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가 즐겨 찾던 섬

그리스 미코노스는 ‘에게해의 보석’으로 사랑받는 섬이다. 키클라데스 제도 220여 개 섬 중, 투명하고 찬란한 미코노스는 반전의 묘미를 더했다. 이웃 섬 산토리니가 지닌 화산 절벽의 위용 대신 평화로운 어촌마을과 풍차, 뜨거운 축제의 해변이 이방인을 유혹한다.

포구에 내려 미로처럼 얽힌 흰 골목을 서성이는 게 미코노스 여행의 수순이다. 그리스 전통식당인 타베르나에서 늦은 점심을 즐기거나, ‘그릭 도어’로 불리는 예쁜 대문에 걸터앉아 사색에 잠겨도 좋다. 미코노스의 상징인 풍차는 골목 끝자락에서 파란 하늘에 빗겨 여유로운 배경이 된다.

평화로운 섬에 깃든 전설은 흥미롭다. 섬 일대는 제우스와 거인들의 전쟁터였고, 헤라클레스가 신들의 골칫거리인 거인을 물리치려고 던진 바위가 미코노스 섬이 되었다고 전해진다. 아폴론의 손자이자 초기 통치자인 영웅 ‘미콘스’의 이름을 따 미코노스라 명명했다고 하며, 건너편 섬들의 이름 역시 신화를 끌어와 아폴론, 델로스로 불린다.

전설의 섬은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찬미하고 즐겨 찾던 섬이다. 그의 여행 에세이 『먼 북소리』에는 집필을 위해 머물렀던 미코노스에서의 삶이 낱낱이 그려져 있다. 역작인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 역시 미코노스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흰 담벼락 이어지는 호라의 골목

미코노스의 관문은 포구마을 호라다. 페리가 들어서는 항구 옆으로는 분주한 만토광장과 흰 가옥들이 가지런하게 이어진다.

새벽 어시장이 서고, 펠리컨이 자맥질하던 구항구는 이제는 어엿한 섬의 다운타운으로 변모했다. 낮게 단장한 레스토랑들은 어선만큼이나 빼곡하게 포구 주변에 도열해 있다. 마을 뒤편으로는 엽서 속에 단골로 등장하는, 섬의 랜드마크인 풍차 ‘카토 밀리’가 한가롭게 서 있다. 이 풍차는 16세기 베네치아인들에 의해 세워졌으며 20세기까지 실제로 밀을 빻을 때 이용했다.

호라의 서쪽 해변은 ‘리틀 베니스’로 불린다. 바다를 향해 발코니를 내민 독특한 모양새의 집들은 대부분 18세기 중반부터 지어졌으며 부유한 상인과 선장들의 거주지였다. 최근에는 카페, 상점이 대신해 들어섰으며 미코노스에서 석양을 감상하는 명소로 사랑받는다. 산토리니의 이아마을이 절벽 위 장엄한 해넘이를 선사한다면, 리틀 베니스 노천카페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포구와 파도 넘어 고요하고 소담스럽다.

호라의 뒷골목은 온통 거미줄처럼 길이 어지럽다. 바닥과 벽은 하얗게 채색돼 착시현상마저 일으킨다. 담장을 치장한 붉은 부겐빌레아는 푸른 하늘보다 선명하다. 아기자기한 숍들이 거리 한편을 채우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면 섬 주민들의 일상이 드러난다. 골목을 하얀 회반죽으로 채색하는 것은 이곳 마을 주민들의 엄격한 룰이다. 골목길은 북쪽 항구에서 알레프칸드라 광장까지 이어진다.

에게해의 태양이 고개를 숙이면 미코노스의 변장이 시작된다. 섬은 계절과 밤낮에 따라 거리 풍경이 달라진다. 밤이 이슥해지면 곳곳에서 파티가 열린다. 만토광장 인근의 클럽들을 시작으로 다운타운의 바들은 밤새 문을 열고 새벽까지 흥청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