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안녕하세요. <With IBK> 독자들에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입니다. 본분에 맞게 의뢰받은 사건들을 프로파일링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일반인 대상으로 프로파일링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민간 프로파일러’라 할 수 있는 민간사건분석사 자격증을 운영 및 관리하는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도 이끌고 있죠. 작년 8월부터 한림대학교 융합과학수사학과 특임교수로도 재직 중입니다.
Q. 지난 9월 범죄소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를 출간하며 소설가로서의 첫발을 내딛으셨는데요. 소설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요?
10여 년간 준비한 소설이지만, 신인 작가이다보니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던 게 사실인데요. 다행히 많은 분들이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두 번 읽었다”와 같은 소감을 전해주셨어요. 이와 동시에 “수사 보고서 같다”, “스토리의 강약 조절과 묘사 부분이 아쉽다”라는 비판도 받았는데요. 앞으로도 계속 소설 속 주인공인 이맥을 중심으로 차기작을 낼 예정인 만큼, 칭찬에 물들기보다는 비판을 보완하는 데 더 신경 써서 더욱 흥미진진한 범죄소설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Q. 1985년 경찰대학에 입교하면서 본격적으로 경찰과 프로파일러의 길을 걷기 시작하셨어요. 이 업을 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어릴 적부터 악을 무찌르고 정의를 실현하는 슈퍼맨이 되고 싶었지만, 다섯 살 때 빨간 보자기를 목에 두르고 계단에서 뛰어내렸다가 복합 골절을 당한 이후로 그 꿈을 접었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셜록 홈즈 시리즈를 접하게 되면서, 초능력 대신 현장의 증거와 과학적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고 정의를 지키는 직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때부터 셜록 홈즈 같은 인물이 되기를 꿈꿨고, 자연스럽게 경찰대학에 입교하게 됐습니다.
Q. 경찰로 일하던 중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오셨고, 이후 경찰대학 교수 생활을 하셨는데요. 후배이자 제자인 경찰대학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어떤 점을 강조하셨나요?
현장의 중요성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했습니다. 수사와 프로파일링의 출발점과 사건 해결의 힌트가 바로 그곳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당시 경찰대학에 없었던 범죄심리학 과목과 범죄프로파일링 과목을 개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뜻있는 학생들과 함께 범죄수사연구회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그리고 이상 동기 범죄가 발생한 사건 현장에 협조 요청을 해서, 수사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현장을 살펴보고 프로파일링을 수행함과 동시에 담당 경찰서의 수사 브리핑, 사건 회의 등에도 참석했죠. 상아탑 안에서 아무리 이론과 지식을 많이 습득한다고 해도, 실제 사건 현장을 모르면 자기만족 이상의 의미를 찾기 어렵습니다. 수업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이 점을 늘 강조했습니다.
Q. 프로파일링하셨던 수많은 사건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으신가요?
종종 받는 질문인데요. 그때마다 ‘모든 사건’이라고 답합니다. 프로파일링이 필요한 이상 동기 범죄나 흉악 범죄는 사건마다 고유한 특성이 있고, 이를 통해 각각의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사건의 말미에는 하나의 공통적인 장면이 존재합니다. 온 사회가 범죄자를 악마화시키고 맹비난한다는 것인데요. 물론 이들은 비난받아 마땅하고 엄중한 죗값을 치러야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앞으로 일어날 흉악 범죄를 막을 수 없습니다. 이상 동기 범죄를 일으킨 이들을 프로파일링해 보면, 어릴 때 부모로부터 학대받았거나 특정 사건으로 인해 주변 사람 및 세상과 단절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아이가 애정 어린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내고 세상으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면 이상 동기 범죄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이런 세상을 만들려면 부모와 이웃, 지역사회와 국가 모두가 아이들의 올바른 육아와 성장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와 국민을 이상 동기 범죄, 흉악 범죄로부터 지킬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Q. 모든 일이 그렇듯 프로파일링도 체력이 중요할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프로파일링이 정신적 노동이다 보니 강인한 체력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사실은 그 어떤 일보다도 체력이 중요합니다. 사건이 벌어지면 그에 따른 자료가 엄청나게 많고,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이 모든 자료를 샅샅이 살피고 분석해야 비로소 정확한 프로파일링 결과가 나오죠. 그러다 보니 프로파일링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집중력을 놓쳐서는 안 되는데요. 이때 발현되는 고도의 집중력은 바로 체력을 밑바탕으로 삼습니다. 체력이 약해 자칫 사건의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지나간다면, 논리력과 통찰력이 뛰어나더라도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체력 못지않게 적절하게 몸과 마음의 휴식을 취하는 일도 매우 중요합니다. 그래야 프로파일링할 때 사건과 자료에 더욱 깊이 몰입할 수 있으니까요.
프로파일링할 때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순간도 집중력을 놓쳐서는 안 되는데요. 이때 발현되는 고도의 집중력은 바로 체력을 밑바탕으로 삼습니다.
Q. 소장님은 몸과 마음의 체력을 기르기 위해 평소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신체적 체력은 운동밖에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혼자 운동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게으름을 부리거나 흐트러질 수 있죠. 그래서 저는 연구소 직원들과 같은 피트니스 앱을 쓰고, 하루의 운동량을 서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평일에 각자 정한 칼로리 이상을 활동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하죠. 그러다 보니 어떻게든 움직이게 됩니다. 헬스장을 가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인근을 한두 시간 걸어서라도 목표한 칼로리를 채우죠. 저는 이렇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재미있게, 때로는 반강제적으로 열심히 움직이고 있습니다(웃음). 정신적 체력을 기르는 방법도 신체적 체력 증진법과 유사합니다. 신체적 체력을 기르려면 일정 기간마다 한계치 이상의 운동이나 활동을 해야 하잖아요. 정신적 체력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단 1분씩이라도 집중하는 시간을 늘려나간다면, 어느새 몇 시간을 내리 일해도 지치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Q. 프로파일링 과정에서 범죄자들의 속 얘기를 끌어내야 하는 만큼, 대화의 기술도 탁월하실 것 같습니다. 평소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는 대화의 노하우를 소개해 주세요.
수사 면담 기법 중 ‘7:3 법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대화 중 상대방이 70%를 말하게 하고, 나는 30% 정도만 말하도록 이끄는 것인데요. 만약 상대방이 70%보다 적게 말하면 ‘이 사람은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 하는구나’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반대로 70% 이상을 말하게 하면 ‘내 말을 흘려듣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상대로 하여금 이런 생각을 불러일으키지 않는 비율이 딱 70% 정도라고 하죠.
이를 실천하려면 무엇보다도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경청의 자세를 갖춰야 합니다. 적절한 반응과 질문, 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표정과 행동도 중요하지만, 존중과 경청이 이뤄지지 않으면 그 효과가 반감되기 쉽습니다. 이 점만 명심한다면 흔히 말하는 라포(Rapport)가 잘 형성될 것이고, 대화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룰 확률도 높아질 겁니다.
Q. 소장님의 활동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금껏 해 오던 프로파일링과 연구소 운영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갈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를 덧붙이자면, 제 소설의 주인공인 이맥을 셜록 홈즈처럼 인상 깊은 캐릭터로 키우려 합니다.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해외에서도 이맥과 제 소설을 알게 되지 않을까요? 그날이 올 때까지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달리겠습니다.
프로파일러 표창원이 <With IBK> 독자들에게 전하는 메시지
IBK기업은행은 우리나라 경제의 원동력인 수많은 기업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 일은 임직원분들을 통해 이뤄지니, 결국 여러분 또한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그러니 자부심을 갖고 행복하게 일하셨으면 좋겠고, 나아가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노력하고 도전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표창원 프로파일러,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장
대한민국 대표 프로파일러. 경찰대학 졸업 후 형사, 교수, 국회의원 등을 두루 거치며 맡은 모든 일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의 소장으로서 일반인 대상 프로파일링 체험과 민간사건분석사 자격증 운영을 맡고 있으며, 한림대학교 융합수사학과 특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최근 범죄소설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