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하루아침에
짠 등장하거나
영 처음 보는 유행은 아니다.
뉴 머니가 자수성가한 신흥 재벌이라면 올드머니는 부와 명예를 이어받은 상속자, 소위 ‘금수저’를 가리킨다. 불경기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며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는 최근의 사회현상을 배경으로 올드 머니에 대한 선망, 열망이 커진 데서 유행의 근거를 살필 수 있다. 패션은 물론이고, 시계 등 소품과 액세서리, 차와 오디오 같은 고가의 생필품, 승마와 테니스 등 취미 활동을 아우르는 올드 머니 시대가 요즘 라이프스타일의 한 축을 견인하고 있다.
‘살며시’+명품을 뜻하는 합성어이자 신조어. 브랜드 로고가 없거나 작게 표시돼 있고, 단조로운 색감, 수수한 디자인, 고급스러운 소재가 특징이며, 브랜드의 존재감을 드러내던 기존 트렌드와 구분된다.
로로피아나, 브루넬로 쿠치넬리, 더 로우, 르메르, 델보 등 ‘조용한 럭셔리’ 올드 머니 룩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이들을 꼽는 데 이견이 없을 테다. 절제된 색상과 고급스러운 소재로 럭셔리 스타일을 선보이는데, 가방이나 옷이나 좀처럼 로고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는다. 이처럼 올드 머니 룩은 실크, 캐시미어, 리넨 등 고가 소재는 물론 원색이 아닌 베이지·화이트·브라운 같은 튀지 않는 색상을 취한다. 오래전 상류층이 향유했던 취미인 승마, 요트 등을 즐길 때 입던 패션에서 발전한 까닭이다. 겨울 소재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캐시미어 소재가 한여름에도 인기를 끌었는데, 카슈미르 지역명에서 유래한 캐시미어는 산양에서 나온 털을 나타낸다. 부드러운 촉감, 뛰어난 보온성뿐만 아니라 통기성과 흡습성 역시 탁월해 사계절용 소재로 각광받으며, 생산량의 한계와 희소성 때문에 최고급 패션의 상징이 됐다. 참고로, 온라인 편집숍 29CM에서 지난 7월 한 달간의 검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검색량이 가장 많았던 소재는 능직으로 짠 천을 뜻하는 ‘트위드’였고, 실크와 캐시미어는 각각 전년 대비 37%, 60%가량 늘었다. 패션 관계자가 전하는 올드 머니 룩 스타일링 팁은 ‘고급스럽고 세련되지만 튀지 않고 티가 나지 않게 입는 것’이다. 좋은 소재와 유행을 타지 않는 실루엣이 특징인 이 유행은 아마도 올가을과 겨울까지 지속될 듯하다.
브랜드 로고가 거의 보이지 않는 단순한 옷차림에 시계, 벨트 정도의 액세서리를 더하는 차림이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올드 머니 룩이다. 특히 바지를 입을 때 벨트를 차는 건 가장 간편하게 포인트를 주는 방법인 데다 기능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허리춤이 내려가지 않게 해주는 건 물론 자유롭지만 포멀한 분위기를 연출하기 때문이다. 손목에서 위풍당당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시계 역시 클래식 액세서리 중 하나다. 제임스 본드가 요트로 해상을 달릴 때 핸들을 잡은 손목에 어김없이 감겨 있을 법한 스위스 제네바, 르 브라쉬스의 섬세한 기계식 시계나, 실제로 본드 영화 <카지노 로얄>에서 다니엘 크레이그가 착용한 오메가 씨마스터, 롤렉스 서브마리너, 파텍 필립 등은 고전주의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루투스 스피커와 헤드셋의 소비층은 30대, 하이파이 오디오의 고객층은 40, 50대 남성 고객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음악 감상에 진심인 사람들은 스피커, 턴테이블, 앰프에 투자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좋은 오디오로 들으면 전혀 다른 음악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성능 좋은 스피커로 음악을 듣다 보면 전엔 몰랐던 음이나 악기 소리가 불현듯 들리곤 한다.
돈이 들어 그렇지, 이보다 더 우아하고 고상한 취미는 없다. 수제 스피커와 텐테이블 등 하이엔드 오디오는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넘나든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오디오 시장이 성장하면서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커졌고,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얻게 된 사람들에게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도 사실이다. 볼보, 마세라티 같은 명차의 프리미엄 옵션으로 채택된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앤윌킨스’는 비틀스가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모니터할 때 쓰던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음악 애호가들에게 꿈의 오디오로 통한다. 유럽 상류층의 파티용 스피커로 이름난 ‘MLB’, 혼 타입의 스피커 ‘아방가르드 어쿠스틱’, 턴테이블 명가 ‘트랜스로터’, 50년의 헤리티지와 첨단 사운드 테크놀로지를 집약한 ‘마크레빈슨’도 있다.
지난해 기사에 따르면 럭셔리 자동차 브랜드 ‘듀센버그’가 국내 출시를 알렸다. 생경한 이름의 듀센버그는 100년 전 미국에서 설립된 하이엔드 럭셔리 카 브랜드로, 롤스로이스와 동급이었다. 1920~1930년대 전성기를 구가하며 부호, 왕족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1937년 도산, 이후 2차 세계대전 발발이란 시대를 따라 이름을 감췄다. 23년이란 짧고 굵은 세월, 듀센버그는 530여 대의 차를 생산했고, 이후 시간이 흐르며 클래식카 애호가 사이에 10억 원부터 100억 원대 가격에 거래돼 왔다.
전설 속의 드림카 듀센버그는 2023년 말 미국에서 전기차로 돌아온다. 이미 올해8월 한국 독점판매권 계약을 체결했으며 내년 후반기 진출을 앞두고 있다. 대기업에서 상표권을 사 부활한 명차 브랜드라면 가장 먼저 ‘부가티’를 떠올릴 것이다. 돈이 많다고 마냥 탈 수 없는 슈퍼카이자 브랜드에서 구매 희망자를 까다롭게 심사해 판매 여부를 선택한다는 그 대단한 차다. 심사 기준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는데, 심사 통과 후엔 예약금을 내라는 연락을 받고, 부가티로부터 항공권과 초대장을 받는다고 한다. 부가티를 타는 이들을 통해 추측할 수 있는 것은 부와 명예는 기본,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 일류의 성과를 냈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