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을 비롯한 금리 인하 기대는 그동안 주식시장 상승을 지속하는 중요한 호재였으나 금리 인하 시점이 다가온 지금은 금리 인하 뒷면에 자리한 경기둔화로 초점이 옮겨가는 흐름이다. 이제 더 이상 경제지표의 부진이 일시적이라고 생각하거나 금리 인하로 인한 호재로 인식되지 않게 된 것이다.
실제 경기 흐름도 올해 상반기를 정점으로 점차 둔화하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난 2분기 경제성장률처럼 경제 모멘텀이 둔화하고 있는 지표들이 발표되고 있고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국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는 올해보다 내년이 대부분 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나 엎치락뒤치락하는 미국 대선 흐름 등은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투자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불안과 변동성이 높은 투자 환경인 만큼 투자 판단은 지금까지와는 달리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위험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투자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으며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 안에서도 경기 민감 주식들에 대한 투자보다는 배당이나 금리 인하 수혜주 등으로 투자 테마를 옮길 필요가 있다.
아직 미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가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금리는 이를 반영해 많이 하락해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갈수록 경기나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의 추가 하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도가 높은 채권 비중은 늘릴 필요가 있다. 그리고 투자 기간 역시 6개월 미만의 단기보다는 1년 이상을 보는 장기적 관점을 권한다. 경기와 통화정책의 전환이 이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이번 9월 금리 인하를 시작해 내년 말까지 적어도 1.5%pt(150bp) 이상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으며 한국은행 역시 올해 중 1~2회 금리 인하를 시작하고 내년 중에도 2회 이상의 금리 인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대한 대응은 조금 더 복잡하다. 올해 주식시장은 반도체를 필두로 한 수출기업들이 주도주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최근 이들 주식은 큰 폭으로 하락하거나 급등락을 반복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주가는 큰 폭으로 하락했지만, 아직 실적은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 주식에 대한 대응은 성급한 추격 매도보다는 기술적 반등이 나올 때 점진적인 포트폴리오 조정이 유리해 보인다. 이들 경기 민감 주식들의 비중을 조정한 빈자리는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배당 주식들이나 과거 금리 인하기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보였던 주식들로 바꾸면서 방어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을 권한다.
올해 하반기 금융시장의 불안을 지속적으로 자극하는 가장 큰 동인은 이미 시장에 반영되기 시작한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다. 최근 주식시장은 하루 주가지수 하락 폭이 9%를 넘는 기록적인 약세를 시현했다. 이 주가 급락을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미국경제 침체 우려다. 이런 기류 변화에 특히 부각되는 것이 샴의 법칙(Sahm Rule Recession Indicator)이다. 샴의 법칙은 실업률의 3개월 이동평균치가 지난 12개월 최저 실업률보다 0.5%pt 높아지면 경제가 침체 상태로 들어간다는 지표다. 이는 지금까지 경기침체에 대해 상당히 유효한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이 지표가 임계치 0.5%pt에 도달하며 주목도가 높아지고 연준이 더 적극적으로 금리 인하 정책을 펴야 한다는 논리로 소환되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투자 판단에 반영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아직 가능성을 높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얼마 전 이와 비슷한 질문을 대면 한 적이 있다. 2022년 상반기 미국의 장단기 금리가 역전된 국면이다. 여기에 2분기와 3분기 미국경제가 역성장하면서 투자자들은 미국경제가 침체 국면에 직면한 것으로 받아들였고 2023년 초 연준의 금리 인하를 매우 당연한 수순으로 받아들였다. 역전된 장단기 금리는 지금까지 역전된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장단기 금리 기반으로 작성되는 경기침체 확률은 지금도 매우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지만, 지금 미국 경기는 침체라고 보기에는 너무 뜨겁다. 연준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 역시 2023년 1월부터 지금까지 1년 반 넘게 계속 미루어지고 있다. 왜 신뢰도 높은 지표가 빗나간 신호를 보내게 된 것일까? 이유는 팬데믹이 발생시킨 특수한 상황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유례없는 경제활동 중단(Rock-Down)이나 대규모 현금 지급과 양적완화 같은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금리 등 가격 지표의 형성 메커니즘이 과거와는 달라진 데 따른 영향이다. 이번 샴의 법칙 역시 지표의 변화가 노동의 수요에 기인하기보다는 공급 충격에 기인하는 변화이기 때문에 과거와는 다른 잣대로 봐야 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특히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로 사용하려면 보다 본질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경기둔화가 경기침체로 발전되는 고리는 신용위험의 현실화로 볼 수 있다. 경기침체는 단기간에 수요가 큰 폭으로 증발해 버리는 것인데 큰 폭의 고용조정이나 자산 가격의 급락이 주요 경로이고 이는 신용위기에서 발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과거 데이터를 보면, 신용위기의 현실화 여부를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크레딧 스프레드와 경기침체 확률의 흐름은 거의 동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번 국면에서는 완전히 다르다. 경기침체를 시사하는 지표들은 큰 폭으로 상승하거나 임계치에 근접하며 경기침체가 임박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신용위험지표는 오히려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불안과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은 또 있다. 경기침체 우려에 가려서 크게 부각되지 않았지만, 일촉즉발 상황인 중동의 확전 가능성은 계속 주시해야 할 변수다. 이스라엘은 여러 가지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휴전보다는 전쟁을 이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최근 자국 영토에서 일어난 이스라엘의 테러로 체면을 구긴 이란 역시 권위주의 정부 속성상 보복은 불가피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올해 11월 예정된 미국의 대선도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일단 대선의 성패가 상당히 불확실하다. 바이든 대통령이 약점을 드러내고 트럼프 후보가 피격을 당하며 급격하게 트럼프 쪽으로 기울던 판도는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를 사퇴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후보로 나서며 다시 판도가 안개 속으로 들어갔다.
침체 가능성이 아직은 낮더라도 경기 흐름은 점차 둔화되는 쪽으로 접어들 전망이다. 이 흐름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은 주요국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움직임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들을 모은 컨센서스 흐름을 보면, 최근 들어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상향 조정이 마무리되거나 소폭하향 조정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올해 성장률보다 낮게 형성되고 있다. 올해를 지나며 경기 사이클이 정점을 지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 중요한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을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연초 1.3%에서 시작되었지만 지난 2분기 2.4%까지 가파르게 상향 조정된 후 지금은 2.3%로 약간 내려온 상황이다. 경기 과열 우려가 팽배했던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2.5%였음을 감안하면 올해 미국 경기도 아직은 호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지난 2분기 미국경제 성장률(속보치)은 시장기대치를 크게 웃도는 2.8%(연율)를 기록했다. 하지만 내년 미국 경제성장률 컨센서스는 올해보다 낮은 1.7% 수준이다. 이 역시 최근에 1%pt 하향 조정되었다. 지금 경기는 활황이지만 향후 경기 방향에서는 둔화 국면을 전망한 것이다. 이런 전망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고금리가 생각보다 오래 지속되며 신용카드 연체율이 상승하고 취약계층 중심으로 파산이 증가하는 등 부정적인 영향이 쌓이는 상황이고 그동안 소비와 고용시장의 과열의 바탕이 되었던 초과저축이 소멸하는 등 경기 조정 요인이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성장률에 대한 기대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수출 회복이 본격화되며 올해 성장률 기대치가 중국 정부 목표치 5% 도달할 만큼 상향 조정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소폭 하회하는 수준으로 내려앉은 상황이며 내년 전망치는 4.5% 수준에 머물고 있다. 7월 개최된 20차 3중 전회 후 더 악화된 측면도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까지 미국과 중국의 분기 경제성장률 컨센서스를 대입해 보면, 금년 상반기 2.8% 전후를 정점으로 2025년에는 2% 수준으로 둔화되는 흐름이며, 특히 이번 2/4분기를 지나며 기울기가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여전히 활황인 미국이나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는 중국 역시 올해가 경기 모멘텀이 고점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 것이다. 미 대선을 앞둔 여러 가지 혼란이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같은 불안 요인 역시 수출을 기반으로 한 우리 경제성장 모멘텀에는 부정적인 요인이다.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이 2% 수준으로 둔화한다고 해도 잠재성장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만큼 이 기대치를 토대로 보면 경기가 크게 둔화된다고 볼 수는 없다. 우려되는 것은 이 기대치보다 하향 기울기가 가팔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우리나라 성장률과 이 추정치는 수출 부문의 기여로만 만들어진 수치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성장률 흐름의 기본적인 추세는 수출 경기의 흐름에 의해 결정되지만, 추가적인 경기의 진폭은 당연히 내수 경기의 흐름에 따라 결정되고 국면에 따라서는 그 폭이 매우 커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수출 호황과 내수 부진으로 뚜렷하게 우리나라 경기는 구분이 되었는데 하반기 경기의 관건은 이 부분을 얼마나 만회할 수 있을지에 달린 것으로 볼수 있다. 한국은행이나 정부에서는 상반기 부진했던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하반기에는 물가와 금리의 안정을 바탕으로 상반기보다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현시점에서 그 가능성을 높게 보기 어렵다. 민간소비에 물가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은 맞지만 상반기 중 경기지표의 호전과 큰 폭으로 상승한 자산가격 등에도 불구하고 체감경기는 정체되었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시장의 발작을 차치하고라도 미 연준 금리 인하는 한 발 더 가까워진 것으로 보인다. 이전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경기둔화나 침체 전망에 기인한 기대였다면 지금 상황은 아직 미국 물가지표가 목표보다 높기는 하지만 인플레이션 안정에 대한 기대를 유지하는 데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9월을 포함해 올해 연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가 시작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문제는 연준 금리 인하 속도와 기울기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빠르고 가파르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연준 통화정책회의는 3번 남았는데 올해 3번 금리 인하 확률은 70%를 넘기고 있다. 그리고 향후 1년 금리 인하 폭에 대한 주된 기대는 150bp(최대 200bp) 수준이다. 지금 연준 금리 수준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해도 이는 매우 극적인 금리 인하를 시장이 기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가파른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채권 트레이더들의 낙관적 편향도 있겠지만 경기침체 가능성을 금리 인하의 명분으로 끌어오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는 올해 하반기와 내년 미국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미국경제는 점차 둔화 국면에 들어간다고 해도 급격한 냉각보다는 천천히 열기를 식혀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금리 인하 속도 역시 이에 맞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는 어떤 기울기로 이루어질까? 그리고 시장 기대와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당연히 향후 경제 여건과 지표에 따라 매우 가변적인 전망이겠지만,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은 지금 시점에서 연준의 시각이다. 연준이 발표하는 점도표나 여러 경제 모형을 통한 결과치 등을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는데 연준이 생각하는 올해 말과 내년 말 기준 금리는 5.15%와 3.9~4.1% 정도 수준이다. 시장에서 형성된 기대보다 올해 말은 25bp, 내년 말은 50bp 이상 높게 형성되어 있다. 시장 참여자들보다 훨씬 완만한 금리 인하를 그리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금리 인하가 시작될 시점에 가까워졌음은 분명해 보이지만 금리 인하 속도와 기울기에 대한 과도한 기대는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된다. 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전선이 시작 시점에서 금리 인하 속도와 폭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시장 금리와 환율 쪽으로 눈을 돌려 보면, 이미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다소 조급하게 금리 인하 기대를 끌어 올리고 있어 금리와 환율 모두 단기에 빠르게 하락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향후 연준의 금리 인하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지부진할 경우 반등 가능성이 있는 등 변동성에 노출된 상황이다. 하지만 조금 긴 추세적인 시각에서 보면, 금리와 원달러환율은 추세적인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침체 가능성이 크지 않지만, 경기가 점차 둔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어 연준의 금리 인하도 이제 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