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기저에는 사람의 뇌 작동 원리를 알고리즘화한 머신러닝(Machine Learning)과 딥러닝(Deep Learning)이 작동한다. 인공지능이 학습과 추론하는 과정에는 데이터가 사용되는데, 데이터는 학습과 추론 과정에서의 핵심 원천이다. 기업에서는 서버에 저장되는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 분석과 AI 머신러닝을 통해 비즈니스 솔루션을 창출하는 데이터 처리 프로세스를 거친다. 또한 AWS나 MS 애저 같은 클라우드 기업이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는 인공지능은 의료, 금융, 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준다. 이처럼 데이터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각 국가 간 데이터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에 인공지능과 데이터의 관계를 살펴보고 새롭게 등장하는 데이터 주권과 보호주의의 내용을 정리해 그 대응 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우리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공급망 관리의 중요성과 국가 간 기술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을 경험하였다. 특히, 2022년 말 생성형 인공지능 출현에 따라 성능이 우수한 반도체 수급이 문제가 되면서 각국이 글로벌 경쟁을 넘어 자국의 기술을 우선시하는 ‘자국 우선주의’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로 시작된 반도체 공급망 재편과 같이 ‘손에 잡히는’ 영역에서 시작된 자국 우선주의가 플랫폼·데이터와 같은 무형의 소프트 영역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데이터 보호주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을 견제하면서 자국 기업을 육성하려는 전략이나 자국 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려는 정책적 추세를 말한다. 이에따라 인공지능에서 ‘원유’에 해당하는 데이터를 지키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유럽, 중국에 이어 인도도 개인정보 보호를 명분으로 데이터의 국외 이전 제한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 안보나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해외 플랫폼 업체에 대해 국가가 개입하고 통제하려는 시도는 계속 반복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거대 IT 기업의 글로벌 경영과 데이터 보호주의가 충돌하는 양상이다.
지난 4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중국계 동영상 플랫폼, ‘틱톡’의 강제 매각법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틱톡은 1년 안에 미국 기업에 운영권을 매각해야만 미국에서 서비스할 수 있다. 현재 미국 국민 1억 7천만 명이 틱톡을 쓰고 있는데, 이는 개인정보가 중국 정부로 흘러갈 우려가 있다는 데서 비롯된 일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중국 정부도 즉각 반박에 나섰다. 중국 역시 ‘국가 안보’를 내세우며, 미국 기업 ‘애플’에 일부 SNS 앱을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유럽연합(EU)도 이른바 ‘자국 플랫폼 보호주의’를 내세우며 데이터 보호주의 흐름에 가세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개인정보 역외 이전에 따르는 절차를 강화하는 일반 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 GDPR)을 2018년 5월부터 시행한 것과 더불어, 구글과 메타 등 해외 빅테크에 대해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기업이 규정에 어긋나는 행동을 할 경우 글로벌 연간 매출의 4%(최대)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이처럼 주요 국가들이 이른바 디지털 빗장을 내거는 것은 본격적인 인공지능 시대로 접어들면서 데이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데이터 통제권을 외국 기업에 빼앗길 경우 경제 주도권을 잃을 수도 있고, 자국민 정보의 해외 유출 위험성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 생성되는 데이터를 외국 기업이 가져갈 경우, 보안 문제도 있지만 데이터 기반 미래 먹거리 사업과 가치사슬 구축에 굉장히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데이터는 인공지능 학습과 추론에 사용되기도 하지만 새로운 신제품 개발과 신서비스 개발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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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은 데이터 보호주의 시대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차별적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첫째, 글로벌 규제 동향 파악에 힘써야 한다. 대한민국은 글로벌 데이터 보호 관련 규제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특히 개인정보보호 및 데이터 보호 관련 규제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둘째, 데이터 기반 산업 육성을 위해서 적극적인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데이터 확보 및 활용 능력 강화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 이에 정부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용이하게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이터 처리 및 분석 능력을 강화하는 교육 프로그램의 제공 역시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데이터 기반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데이터 과학자, 데이터 분석가 등 데이터 관련 핵심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정부는 교육기관과 협력하여 데이터 관련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관련 규제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데이터 기반 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지나치게 엄격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들의 사업 활동을 촉진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보호와 AI 개발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 데이터 보호를 강화하면서도 AI 개발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 강화, 데이터 윤리적 활용 확보, 투명한 데이터 관리시스템 구축 등의 노력도 시급하다. 개인 정보 보호 관련 인식 개선을 위한 교육 및 홍보 활동도 강화해야 함은 물론이다.
넷째, 국제 협력 강화와 국제기구 참여에도 신경 써야한다. 국제기구 참여 확대를 통해서 데이터 보호 관련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국제 규제 논의 과정에 목소리를 더해 대한민국의 입장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또한 데이터 보호 분야에서 선도적인 국가들과 양자 협력을 추진하여 데이터 공유 및 상호 인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데이터 보호주의는 인공지능 시대의 중요한 쟁점이다. 대한민국은 이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글로벌 규제 동향을 파악하고 데이터 기반 산업을 육성하며, 국제 협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데이터 보호와 인공지능 개발의 균형을 맞추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정부와 기업, 시민 사회가 협력하여 노력한다면 대한민국은 데이터 보호주의 시대에도 경쟁력을 유지하고 미래 사회를 선도할 수 있다. 국내 기업을 보호하면서도 글로벌 빅테크로부터 우리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균형감 있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공지능은 사회·경제 모든 분야와 관련되기 때문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협력해 경쟁력 확보에 매진해야 한다. 또 전 세계가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AI의 위험성을 인식해 다양한 수준의 규제 도입을 활발하게 논의하는 만큼 글로벌 규제 동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결국, 글로벌 스탠더드는 적극 수용하면서도 인공지능 경쟁력에 도움이 되는 글로벌 거버넌스 정립에는 능동적·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