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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VESTMENT

2023
3분기 경제 및
금융시장 전망

글 ·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
이번 여름 이전 금융시장이 보여주었던 것처럼 9월 이후 금융시장은 여전히 변동성이높고 불안정한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기대와 불안이 주기적으로 엇갈리는 투자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바닥을 벗어나는 경기 vs. 예상보다 길어지는 미 연준 긴축 부담과 중국 불안

우리나라 경제는 지난 1분기를 바닥으로 점차 반등하는 흐름으로 판단되는데, 3분기부터는 이 흐름을 경제지표로 확인하는 시기이다. 경제지표의 점진적인 개선은 투자자들에게 기대감을 심어 주고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비중을 늘리는 명분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만만치 않은 불안 요인이 투자자들의 발목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과 미 연준을 비롯한 주요 중앙은행들의 긴축 기조가 완화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이어짐으로써 높은 시장 금리가 유지되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여러 요인이 투자자들을 불안하고 부담스럽게 만들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 또한, 실망스러운 중국의 경제지표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격해지며 다시 꿈틀거리는 국제원자재 가격 등 글로벌 경제의 불안 요인도 산재해 있다.

따라서 위험자산 투자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지만, 지나치게 안전자산 일변도일 필요는 없다. 주식은 지금의 비중을 유지하되 안정적이고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당분간 금리가 지금 수준에서 크게 하락할 가능성은 적어 보이나, 내년 이후에는 경기나 통화정책 방향이 금리가 하락하는 쪽으로 변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도가 높은 채권 비중은 늘릴 필요가 있다. 해외투자의 경우, 환율 변동성이 상반기만큼 클 가능성이 높으니, 이를 감안한 투자 판단이 필요하다.



주식 포트폴리오는 방어적 구성이 필요

먼저 우리나라의 9월 이후 경제 흐름은 경기는 ‘상저하고(上底下高)’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경기 흐름에 대해서는 우려가 높지만 경제성장률 흐름을 보면, 지난 1분기 0.3%(전기대비)를 저점으로 하여 2분기 0.6%로 약간 반등하며 3분기에는 성장률이 전기대비 1% 수준으로 회복될 전망이다. 상반기보다 수출과 민간소비 등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림 1. 우리나라 선행경제성장률 컨센서스는 최근 반등 → 순환적인 경기사이클이 금년 상반기 저점을 다지고 반등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자료 : Bloomberg, 한국은행, IBK투자증권

수출부문의 회복세는 완만하게 지속되며 하반기 성장률 회복을 이끄는 주된 동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는 기대보다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나타난 경제 흐름을 보면 침체 우려는 자취를 감추었고 성장률 전망치는 지속적으로 상승해 지난해보다 약간 낮은 수준까지 상승해 있다. ‘초과저축’으로 대변되는 유동성이 지속적인 소비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의 초과저축은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해 가계에 지급한 대규모 이전 소득을 이야기하는데, 올해 말까지는 잔고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 즉, 미국과 유럽의 경기 흐름은 올해 말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이는 우리 수출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수출의 또 다른 축인 중국의 경우 기대보다는 실망이 크다. 하지만 중국경제 역시 지난해 4분기를 저점으로 완만한 반등 추세에 있다. 중국의 고용과 소비 심리가 워낙 위축되어 있어 ‘리오프닝’ 효과에 대해서는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난해보다 높은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또한, 지난 3월 이후 지속되는 경기부양이 중국경제에 누적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영향들이 모여 지난해 3% 성장했던 중국경제는 올해 5%대 후반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반등폭만큼 우리나라의 수출 역시 지난해보다는 반등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부문의 반등 폭도 상반기보다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도 소비 경기는 걸림돌이 많은 상황이지만, 이번 경기 둔화기에는 우리나라 가계의 고용과 임금 둔화가 크게 일어나지 않고 소비 여력 역시 크게 훼손되지 않아 소비 경기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 오히려 자산가격 상승과 중국 관광 수요 등이 내수 경기를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가계 자산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부동산 경기는 상반기를 저점으로 점차 반등 기대를 높여가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크게 증가한 가계 부동산 담보대출은 이 기대를 더욱 극명하게 보여준다. 앞서 언급한 중국 관광객의 증가 여부도 중요한 관점 포인트인데, 최근 중국정부가 우리나라에 대한 단체 관광을 전격 허용함으로써 그 기대가 커지고 있다.

발표되는 경제지표가 상반기보다 양호하다는 것은 기업들의 실적 역시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투자와 관련한 불안요인이 만만치 않게 포진해 있고 하반기 경기 반등 국면이 내년 이후에도 이어질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자산 내에서의 투자 방향은 조금 더 안정적으로 가져갈 필요가 있다. 금년 상반기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주가지수 흐름만을 놓고 보면 안 좋은 시장이었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주가지수의 반등과 달리 많은 투자자들이 이익을 보지 못하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2차 전지 주식들을 중심으로 큰 쏠림이 나타나는 장세이기 때문이다.

상반기 테마주식들에 투자자들의 쏠림이 컸던 이유를 분석해 보면, 이번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103조원 내외로 추산되는 우리나라 초과저축 추정 금액(당사 5월 추정치, 한국은행은 101조~129조 원 수준으로 추정)에서 알 수 있듯 시중에 돈(유동성)이 여전히 많은 상황에서 경기 흐름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고 투자자들의 눈높이(기대 수익률)는 크게 낮아지지 않은 데 따른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하반기 주식투자는 과도한 눈높이를 자제하고 방어에 비중을 두는 방향으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예상보다 양호한 미국 경기, 신용도가 높은 안전자산에 포커스를

경제지표의 하반기 반등에도 불구하고 금융시장의 투자 환경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시장의 강세를 제한하고 불안감을 높이는 여러 요인이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통화당국의 긴축기조가 하반기에도 완화되기보다 지속되거나, 조금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 연준의 긴축기조를 계속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 통화정책 결정에 대한 불확실성과 긴축 지속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는 경기침체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경제가 아직 뜨겁기 때문이다.

그림 2. 7월 중순 이후 미 연준에 대한 매파적 기대는 더 강화되는 모습(선물시장에 반영된 미 연준금리 확률)
자료 : Bloomberg, CME, IBK투자증권

올해 미국경기의 흐름은 수수께끼 같다. 금년 초 미국경기는 여러 불안요인들이 더욱 부각되는 모습이었지만, 올해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치(컨센서스)는 지난 1월 0.4%에서 최근에는 1.4%까지 올라와 있다. 최근 발표된 실제 경제지표들은 침체와 거리를 두는 모양세다. 이를 종합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가 미국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의 흐름이다. 미국경기선행지수의 흐름은 이미 침체가 현실화되어야 하는 수준으로 하락해 있고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우려와 달리 미국 GDP 성장률은 쉽게 마이너스로 내려가지 않고 있으며 이런 실물지표의 종합지표인 동행지수도 횡보하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견조한 실물지표의 중심에는 미국소비지표가 있고 기대보다 양호한 소비의 근간은 견고한 노동시장의 강세유지에 있으며 양호한 소비의 결과물은 기대만큼 가파르게 하락하지 않은 물가지표라 할 수 있다. 연준과 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이유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미국경기에 대한 우려와 불안을 반영하는 선행지표와 우려만큼 악화하지 않고 있는 동행지표의 괴리를 만들어내며 경기국면과 향후 전망에 대한 판단을 어렵게 만드는 본질적인 요인은 ‘초과저축’이다. 누적된 초과저축은 지난해 이후 지속 감소하고 있으나 여전히 상당한 규모(고점 대비 약 30% 정도)가 남아 있다.

이를 통해 판단해 보면, 올해 미국경제는 양호한 지표를 보여주며 실제 경기침체에 노출되는 시점은 내년 초반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고, 미 연준의 금리 인하도 올해 하반기보다는 이 시기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그림 3. 초과저축의 규모가 인플레이션 압력과 연동되어 있다면 초과저축 비중이 높을수록 통화긴축의 강도도 높음을 의미
자료 : IMF, Fed, IBK투자증권

중앙은행의 긴축이 하반기 중에도 완화되기보다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경우에 따라서 조금 강화될 가능성도 있다면, 하반기 중 시장 금리는 지금 수준보다 크게 하락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강한 소비 수요에 의해 양호한 경기지표와 상대적으로 더딘 물가지표 둔화가 수반되고 있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고금리 압박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고금리 상황은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지속되는 고금리가 다른 불안 요인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2022년 말 기준 미국은행 부문의 미실현 채권평가손실규모는 자기자본 대비 28.1% 수준이다. 미 연준의 은행권에 대한 유동성 지원정책 역시 이 부분에 집중된 만큼, 금리가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면 미실현 채권평가손실 문제가 지속적으로 은행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일부 은행들은 계속 유동성 위기 압박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 문제가 해결되려면 결국 금리가 하락 국면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고 이는 향후 미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에 달렸다. 고금리 상황에서 신용위험이 잔존해 있는 만큼 신용도가 높은 채권에 대한 투자가 더 유리한 국면이다.


해외투자 시 환율 변동성에 대한 고려가 필요

중국과 관련한 여러 불안요인이 지속되고 향후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은 투자자 입장에서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이다. 앞서 중국의 경제지표 역시 상반기보다는 하반기에 더 나은 지표가 발표될 것이며 이 부분이 우리나라 경제지표에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이 흐름이 금융시장 투자심리에 얼마만큼 그리고 어떻게 반영될지는 불확실하다. 기대와 현실의 괴리가 크기 때문에 중국경제지표가 조금 개선된다고 하더라도 실망감이 더 크고 중국경제가 안고 있는 불안감이 더 크게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림 4. 최근 들어 크게 대비되는 중국과 미국의 경제서프라이즈지수(ESI) 흐름 → 중국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더 두드러지게 보여주고 환율에도 영향을 미침
자료 : Bloomberg, IBK투자증권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중국 경제 서프라이즈 지수(Economic Surprise Index)와 헝다그룹 사태 이후 2년 여 만에 재현된 중국 부동산 개발기업들의 디폴트 우려다. 경제서프라이즈지수는 시장에 형성되어 있는 기대치에 대비해서 발표되는 경제지표들이 기대치를 상회하는지, 하회하는지를 집계해서 지수화한 것이다. 지수가 0보다 크면 기대치를 상회하는 경제지표가 많음을 의미하고 지표가 0보다 작으면 반대로 기대치를 상회하는 지표보다 기대치를 하회하는 지표가 더 많음을 의미한다. 지난 5월 이후 이 지표는 매우 가파르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5월 이후, 높은 기대가 그에 비례하는 실망감으로 반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중국 부동산과 관련한 불안은 조금 더 본질적인 우려를 자극한다. 최근 중국 부동산 개발회사 매출액 기준으로 5위 안에 드는 대형 개발업체 비구이위안(Country Garden)이 달러채권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서 디폴트 우려가 나오며 금융시장 불안을 높이고 있다. 과거 헝다그룹 사태의 처리 과정을 보면 이번 문제가 중국 금융시스템의 위기로까지 치달을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중국 금융시장 자체가 우리나라나 서구와 달리 개방 폭이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 정부의 금융기관 장악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구조적인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난 1년 동안 중국 정부는 나름대로 부동산과 관련한 여러 부양책을 발표하고 금리도 꾸준히 인하해 왔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자체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는 점은 그동안 누적된 불균형이나 문제점이 그만큼 크다는 반증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만큼 중국도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경기하방압력이 지속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투자심리를 계속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그림 5. 코로나 팬데믹 국면에서 원화 환율 변동을 가장 잘 설명하는 변수가 미국 통화정책에 대한 기댓값인데, 최근 이 기대는 빠르게 상승 중
자료 : Bloomberg, IBK투자증권

우리나라는 중국과 상당히 밀접한 경제 관계를 형성하고 있어 중국경기의 변동 자체가 우리나라 경기나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중국의 외환시장이나 자본시장의 개방 폭이 크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과 경제적 연관성이 높고 중국보다 개방 폭이 큰 우리나라 시장을 중국의 대용시장으로 인식하는 경향도 있다. 이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인 중국보다 우리나라 환율이 더 크게 움직이기도 하는 것이다. 중국의 불안 심화는 우리나라 원화 역시 약세 압력이 더 팽배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환율 불안을 더 자극하는 것은 양호한 미국경기의 흐름이다. 이는 미국 자산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뿐 아니라 미국 금리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함으로써 우리나라나 중국으로부터 미국으로의 자금 이동을 더 가속화하는 요인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환율은 상승 압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고 환율 수준이 높아지는 만큼 경제지표나 이벤트에 반응하는 환율 변동의 위험도 더 상승할 수밖에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나라 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데, 9월 이후에는 투자를 결정하는 데 있어 크게 높아진 환율 변동성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