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먼저 이주승님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배우 이주승입니다. 연극과 영화, 드라마, 예능 그리고 영화 연출까지 가리지 않고 도전하는 배우이자 계속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입니다. 여러분 앞에서 연기할 수 있어 참 감사한 요즘입니다.
Q. 2008년 독립영화 ‘청계천의 개’로 데뷔하셨습니다.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어릴 적부터 혼자 그림 그리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놀았어요. 만화를 그리는 등 상상하는 것을 자주 즐겼죠.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창조한다’라는 게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실 제가 배우를 꿈꾸기 전엔 태권도 선수를 꿈꿨어요. 하지만 중학교 3학년 때 사정이 생겨 꿈을 접게 됐죠. 그리고 운명처럼 연기를 접하게 됐습니다. 당시 연기 학원의 마케팅 방식이 “배우 해 볼 생각 없냐”라며 명함을 주는 거였는데, 제가 우연찮게 명함을 받게 됐고 그 계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말 운명 같은 만남이죠(웃음).
Q. 역할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역할에 매몰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중심을 잘 잡아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요?
배우라는 직업은 활자 안에 있는 타인을 표현하는 직업이기에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면 타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저도 단단하지 못한 마음 탓에 방황도 하고, 힘든 시간도 보냈지만, 그 순간 또한 단단해지는 과정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어요. 제가 여러 방황 끝에 얻은 가장 좋은 마음가짐은 나의 상태를 인정하는 것이에요. 내가 기쁠 때, 슬플 때, 화날 때 등 여러 감정과 상황을 인정하는 순간 극복할 수 있는 희망이 움트거든요. 바뤼흐스피노자가 한 말 중 제가 좋아하는 말이 있어요. “Fear cannot be without hope nor hope without fear”로, 해석하면 “두려움은 희망 없이 있을 수 없고, 희망은 두려움 없이 있을 수 없다”라는 말입니다. 이 말처럼 중심을 잘 잡으려면 두려움 안에서 희망을 찾아내고,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일을 하다 보면 힘든 순간도 있지만 성취감을 느끼는 순간도 있습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보람차고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연기를 시작한 후로 저 스스로 약속한 게 있습니다. 바로 매년 연극을 한 편씩 올리는 건데요. 올해로 7년째, 그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업계에서 영화는 편집예술, 드라마는 작가 예술, 연극은 배우예술이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래서 저는 연극을 통해 끊임없이 고뇌하고 훈련한 장면을 관객에게 잘 전달했을 때 정말 큰 성취감을 느낍니다. 특히 작년에 2인극 <테베랜드>를 잘 마무리했을 때 정말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최근 <나 혼자 산다>를 통해 업계 불황을 언급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를 자기 발전의 시간으로 활용하고 계신다고요. 불안을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세요.
앞서 말한 것처럼 두려움 안에서 희망의 씨앗을 찾아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배우라는 직업은 계속해서 타인과 나를 융합시켜 새로운 인물을 창조해내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제대로 가꾸지 않으면 그만큼 인물과 융합하기 힘들어요. 저도 사람이기에 나태해질 때도 있고, 연기를 하면서 권태를 느낄 때도 있어요. 그래서 모든 일엔 휴식이 필요하고 자기 계발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업계 불황이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역할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연인 같은 ‘만남’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엔 자기 자신이 성장하지 않으면 좋은 연인을 못 만나는 것처럼 연기로써가 아닌 사람으로서 성장을 위해 달려 나간다면 좋은 만남(역할)을 갖게 될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인생을 성공과 실패로 보지 않고, 성공 아니면 포기라고 봐요. 포기하면 실패하는 것이고 포기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성공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경험에 갇히지 않고 액체 같은 배우가 되는 것. 그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Q. 배우님만의 연기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결국 배우는 전달자입니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를 최대한 잘 전달하고, 그 메시지 안에 그 배역이 가지고 있는 의도를 명확히 전달하는 것이 최고의 배우가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상에는 아직 만나지 못한 사람도 많고, 우리가 알지 못하는 마음도 많습니다. 내가 경험한 생각에 갇히지 않는 것이 저의 철학이라 할 수 있겠네요. 더 쉽게 말하면 이소룡 배우의 말처럼 자신이 물이 되어서 주전자에 들어가면 주전자가 되고, 그릇에 담기면 그릇이 될 수 있는, 나의 경험에 갇히지 않고 액체 같은 배우가 되는 것. 그것이 저의 철학입니다.
Q. 단편영화 <돛대>를 통해 감독으로 관객들을 만나셨죠. 배우와 감독, 같은 계열처럼 보이지만 또 다른 도전이라 생각되는데요. 도전에 있어 두려움은 없었나요.
<돛대> 전에 <혈안>이라는 작품을 만들었어요. 그 작품으로 감독의 시점을 경험한 후, <돛대>를 찍게 됐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번째 작품보다 <돛대>를 조금 더 나은 생각과 마음으로 찍을 수 있었어요. 어떤 욕심에 사로잡혀 작품을 찍었다면 두려움이 컸을 테지만, 이 영화가 가진 메시지의 힘을 믿고 나아갔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하지만 두려움이 아예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죠(웃음). <돛대>가 로드 무비라 지방 촬영 때문에 예산이 초과할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JK필름 주승환 PD님께서 큰 도움을 주시고, 많은 스태프분들 그리고 이상희 배우를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상황을 이해해주고 도와주신 덕분에 촬영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Q. 비연예인도 장소와 환경에 따라 여러 모습을 보이곤 합니다. 때문에 그 안에서 ‘진정한 나’란 무엇인지 고민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연기를 통해 다양한 역할을 경험해본 만큼 이런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말 어려운 질문인 것 같아요. 음, 예전에 그런 말을 들었어요. ʻ내 이름이 컵이라면 컵이 나일까. 그것은 이름일 뿐인데. 이름은 나를 편리하게 부르기 위한 것일 뿐인데.’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 자체가 나를 찾는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생각과 마음가짐을 그대로 기억하고 10년 전으로 돌아간다면 인생을 후회 없이 잘 살 자신이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 “자신 있다”라고 답하실 거예요. 큰 변화는 아니어도 지금보다 나은 자신을 만들고, 후회 없는 선택을 할 수 있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나라는 것은 계속해서 경험과 의식을 통해서 성장하는 거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떤 상황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든 모두 자신의 경험이 되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양분이 된다고 생각하시면 그런 걱정에서 벗어나실 수 있을 거예요.
Q. 이주승 배우님의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배우 활동을 하면서 틈틈이 글을 쓴 결과, 최근에 장편 영화 시나리오를 완성했습니다. 이 영화 또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확실하기에 언젠가 관객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가장 큰 계획이에요. 그리고 지금처럼 연극, 영화, 드라마, 예능 등 다방면으로 활동해 여러분에게 큰 즐거움을 드리는 것도 저의 목표 중 하나입니다. 이주승의 앞으로를 기대해주세요.
이주승 배우가 <with IBK>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안녕하세요! 지금까지 저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인터뷰가 여러분 마음속 작은 창문이 되어 여러분의 답답한 마음을 환기시켜주길 바랍니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어디에도 매몰되지 마시고, 스스로만의 기준을 세워 항상 즐겁고, 흔들리지 않는 나날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이주승 배우
대한민국의 배우다. 2008년 독립영화 <청계천의 개>로 데뷔했다. 이후 다수의 영화, 드라마 등에 참여하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만들고 있으며, 감독으로 서 <혈안>, <돛대> 등을 제작해 대중 앞에 서기도 했다. 출연작으로는 <다우렌의 결혼>, <시민덕희>, <해피니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