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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드로 촉발된
세기의 대결

글 · 고현 프리랜스 에디터

메타(Meta)의 마크 저커버그가 선보인 ‘스레드’가 연일 화제다. 7월 5일 출시 이후, 단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넘어섰다. 일런 머스크는 트위터의 로고와 네이밍을 바꾸며 반격에 나섰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승부를 벌이는 두 사람은 실전 격투도 예고한 상태다. 실리콘밸리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온 저커버그와 머스크가 이토록 대결에 목매는 이유는 무엇일까?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실전 결투

세기의 대결 혹은 돈 많은 괴짜들의 기행인 걸까. 지난 6월부터 전 세계 경제 뉴스와 커뮤니티를 오르내린 이슈가 식지 않고 이어지는 중이다. ‘테슬라’의 일런 머스크와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가 ‘현피(현실에서 직접 싸움을 하는 것을 일컫는 인터넷 은어)’를 앞두고 설왕설래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를 기반으로 전기차와 소셜 미디어에서 입지전적의 성취를 이뤄온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결투는 분명 초미의 관심사다.

두 사람의 결투는 메타가 트위터의 대항마로 스레드를 출시한다는 소식에 머스크가 “무서워 죽겠네”라고 비꼬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며 시작됐다. 한 트위터 유저가 “저커버그가 주짓수를 한다는데 조심하라”는 글을 남기자 머스크는 “나는 철창 싸움을 할 준비가 돼 있다”라고 응수했다. 이에 저커버그가 인스타그램에 “위치를 보내라”며 대결에 불을 지폈다. 머스크는 “라스베이거스 옥타곤”이라 답을 남겼고 농담처럼 시작된 두 사람의 대결이 현실 속 결투로 이어지게 됐다.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설전을 관전하던 각국의 네티즌과 미디어들은 저마다의 분석을 내놓느라 분주하다. 머스크의 체격이 월등히 크지만, 저커버그는 체력에서 우위를 보일 거라는 전망. 여기에 주짓수 등 각종 격투기 대회에 참여한 이력을 고려했을 때 저커버그가 우세할 거라는 격투기 전문가의 의견도 뒤따른다. 최근에는 머스크가 이번 결투를 ‘엑스(트위터)’에 생중계하고 수익금은 참전용사 자선 단체에 기부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저커버그는 결투 날짜를 8월 26일로 제안하며 결투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의 옥타곤 격투기가 현실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두 CEO가 현피 이슈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사실 두 사람은 현피와 별개로 이미 승부를 벌이는 중이다. 결투의 촉매를 일으킨 저커버그의 스레드와 이름부터 로고까지 모두 바꾼 머스크의 엑스를 내세워서 말이다. 이들 플랫폼의 성패에 따라 두 사람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메타와 엑스의 비전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들 플랫폼의 성패에 따라 두 사람의 행보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메타와 엑스의 비전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



트위터의 대항마로 등장한 스레드

스레드의 등장은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가 결정적 계기가 됐다. 2022년 10월 머스크는 루머로 떠돌던 트위터 인수를 전격 실행했다.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 미디어의 후발 주자에 의해 고전하던 트위터 이용자로서는 분명 환영할 만한 뉴스였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은 인수 직후 냉담하게 식어버렸다. 머스크는 경영을 직접 진두지휘하며 구조 조정을 앞세워 트위터 직원의 80%를 해고했다. 이어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고, 사용자의 게시물 수를 제한하며, 기존 이용자의 반발을 일으키는 정책을 연거푸 발표했다. 이때만 해도 저커버그는 머스크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실리콘밸리에 적재된 인력 조정을 은근히 반긴 덕분이다.

그러나 저커버그는 곧 태세 전환에 나섰다. 인스타그램 최고 경영자 아담 모세리와 함께 흔들리는 트위터의 대항마가 될 서비스를 기민하게 준비했다. 그렇게 단 7개월 만에 등장한 플랫폼이 스레드다. ‘트위터의 카피캣’이라 불리긴 했지만, 스레드의 등장은 분명 화려했다. 출시 5일 만에 가입자 1억 명을 돌파했는데, 이는 챗GPT가 두 달에 걸쳐 이룬 성과이기도 하다. 메타가 소유한 인스타그램과의 연동은 확실한 이점이 됐다. 기존 소셜미디어 이용자는 물론, 새로운 이용자들도 빠르게 유입됐다. 과시용 이미지와 광고 콘텐츠에 지친 이용자들은 텍스트 기반의 스레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다. 게다가 머스크의 기행으로 표류하던 트위터 난민에게 스레드는 꽤 이상적인 도피처로 보였다.

머스크는 이런 상황을 그대로 방치하지 않았다. 그는 트위터에 대항마를 자처하는 스레드가 등장한 뒤, 이용자들의 이동을 우려하며 규제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을 우선시한다는 기존 경영 방침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머스크에 인수된 뒤 혐오 표현 증가와 이로 인해 50% 가까이 추락한 광고 매출이 숙제로 남아 있다. 최근 그가 월간활성이용자 5억 4,000만 명을 넘어섰다고 과시했지만, 이는 스레드가 출시하기 이전의 수치다. 머스크는 좀 더 분명한 변화를 천명했다. 가시적인 변화를 원했다. 그리하여 그는 트위터의 상징인 파랑새 대신 알파벳 ‘X’를 활용한 새 로고와 네이밍을 전격 발표하며, 트위터의 사명을 엑스로 변경했다. X는 머스크가 유독 애착을 보인 알파벳이기에 향후 엑스를 자신의 중추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기존 소셜 미디어의 기능은 물론, 은행과 결제 프로그램 등 확장된 서비스도 예고했다.

트위터의 과감한 변신과 함께 스레드는 다시 주춤하는 추세다. 최근 이용자 이탈이 눈에 띄게 가속화되고 있다. 스레드의 일일활성사용자(DAU)는 7월 초 4,400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을 거듭하다가 7월 말 기준 800만 명 정도로 쪼그라들었다. 정점 대비 약 80% 급감한 수치다. 저커버그는 스레드 내 검색과 웹을 통한 접근성 향상 등 여러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하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어쩌면 둘의 실전 대결은 영원히 성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레드와 엑스의 성패가 확연히 갈릴 때까지
둘의 설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스레드와 엑스의 향방

스레드가 새로운 소셜 미디어로 정착하려면 스레드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같은 미디어에 비해 자신의 일상과 아이디어를 부담 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인터페이스는 분명 스레드의 강점이다. 메타의 기존 플랫폼과 달리 웹 링크를 자유롭게 추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이미 트위터(현 엑스)에서 구현한 기능이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스레드 사용자들은 의문을 갖는다. 과연 내가 스레드를 해야 할 이유는 무엇일까? 실시간 타임라인으로 이어지는 타인의 텍스트를 감상하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남기는 행위에서 새로운 경험을 느낄 여지는? 글쎄.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저커버그는 단지 휘청거리는 트위터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 스레드를 띄운 걸까? 스레드를 통해 궁극적으로 얻으려는 것은 무엇일까? 일단 메타 입장에서는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했을 것이다. 이미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기존 플랫폼들로부터 최대한 이탈자를 막고 신규 유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플랫폼 비즈니스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스레드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만들어내는 것은 메타와 저커버그 앞에 놓인 새로운 미션이자 비전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대결은 이미 치열하게 진행 중인 것이나 다름없다. 저커버그는 사명을 야심 차게 바꾸며, 메타버스에 대한 의지를 강하게 불태웠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했다. 테슬라에 이어 스페이스X로 미래산업을 선점한 머스크는 트위터로 성공 가도를 이어가고 싶지만, 상황이 녹록하지만 않다. 결국 스레드와 엑스의 대결을 통해 두 경영자는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는 옥타곤에서 펼치는 결투보다 더 중요하다. 어쩌면 둘의 실전 대결은 영원히 성사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스레드와 엑스의 성패가 확연히 갈릴 때까지 둘의 설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 누구도 끝장내기 힘든, 참 묘한 대결이다.



고현 <론리플래닛 매거진 코리아>, <파인더스 매거진> 편집장을 거쳤으며, 다채로운 주제를 남다른 시선으로 소화해 글을 쓰는 자유 기고가다.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사소한 시도라는 의지를 담은 싱글몰트 위스키 시음실 겸 디자인 잡화점 ‘무용소(@mooyong_so)’를 서촌에서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