을 만들어 보고 싶다면 레고 취미 강력하게 추천해 드립니다.”
윤태경 팀장에게 레고는 어떤 존재냐고 묻자, “인생의 쉼터”라고 말해주었다. 레고를 조립하는 그 과정은 아무 생각도, 고민도, 걱정도 없이 내가 좋아하는 레고에 몰입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라고. 그 몰입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완성되어 진열된 레고를 보는 것은 잠깐의 소소한 힐링이자 행복이 된다고 한다.
“최근에 또 다른 취미로 러닝을 시작했습니다. 내년에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해서 완주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레고 조립도, 러닝도, 업무도 성실히, 열심히 해서 올해보다는 내년이, 내년보다는 후년이 더욱 즐겁고 행복하길 바랍니다.”
삶에 활력을 주는 취미가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윤태경 팀장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올해 하반기도 마무리 되어 가는 이 시점에서 나와 잘 맞는 취미를 찾아보면 어떨까? 행복은 바로 가까이에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