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일암, 일출 맞으며 소원 빌기
돌산도는 1984년 돌산대교가 생기면서 뭍이 된 섬이다. ‘돌산’이란 이름처럼 수려한 산들이 바다와 어우러져 풍광이 빼어나다. 하지만 사람들은 일출 명소인 향일암은 알아도 돌산도는 잘 모른다. 신라 원효대사가 창건한 향일암은 경남 남해 보리암, 인천 강화 석모도 보문사, 강원도 양양군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소위 ‘기도발’이 잘 듣기로 유명한 우리나라 4대 관음 도량 중 하나다.
캄캄할 때 돌산도의 숙소를 나왔다. 일출 시각은 5시 16분. 새벽부터 서둘러 4시 40분쯤 향일암 주차장에 도착해 비탈길을 올랐다. 일주문 앞의 돌계단을 오르고, 석문 사이의 틈을 지나 대웅전 앞마당에 닿았다. 구름이 살짝 낀 바다라 해가 뜰 조짐은 안 보였다. 허탕인가 하는 생각을 하는데, 어느 순간 기척도 없이 구슬처럼 작은 동그라미가 솟아올랐다.
붉은 구슬은 점점 커지면서 향일암 곳곳에 묻은 어둠을 삼켰다. 세상이 훤해지자 암자가 눈에 들어왔다. 암자 주변은 동백나무를 비롯한 난대림으로 그득하다. 돌과 나무가 어우러진 암자는 파도 소리를 더해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런 신비로운 풍경은 왠지 기도를 잘 들어줄 것만 같다. 떠오른 해를 향해 소원을 빌어본다.
큰끝등대, 여수의 숨은 명소
향일암에서 내려와 봉황산과 금오산 사이에 난 도로인 율림치를 넘었다. 구불구불 도로를 내려오면 앞쪽으로 바다가 반짝이는 모습이 정겹다. 거대한 흰색 다리는 화태도와 돌산도를 이어주는 화태대교다. 앞으로 화태도, 월호도, 개도 등이 다리로 연결되어 백야도까지 갈 수 있다하니 걸어서 가는 여행에 또 다른 기대가 부푼다. 화태대교가 잘 보이는 곳에 신기항이 있다. 여기서 비렁길로 유명한 금오도로 가는 카페리호가 다닌다. 시간 여유가 있으면 잠시 금오도를 구경하고 나올 수 있다.
돌산향교 앞을 지나 20분쯤 가서, 큰끝등대 앞 도로에 차를 세웠다. 크게 휘어진 고갯마루 도로변에 여러 대 차를 댈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여기서 등대까지는 250m 거리인데, 그윽한 숲길이 이어진다. 이름 모를 새가 울고 시원한 바람이 부는 호젓한 숲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뭔가 비밀의 장소로 들어가는 통로 같다. 숲길 끝에 무언가 하얀 것이 보이는데, 그게 큰끝등대다. 쏴~ 시원한 파도 소리가 들리면서 등대가 나타난다.
큰끝등대는 거대한 절벽 위에 흰색 등대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안내도 없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등대 앞으로 바다로 흘러내리듯 거대한 암반이 펼쳐진다. 벌집처럼 구멍이 숭숭 뚫린 울퉁불퉁한 암반 위를 조심조심 걸어 내려가면, 작은 몽돌 해변이 나온다. 밀려든 물살이 빠져나갈 때마다 ‘차르륵~ 차르륵~’ 돌 구르는 소리가 음악처럼 들린다
큰끝등대는 거대한 절벽 위에 덩그러니 놓여 있다. 안내도 없고, 알려진 게 거의 없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전남해양수산과학관과 무슬목해변
큰끝등대에서 10분쯤 가면 무슬목해변 옆에 자리한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 나온다. 과학관은 세계의 다양한 물고기, 산호 등 해양 환경을 알 수 있는 박물관이다. 아이는 물론 해양 생물과 환경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다.
로비로 들어서면, 거대한 원통형 수조에서 돌돔, 범돔, 두동가리돔 등 국내외의 다양한 돔류 물고기들이 놀고 있다. 그 옆의 수조에서는 다양한 열대 어종들과 로봇 물고기가 유유히 유영하는 모습이 신기하다. 그 옆 수조의 쑤기미와 철갑둥어는 생김새가 재미있고, 쏨뱅이, 해마, 은어, 능성어, 전갱이 등 다양한 어류를 차례로 만난다.
하와이에 사는 생물, 홍해에 서식하는 생물 등의 전시도 흥미롭다. 산호와 여기에 사는 니모의 귀여운 모습도 볼 수 있다. 2층 전시실에는 어업의 역사가 펼쳐진다. 죽방렴, 독살, 대나리 그물, 후릿그물, 해녀 물질 등 다양한 전통 어업의 형태를 알 수 있다. 그밖에 바다에 사는 온갖 물고기와 어패류 표본도 전시되어 있어 아이들의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과학관에서 뒷문을 통해 나오면 무슬목해변이 나온다. 울창한 해송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해변은 자갈로 뒤덮인 몽돌과 백사장이 어우러진다. 사람들이 쌓아 놓은 돌탑 뒤로 해변과 죽도라 이름 붙인 두 개의 작은 무인도가 어우러진 풍경이 평화롭다.
해변 솔숲은 조각공원으로 꾸몄다. 화려한 색상의 갑옷을 두른 조각은 이순신 장군이다. 무슬목은 무술목으로도 불린다. 이순신 장군이 왜군을 섬멸한 해가 무술년(戊戌年)이어서 그 전적을 기리고자 무술목이라 부르게 됐다는 설이 있다.
돌산공원 일몰과 여수 밤바다 야경
돌산도 드라이브의 마지막 여정은 돌산공원이다. 1984년 여수시와 돌산도를 연결하는 돌산대교가 건설되고, 이곳에 돌산대교 준공기념탑을 건립하면서 공원으로 만들어졌다. 1999년 여수시 타임캡슐을 묻었고, 2002년에는 어민공원도 만들어 거친 바다를 상대로 일하다 숨져간 어민들의 혼백을 위로하는 어업인위령탑도 세웠다.
돌산공원에 들어서면 우선 돌산공원 꼭대기에 자리한 여수해상케이블카 정류장을 둘러보자. 3층 전망대에 서면, 여수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여수 밤바다의 낭만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돌산공원 최고의 조망 명소는 돌산대교 준공기념탑 앞이다.
시나브로 건너편 남산공원의 산 너머로 해가 뉘엿뉘엿 지고, 돌산대교와 장군도 일대에 불이 들어온다. 화려한 야경을 보고 있노라면, ‘여수 밤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 하고 있냐고/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하는 유행가를 읊조리게 된다. 여수 밤바다의 야경은 돌산공원에서 비로소 완성된다.
- Tip돌산도 가이드
돌산도는 대중교통이 불편하기에 드라이브로 한 바퀴 도는 게 좋다. 향일암 일출과 돌산공원 야경은 필수다. 큰끝등대, 전남해양수산과학관과 무슬목해변, 돌산향교 등을 함께 둘러보자.
교통
KTX를 이용하면 여수까지 편리하게 닿을 수 있다. 여수엑스포역 일대에서 쏘카, 그린카 등의 렌터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숙소
돌산도 구석구석 다양한 펜션이 많다. 돌산차경(010-3379-0910), 블루망고풀빌라앤리조트(061-924-7777) 등이 인기 숙소다.
맛집
정현횟집(061-644-8213)은 싱싱한 세꼬시 회를 내오고, 메밀빛 초계국수막국수양평해장국(061-685-5800)은 시원한 초계국수를 판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