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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국내)

천연기념물 당산 숲과
낙조가 아름다운 섬

충남 외연도

글 · 사진 진우석

무인도가 많은 충청남도에서 내세울 만한 섬은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하지만 외연도는 섬 천국인 신안군이나 진도군에 내놓아도 이쁨받을 만한 섬이다.
연기에 가린 듯 까마득하게 보인다고 해서 얻은 이름 외연도.
알음알음 캠핑 명소로 알려진 외연도로 떠나보자.

  • #외연도
  • #작은명금해변
  • #철새무리
2시간쯤 배를 타면 주변 풍경이 수려한 외연도에 닿을 수 있다.

외연도, 충남 섬의 자존심

대천항을 떠난 여객선은 호도와 녹도를 들러, 외연도에 닿았다. 큰 배낭을 멘 사람들과 선착장에 내렸다. 외연도가 좋은 건, 해안 곳곳의 전망 데크에 텐트를 치면 그곳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호젓한 캠핑사이트로 바뀐다는 점이다.

외연도 면적은 2.18㎢로 여의도(2.9㎢)보다 조금 작은 섬이다. 해안선 길이는 8.7㎞에 불과하다. 외연도 항구는 망재봉(171m)과 봉화산(273m) 사이에 자리하고, 항구 중심에만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예전에 항구는 예쁜 백사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접안 시설을 만들면서 대부분 파괴되었다니, 아쉬운 마음이다.

섬에 하나뿐인 평화슈퍼에서 물과 라면을 사고, 식당에서 싱싱한 우럭회를 떴다. 그렇게 저녁 메뉴가 결정됐다. 우선 텐트를 치기 위해 섬 동북쪽의 노랑배로 향한다. 마을로 들어서자 새를 관찰하는 탐조 동호회원들이 보인다. 외연도는 봄가을 통과철새가 지나는 섬으로 탐조의 성지로 불린다. 봄에만 있을 줄 알았던 탐조 동호회원들이 여름철에도 있었다. 의아한 표정으로 바라보니 머리가 희끗희끗한 분이 여름에도 새가 많다고 귀띔해 준다.

자리를 옮겨 외연도 일몰 명소인 노랑배 근처에 텐트를 쳤다. 외연도 구경은 해안을 따라 한 바퀴 돌면서 구석구석 절경을 감상하면 된다. 특히 봉화산과 망재산 아래 자리한 고래조지는 외연도의 숨은 비경이다. 노랑배에서 산길을 30분쯤 올라 봉화산 정상에 닿았다. 정상에는 봉화대 터가 남아 있다. 과거, 봉화는 어청도에서 시작해 외연도, 녹도, 원산도를 거쳐 육지의 충청수영으로 전달됐다.

작은명금 해변에는 크고 작은 몽돌이 깔려 있다.

봉화산에서 감상하는 몽환적 노을

봉화대 터 앞에서 서쪽 조망이 시원하게 열린다. ‘소청도’란 이름의 작은 섬이 마치 헤엄치는 고래처럼 보인다. 먼바다는 해무가 살짝 껴 오묘하게 빛난다. 스멀스멀 해무가 순식간에 몰려와 소청도 일대를 뒤덮었다. 외연도란 이름은 이런 해무에서 나왔다. 연기에 가린 듯 까마득하게 보인다고 해서 외연도란 이름이 붙었다. 해무 속에서 시나브로 노을이 지니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외연도의 노을은 한 번도 나를 실망시킨 적이 없다.

노을을 넋 놓고 보다가 주변이 어둑어둑해져 텐트로 돌아왔다. 서둘러 저녁상을 차린다. 저물었는데도 빛나는 바다를 보면서 회 한 점, 어둠이 빛을 집어삼키는 걸 보면서 또 한 점, 하늘에서 하나둘 별이 반짝이는 걸 보면서 만찬을 즐겼다.

부스럭부스럭 텐트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깜박 잠이 들었나 보다. 누가 찾아올 리 없지만, 무언가 찾아왔나 싶어 밖으로 나가본다. 달빛이 바다에 부서지는 소리였을까? 하늘에 휘영청 달이 떠올라 은빛 가루를 뿌려대고 있었다.

달이 떨어지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즈음, 우렁찬 새소리에 저절로 잠에서 깼다. 간단하게 아침 요기를 하고, 텐트를 그대로 두고 가볍게 짐을 꾸려 트레킹에 나선다. 약수터에서 조금 내려가면 만나는 작은명금은 몽돌 해안이다. 크고 작은 돌들이 깔렸다. 외연도에서 유일하게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작은명금 옆의 돌삭금에는 커다랗고 거친 돌이 흩어져있다. 이곳은 주민들의 양식장으로, 때가 되면 마을에서 홍합과 전복 등을 채취하는데 품질이 최상급이라고 한다.

돌삭금에서 시작되는 길은 마을을 거쳐 망재산 입구에 닿는다. 그윽한 대숲과 울창한 숲길을 통과하면 정상에 닿는다. 예전에는 마을이 잘 보였는데, 관목이 들어차 시야를 가린다. 정상에서 슬슬 내려오면 울창한 소사나무 숲을 통과한다. 구불구불 길이 이어지다가 갑자기 시야가 넓게 열리면서 드넓은 초지가 펼쳐진다. 여기가 고래조지다.

외연도 중앙에 자리한 당산. 울창한 숲속에는 전횡장군을 기리는 사당이 있다.

큰끝등대는 거대한 절벽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안내도 없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망재봉 아래 바다와 만나는 지점의 고래조지. 푸른 초지와 바다, 섬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외연도 최고 절경, 고래조지

고래조지란 생소한 이름은 초지 아래 해변 바위가 고래의 생식기처럼 생겼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앞쪽으로 무인도인 횡견도, 대청도, 중청도가 차례로 펼쳐지고, 그 앞을 어선이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풍경이 한없이 평화롭다. 초원에 털썩 주저앉아 바다 멍을 즐긴다.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둘레길을 따른다. 고래조지에서 고라금으로 이어진 부드러운 오솔길은 바다를 품고 있다. 식생이 좋고 부드럽게 굴곡져 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이 길을 뚝 잘라다가 나의 ‘길 노트’에 책갈피처럼 껴 넣고 싶다.

고라금에서 시작된 길은 당산으로 이어진다. 당산은 주민들이 제를 지내는 신성한 공간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당산 숲에는 고로쇠나무, 푸조나무, 자귀나무, 팽나무 등의 활엽수와 후박나무, 동백나무, 식나무, 붉은가시나무 등의 상록수들이 어우러진다. 나무마다 내뿜는 각양각색의 신록의 물결에 정신이 어질어질하다.

당산에는 전횡장군을 모시는 사당이 있다. 중국 제나라 왕의 동생인 전횡장군은 나라가 망하자 군사 500여 명과 함께 쫓기다가 외연도에 닿았다고 한다. 이후 한 고조가 그를 부르자 한나라의 신하가 되기를 거부하고 자결하니, 그의 부하 500명도 함께 순절했다. 주민들은 이를 안쓰럽게 여겨 사당을 세우고 제를 지냈다.

당산에서 노랑배 텐트로 돌아와 트레킹을 마쳤다. 이제 텐트를 접을 때다. 외연도는 철새들에게도, 쉼이 필요한 캠핑족도 야박하지 않다. 자신의 품에서 쉬게 하고, 어깨를 토닥토닥 다독여 먼 길을 떠나게 한다.

봉화산에서 본 소청도는 마치 고래가 헤엄치는 것 같다. 해무가 밀려오고, 시나브로 노을이 지면 몽환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 텐트 밖으로 나오니,
휘영청 달이 떠올라 있다.
  • Tip외연도 가이드

외연도는 캠핑과 트레킹에 특화된 섬이다. 당일로 섬을 즐기는 것보다, 텐트를 가져가 1박 이상 머무르는 것을 추천한다. 캠핑사이트로는 돌삭금, 노랑배, 약수터 등이 좋다. 인기 장소였던 고라금은 아쉽게도 데크가 없어졌다.

교통

대천항에서 신한해운의 웨스트프론티어호가 1일 2회(08:00, 14:00) 운행한다. 외연도까지는 대략 2시간 10분이 걸린다.

숙소

독채 펜션인 외연도노을펜션(010-8758-5017)이 있고, 외연도어촌계에서 운영하는 여관(041-931-5750)이 있다.

맛집

상록수림상회(041-935-9311)에서 활어회와 영양솥밥을 먹을 수 있다. 외연도어촌계 식당도 괜찮다.

상록수림상회의 영양솥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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