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테마

타인의 생각

이해와 소통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

공감력

글 · 위유미 인성교육진흥원장

인간은 본질적으로 감정의 동물인 동시에 사회적 동물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으며 관계와 소속에 대한 욕구를 갖고 있다.
이 사회적 욕구는 공감을 통해 친밀감을 느끼고 정서적 안정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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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의 더 악화시키는 공감 결여

누군가는 공감하는 것이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공감을 경청의 과정 없이 단순히 고개만 끄덕이며 들어주는 것으로 이해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감 능력을 갖추는 일은 쉽지 않다. 공감 능력은 인간 내면의 본질에 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공감은 타인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경험하는 감정이나 심리상태를 이해하고 내적 경험을 함께 느끼는 것으로, 감정적 교감을 넘어 신뢰와 협력의 기초를 마련해주는 인간 고유의 능력이다. 따라서 타인의 의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공감의 태도는 대인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은 물론, 공동체의 다양한 이해관계와 요구를 조화롭게 수용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이나 필요를 이해하는 것도 공감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이타적인 행동도 공감에서 비롯된다. 이처럼 공감은 대인관계와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반면, 공감력이 결여되면 가장 가까운 가족 또는 직장 내 동료 관계나 친구 사이도 악화시킬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작은 골목에 있는 분식점과 과일가게는 쓰레기 문제로 지주 갈등을 겪었다. 어느 날, 두 가게의 주인 간에 큰 언쟁이 벌어졌고, 주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때, 분식점 가족은 눈을 부라리며 목소리를 높여 자기 가족 편을 들었다. 그러나 뒤늦게 나타난 과일가게 가족은 분식점 주인에게 “불편을 끼쳐 죄송하다”라며 고개까지 숙이고 사과했다. 그러고는 자기 가족에게 화를 내며 그를 데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과일가게 가족의 태도가 싸움을 멈추게 하려는 좋은 의도였다고 볼 수 있을까? 과일가게 주인은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신에게 타박을 준 가족으로 인해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고, 그 일 이후 심리적인 고립과 정서적 불안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했다. 평소에도 상대의 기분이나 정서, 그리고 감정에 대해 무관심한 가족에게 그동안 쌓여있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하여 병까지 얻은 것이다. 만약 그의 가족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공감해주는 가족이었다면 그날 하루의 일로 병이 나진 않았을 것이다.

Sympathy

타인의 의견에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공감의 태도는 대인관계의 질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마음가짐에 따라 달라질 수도

몇 해 전 공감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했다. 한 수강생은 자신의 친구에게 고민하던 문제를 어렵게 털어놓았는데 얘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별것도 아니네! 나와 비교하면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며 본인 얘기를 계속 늘어놓더라고 했다. 그는 제대로 듣지도 않고 사정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친구의 태도에 실망했고, 그 이후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졌다. 또 다른 수강생은 자신의 생애에서 손꼽을만한 좋은 일이 있었을 때, 공감하지 않은 친구와 절교했다는 사례를 발표했다. 그의 아들은 허약한 신체지만 공부를 곧잘 했다. 고입 입시를 앞두고 성적의 기폭이 심해 걱정이 많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에는 누구나 부러워할 만한 외고에 합격하게 되었다. 그는 주변에서 다 알 만큼 친한 친구에게 아들의 합격 소식을 전했다.

친구가 자신의 기쁜 마음만큼 같은 마음으로 공감해 주리라고 생각했는데 친구의 반응은 의외로 냉담했다. 게다가 “요즘 외고는 인기가 없다. 대학을 잘 가야지!”라면서 자신이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을 보였다. 당시 이해할 수 없는 친구의 태도에 한동안 혼란스러움을 겪었다며, 예전과 같은 관계를 이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관계의 깊이와 진정성이 드러나는 이러한 사례는 주변에서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공감은 누군가의 심정을 이해하고 헤아려주는 것이지만, 친구나 지인의 성공은 때로는 예상치 못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인간의 심리가 합격이나 승진 등 좋은 일에 자기 일처럼 기뻐하고 축하해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에서는 오히려 시큰둥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들이 있다.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공감은 비교적 쉽게 반응하지만, 타인의 행복을 진정으로 함께 기뻐하고 공감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이는 인간의 본능적인 비교심리와 시기, 질투,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상황과 비교했을 때 느껴지는 박탈감 때문일 수 있다. 그의 친구 역시 친구 아들의 합격을 축하하기보다는 그 합격을 깎아내리고 싶은 충동을 숨길 수 없었던 것이다. 친밀하니까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라고 생각하는 것은 현실에서 매우 이상적인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은 각자의 감정과 상황이 얽혀 있으므로 늘 이상적인 공감 수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사례 역시 공감 부족이 인간관계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잘 보여주는 예이자 우리의 삶 속에 끊임없이 상존하는 일이다. 공감을 할 줄 몰라서이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공감하기 싫은 경우들이기도 하다.

Sincerity

슬프고 고통스러운 일에 대한 공감은 비교적 쉽지만, 타인의 행복에 진정으로 공감하는 것은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다.


행복을 두 배로 만드는 공감력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여러 상황에서 공감을 원하고 배우자, 부모, 자녀, 친구, 동료 등 안전한 관계에서 더욱 지지를 얻고 싶어 한다. 감정적 이해를 받음으로써 위기나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기쁨을 공감하는 것은 개인의 긍정적인 감정이나 성취감 그리고 행복을 공유함으로써 더욱 바람직한 관계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반복하건대, 공감은 고통을 나누는 것과 함께 기쁨을 축하하고 즐기는 과정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공감 능력은 일상적인 대인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적 환경에서도 드러난다. 현재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전쟁으로 인해 수백 명이 죽어가고 있다는 뉴스가 들린다. 과연 사람들은 이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나와 상관없는 사람들의 죽음과 고통을 보면서 많은 사람이 슬퍼하고 가슴 아파한다. 또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을 보면 자기 일처럼 분노하고 때로는 그들을 위해 같이 행동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당한 일에 대한 반감을 지니며, 타인의 고통과 불의를 목격할 때, 그것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다. 다시 말해 부당한 상황에 맞서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공감 능력, 정의감,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결과이다. 이러한 대응은 사회가 더 정의롭고 안전한 곳이 되도록 하는 데 공헌하며, 자신과 타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본능적인 반응이다. 이를테면, 이런 감정은 사회 정의를 추구하는 동력을 제공하며, 공동체 내에서 공의가 실현되도록 행동하게 만드는 것으로 인간이 가진 공감 능력에서 비롯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Solidarity

부당한 상황에 맞서 행동하는 것은 인간의 공감 능력, 정의감 그리고 사회적 연대의 결과이다. 이러한 대응은 사회가 더 정의롭고 안전한 곳이 되는 데 공헌한다.


공감도 배워야 하는 시대

심리학자인 마틴 호프만은 ‘공감은 발달적인 측면에서 도덕성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그들의 처지를 고려하는 능력은 도덕적 행동과 윤리적 판단의 기초가 된다는 의미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로 발달심리학에서도 공감이 인간의 도덕적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밝히고 있다. 공감은 도덕적 행동을 유도하는 심리적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규범 형성과 내면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곧, 공감은 인간의 사회적 본성, 생존 본능, 도덕적 판단, 그리고 정신적 건강과 깊이 관련되어 있으며 이외에도 동정, 관심, 친절, 사랑 등 다양한 정서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들은 공감이 개인의 도덕적 발달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하는 데 필수적임을 시사한다.

따라서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선천적인 감정만으로 이루어지는 성품이나 인격의 문제가 아니다. 일반적인 감정 이상의 복합적인 능력을 요구한다. 인지적 능력, 감정 조절 능력, 의사소통 능력, 사회적 경험과 학습 그리고 윤리적 판단과 도덕성 등이 모두 공감 능력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인간의 인성은 노력 없이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미래세대에 필요한 핵심 역량인 창의성과 인성을 갖추기 위한 토대가 공감이다. 인간다움을 실천하는 진실한 도구이며 정서적이고 지적인 능력인 것이다. 개인주의를 존중하는 현대사회야말로 타인의 얘기를 경청하고 타인의 감정을 인식하고, 타인의 관점을 수용하는 공감 능력이 바로 실력인 시대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공감 없이 자신의 철학으로 상대방을 분석하고 평가하지 않기를, 공감이 없어서 서로를 돕지 않고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하지 않기를 희망한다. 이러한 태도가 만연하여 타인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는 사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공감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며, 이는 결국 자신에게 평안을 가져다주고 더 나아가서는 이 사회의 평화에 기여한다. 우리는 지금 공감도 배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 글. 위유미 원장 인성교육진흥원 원장이다. 한국생명존중법연구회 이사, 인성교육진흥원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특히 2018년에는 학교폭력문제 해결을 위해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세계청년리더총연맹이 수여하는 ‘2018 SVE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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