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시작할 때 ‘난 잘할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드는가? 보통은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도 실패했는데, 나 역시 실패하면 어쩌지?’,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성공할 수 있을까?’처럼 부정적인 생각이 더 먼저, 더 많이 떠오를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인간은 누구나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우리는 흔히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보다 현재의 안정을 지키는 데 신경을 쓴다. 너무나도 소중한 나 자신을 실패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들은 현재의 나를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런 부정적인 생각으로 인해 오히려 미래를 바꿀 수많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과 머릿속에서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들을 어떤 식으로든 정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집 안도 정리해야 공간을 제대로 쓸 수 있듯 머릿속 생각 또한 정리해야 어떤 일이든 제대로 시작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복잡한 머릿속 생각을 잘 정리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막상 생각정리를 하려고 하면 무슨 생각부터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 몰라 머릿속은 더 복잡해지거나 하얘지기 일쑤다. 대체 생각정리가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 머릿속에 있는 생각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상대방의 머릿속은 물론이고 나의 머릿속조차 들여다볼 수가 없다. 그래서 생각정리는 집안 정리와는 다르다.
생각정리 개념을 정리하며 알게 된 정리의 원리 가운데 ‘나분배’가 있다. ‘나열, 분류, 배열’의 줄임말로, 모든 정리는 이 3가지 순서로 진행된다.
집 정리할 때를 생각해보자. 우선 집에 어떤 물건이 있는지 전부 꺼내 ‘나열’한다. 그런 다음 같은 물건끼리 ‘분류’한다. 옷정리를 한다면 여름옷은 여름옷끼리, 겨울옷은 겨울옷끼리, 그릇정리라면 밥그릇은 밥그릇끼리, 국그릇은 국그릇끼리 분류하는 것이다. 그다음 ‘배열’을 한다. 자주 입는 옷은 잘 보이는 곳에, 자주 쓰는 그릇은 손이 닿기 쉬운 선반에 우선순위를 생각해 배열하는 식이다.
집 안에 있는 쓰레기나 물건은 확실히 눈에 보인다.
보이는 물건을 버리거나 분류하거나 위치를 바꾸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집 정리는 대개 못한다기보다는 귀찮아서 하지 않는 쪽에 가깝다.
그런데 생각정리는 어떤가? 안 한다기보다는 못하는 쪽에 더 가깝다. 생각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정리하기가 어렵다. 알고 보면 생각정리도 집정리와 마찬가지로 ‘나분배’의 원리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스케줄관리를 생각해보자. 먼저 해야 할 일을 ‘나열’한 다음, 업무와 일상, 학업 등의 항목으로 ‘분류’한다. 그러고 나서 중요하고 긴급한 일 순서로 ‘배열’하면 된다. 이처럼 생각정리 또한 생각들을 나열하고, 분류하고, 배열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다만 이 과정을 눈으로 보지 못하니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것이다.
생각정리를 잘 못하는 사람들은 머리로만 정리하려 하지, 손은 좀처럼 활용하지 않는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에게 메모나 기록하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 물론 ‘오늘 점심에 뭐 먹을까?’ 같은 단순한 의사결정은 머리로 빠르게 정리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가 복잡해지면 어떨까? 회사의 문제 현황을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해 해결방안을 세워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머리로만 생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마치 수학문제를 풀 때 덧셈이나 뺄셈 같은 간단한 문제는 암산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숫자가 커지고 문제가 복잡해지면 머릿속 계산만으로는 답을 내기가 어려워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머리를 쓸 땐 손을 함께 써야 한다.
손으로 쓰면서 생각을 시각화하는 게 필요하다.
엑스레이로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기에 몸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듯, 머릿속을 들여다보면서 정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생각정리가 쉬워진다.
생각을 정리할 때 어딘가에 기록하면서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생각이 금방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뇌에는 작업 영역인 워킹메모리가 있다.
워킹메모리는 뇌에 입력된 정보를 몇 초 혹은 30초 정도의 짧은 시간만 보존하면서, 그동안 관련 정보를 바탕으로 사고하거나 계산하거나 판단하는 등의 작업을 한다. 정보처리가 끝나면 바로 삭제한 다음 새로운 정보를 집어넣는다.
이런 기억 시스템은 컴퓨터에 비유하면 훨씬 이해하기 쉽다. 하드디스크(HDD)는 뇌에서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곳과 같고, 램(RAM)은 일시적 저장소인 워킹메모리와 같다. 컴퓨터와 똑같은 정보처리 과정이 우리 뇌에서도 쉬지 않고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바로 기록해두지 않으면 나중에 다시 떠올리려고 해도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다.
생각의 휘발성을 알고 이해하고, 아이디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메모한다. 어디서든 메모할 수 있도록 준비해둔다. 심지어 샤워하면서도 기록할 수 있도록 샤워실에 녹음기를 두는 경우도 있다.
내게도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즉시 메모하는 습관이 있다. 잠을 자다가 꿈에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경우가 있어서 침대 옆에 메모장을 둔다.
가방에는 늘 작은 메모장이 들어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메모 관리 앱인 ‘에버노트’를 활용해 생각이 떠오르는 즉시 메모한다. 급한 경우 카카오톡의 ‘나에게 보내기’ 기능을 이용하기도 한다. 책을 읽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르면 여백에 메모하고, 이동 중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휴대전화의 녹음기능을 이용해 기록해둔다.
세상의 모든 위대한 결과는 메모로부터 시작되었다. 아무리 작은 아이디어도 모이면 큰 가치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나 역시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오늘도 메모를 멈추지 않는다.
여기서 잠깐. 그렇다면, 단지 메모와 기록을 많이 하면 생각정리를 잘할 수 있게 될까? 냉장고에 요리재료가 많다고 요리가 저절로 뚝딱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맛있는 요리를 만들려면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생각, 정보, 지식, 아이디어 등)는 기본이다. 여기에 요리 도구(생각정리 툴)와 레시피(생각정리 방법)가 있어야 한다.
생각정리에는 ‘생각을 비우는 정리’, ‘생각을 보관하는 정리’, ‘생각을 설계하는 정리’가 있다.
지금 말하고 싶은 생각정리는 단순히 비우기만 하는 정리가 아니다. 그저 많이 수집하고 보관하는 정리도 아니다. 생각을 더 쓸모 있게 만들어내는 정리, 즉 ‘생각을 설계하는 정리’다. 그런데 생각 설계는 단순히 머리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디자이너가 포토샵이나 일러스트 같은 툴을 사용하듯 생각을 설계하고 정리하기 위한 생각정리 툴(tool)이 있어야 한다.
생각정리스킬은 한마디로 ‘생각정리 툴과 원리를 활용해 기술적으로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생각정리스킬을 터득하고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원하는 만큼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고, 목표와 계획을 체계적으로 세울 수 있고,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는 국내·외에 이미 300가지가 넘게 나와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생각정리의 필요를 느끼고 관심을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 가운데서 생각을 설계할 때 사용하는 툴은 무엇이 좋을까?
생각정리 툴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해봤다.
우리의 말, 글, 행동은 모두 생각에서부터 시작된다.
두서없이 생각하면 말 역시 두서없고, 아무렇게 생각하면서 글을 쓰면 글에서 논리를 찾기 어렵다.
생각이 복잡하면 행동 또한 산만해져 좋은 성과를 내지 못한다. 일단 머릿속의 생각을 잘 정리해야 목표 설정도, 시간 관리도, 문제 해결도, 아이디어 기획도 잘할 수 있다.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게 되면 부정적인 생각을 긍정적인 생각으로, 쓸데없는 아이디어를 쓸모 있는 아이디어로 바꿀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을 ‘그냥 떠오르는 것’,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것’,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믿어 왔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을 통제할 수 있다. 원하는 만큼 생각을 구체화하고 체계화할 수 있다. 얼마든지 쓸모 있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으며, 어떤 문제든 멋지게 해결할 수 있다. 우리의 뇌는 무한한 능력을 갖고 있으며, 생각한 대로 이뤄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이처럼 생각을 제대로 정리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나와 세상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