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성향은 물론 성격, 직·간접적인 경험, 생활 방식과 태도, 가치관 등 다양한 요소가 반영돼 한 개인의 소통 방식이 형성된다. 어린 시절의 양육자 등 친밀한 관계로부터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이해, 인정, 공감받은 경험 또한 영향을 미친다.
상대방이 처한 상황을 인지하는 ‘이해’, 정서적 반응을 가리키는 ‘감정’, 타인의 경험을 통해 비슷한 정신 상태로 들어가는 ‘공유’, 타인과 자신의 경험 간 차이를 인지하는 ‘피아 구분’을 포함한다. 가까이 다가가는 동시에 적절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공감에 해당한다.
소심하거나 말수 적고 섬세한 성향의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을 못해 고민을 호소하곤 한다. 자기주장이나 자기표현보다 상대방의 말을 수용하는 데 익숙해진 까닭이다. 갈등을 피하고자 자기표현보다 양보를 택한 것이 소통의 방식으로 고착화됐을 수 있다.
스스로의 생각을 인식하는 데서 시작해 자신이 겪은 일이나 상황에 대해 가깝고 소중한 대상과 대화하고, 인정과 공감을 받는 과정을 거친다. 대화자의 수효가 아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는 건강하고도 안정적인 관계 형성이 중요하다.
친밀한 이와의 소통에서 먼저는 자기 개방이다. 상대의 어떤 부분이 나에게 힘든 것인지, 어떤 부분을 고맙게 생각하는지, 어떠한 상황이나 일에 대한 내 생각과 감정은 이러한데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은 무엇인지 등 사안에 대해 나눌수록 관계의 친밀도는 높아진다.
흔히 부부나 연인, 가족 등 가까울수록 서로 조율하고 맞추려는 노력을 놓치기 십상이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물어볼 필요도 없다. 네 마음은 내가 꿰뚫고 있으니’처럼 지레짐작하거나 섣부르게 판단한다면 대화도 관계도 발전하기 어렵다.
이해, 인정, 공감받은 경험이 적을수록 ‘이런 말을 하면 저 사람이 싫어할 거야’, ‘이런 이야기를 하면 사이가 나빠질지 몰라’ 같은 두려움을 갖고 자기 검열을 반복한다. 일어나지 않은 일로 미리 염려하지 말고, 용기를 내 스스로의 생각과 감정을 인식하고 표현하자.
머릿속 생각을 간단 명료하게 표현하는 것부터 해보자. 생일을 맞은 나를 위해 연인이 꽃다발과 편지를 내밀었다면 “언제 이렇게 준비했어? 정말 고마워”라고, 연인이 생일을 잊고 지나쳤다면 “내 생일을 잊고 지나가니 실망스럽고 속상하다” 처럼 말하는 식이다.
“다그치면 말하기가 힘드니 기다려 줘”, “지금은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니 내일 다시 얘기해” 하면서 사이를 두었다가 대화를 재개하는 것이 좋다. 이런 주제의 대화는 잊고 넘어가거나 회피하지 않도록 한다.
서로의 생각을 나누고, 존중하는 시간을 보내야 소통의 문을 열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얘기한다고 해서 약해 보일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힘들 땐 힘들다고, 도움이 필요할 땐 도와달라고 하는 사람은 약한 사람이 아니니까.
타인에게 생각을 표현할 때 높은 기준을 부여해 어렵게 말하려고 하지 말자. 이야기를 전할 땐 한 번에 너무 많이 쏟아내지 않도록 한다. 서로 감당할 수 있고,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사소한 일이라고 해서 지나칠 수 없다. 소소하다고 생각해 전할 말을 못하면 이런 것이 누적돼 훗날 어떻게 불어날 지 알 수 없다. 다이어리나 노트에 생각을 정리해두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