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K 패밀리

HOT Issue 2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
시선을 둘 때

최성임 작가
글 · 편집실   사진 · IBK기업은행

IBK기업은행 본점 로비가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건물 입구부터 기둥을 타고 흐르는 독특한 조형물에 시선이 사로잡힌다.
건물 내부로 들어오면 기둥 전체를 활용하며 공간을 장악하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다.
마치 기둥이 나무로 다시 태어나, 로비 공간이 하나의 숲이 된 듯하다.

  • #IBK아트스테이션
  • #최성임작가
  • #도시정원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시각 예술가로 활동하고 있는 최성임입니다. 여러 매체로 자유롭게 작업하고 있고, 그중에서도 설치작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실용적인 사물들을 활용하는데요. 특히, 소재의 물질성에 주목합니다.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이미지와 상징성을 통해 존재와 부재, 풍유(諷諭)와 환상 등 이중적인 양상이 담긴 설치 조각을 구성하며, 자전적인 측면을 띠면서 덧없음과 실체에 관한 이야기도 끌어내고 자 합니다.

<IBK 아트 스테이션>에 소개된 작품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이번 전시는 <도시정원>이라는 타이틀로 건물 외부와 로비를 설치작업물로 전환합니다. 이 작업은 저의 대표작인 <끝없는 나무> 시리즈의 연장선이기도 한데요. 망 속에 든 공들로 변화의 흐름을 연결하기도 하고 잠시 멈추기도 하는 등 특별한 지점을 만듭니다. 특히, 이곳 IBK기업은행 로비에서는 안과 바깥의 일정한 간격으로 배치된 기둥을 이용하여 울림을 연출합니다. 기둥을 감싸는 수많은 공과 네트의 구멍들은 마치 식물이 광합성하듯 공간을 덮고 있습니다. 또한 총천연색의 빼곡한 수직선들은 마치 나무처럼, 식물의 잎처럼 유기적인 구조를 띠고 있는 듯 보입니다. 천장에서 내려오는 작품이라 시간에 따라 빛, 바람, 사람들의 동선에 반응하며 매 순간 다르게 보일 것 같아요. 도심 속 빌딩의 로비에서 낯선 예술 혹은 사물의 숲을 만나는 경험을 하며, 가까이 있는 예술과 일상 속 작품의 시간을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육아를 하면서 작품을 만드셨다고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사실 육아와 작업을 양립하는 것이 작업 활동에 있어 약점 혹은 장애라고 생각했어요. 늘 작업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기억이 나요. 어디서든 작업을 하기 위한 제 나름대로 작업 루틴과 시스템을 만들려고 애썼던 것 같아요. 결국 시간과 작업 방법에 대한 고민이 이러한 작업을 하는 작가로 이끈 것 같아요.

바쁜 일상에서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저에게 작업은 항상 일상과 가깝게 맞닿아 있어요. 그렇기에 어디서든 작업을 놓치지 않고 지속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예술이 멀리 나부끼는 깃발처럼 무형의 세계가 아니라 발을 딛고 서 있는 이곳의 사물로 만든 ‘만질 수 있는 형태’로 표현하고 싶어요. 그래서 자연의 형태를 관찰하고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로 구성해 의미를 더해갑니다. 그래서 스쳐 지나가기 쉬운 찰나의 모든 사물, 장소, 시간의 색감들을 오래 관찰하려 해요. 예전에는 좋은 작업이 일상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생각했는데요. 요즘에는 역으로 저의 일상이 작업에 많은 영감을 주고 있어요.

IBK기업은행에도 많은 워킹맘이 있습니다. 같은 워킹맘으로서 직원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올해 8월,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과 <네 개의 사과와 하얀 테이블(선드리프레스)>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책에도 썼지만, 아이들을 방해꾼이자 제가 짊어져야 할 짐으로 생각한 적도 있어요. 하지만 돌이켜보니 그들은 제 예술의 섬세한 관찰자이자, 각자의 영역으로 성장하는 동료 그리고 동거인이더군요. 아이들과 함께한 나날들 속에서 저와 예술도 같이 자랐다는 느낌이 무척 감동이었습니다. 여러분들도 가족과 함께하는 순간을 기억하고, 소중히 여겨 지금보다 더 많은 발전을 이루시길 바랍니다.

RELATED CONTENTS

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