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역사의 해남 유선여관과 낙산 성곽길, 서촌의 한옥까지 전통의 작은 집, ‘별서(別墅)’가 핫하다. 별서란 농장이 있는 부근에 한적하게 지은 집이라는 뜻인데, 농사짓는 데 편리하도록 논밭근처에 간단하게 지은 농막(農幕)과는 또 다른 개념이다. 상주하는 주택이나 거창한 별장과 달리 간소하게 지은 기능과 미감의 조화가 매력적이다.
별서에서의 삶은 모든 도시인의 로망인 ‘아웃도어 라이프’로 축약된다.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거창한 건축이나 귀농 부담 없이 당장 도전해 볼 만한 작은 주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도 크게 늘고 있다. 캠핑처럼 새로운 생활을 경험하면서, 안전하고 쾌적하게 살 수 있는 집이 자연스레 바깥(아웃도어)에서 안(인도어)으로 스며든 경우다.
‘덱 스테이션’이란 야외 덱 공간도 금상첨화다. 집의 입구와 연결된 아기자기한 이 공간은 집과 자연의 완충지대이면서 다양한 기능을 품고 있다. 일종의 삶터이자 쉼터, 동시에 일터이자 텃밭으로 활용도가 높아 집에 머물며 생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작은 집의 가치와 활용법을 상상하게 하는 일종의 콘셉트 하우스로서 현대판 별서가 주목받는 이유다. 자연을 곁에 두고 각자의 스케일에 꼭 맞춘 작은 집이 모이고 터전을 이루면 어느새 사람에게도 자연에도 이로운 새로운 주거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별서는 그 존재 자체로 트렌디한 주거문화를 설명해주고 있다.
협소주택(狹小住宅)은 단독주택 중에서도 바닥면적이 아주 작은 것을 말한다. 일명 ‘꼬마주택’이라고도 부른다. 특히 일본,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처럼 좁은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필요가 있으나 문화적 이유로 공동주택에 대한 거부감이 있거나, 지반상의 이유로 용적률을 올릴 수 없는 나라에서 발달한 트렌디한 주거문화다. 이 외에도 기존에는 중대형 주택이 선호되던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에서도 2010년대 접어들며 대도시권들을 중심으로 급격히 지대가 오르며 협소주택의 인기가 크게 오른 상황이다.
협소주택도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생긴 현상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작은 부지에 옆(가로)이 아닌 세로(위로)로 지어 공간을 활용할 수 있게 만든 주택이다. 사람들과 같이 사용하는 주택이 아닌 온전히 나만이 사용하는 주택이라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요즘 서울, 수도권의 아파트보다 작은 부지를 구매해 직접 짓는 것이 금액 면에서 저렴해 더욱 인기를 끌고 있다.
협소주택은 세로로 건물을 짓기 때문에 복층의 구조를 띤다. 협소주택의 다양한 내부 디자인은 그래서 1층 거실, 2층 주방, 3층 방 등 공간을 다르게 구성한다. 주택의 외관과 내부도 자신의 맞게 동선을 만들 수 있고, 색다른 분위기에서 생활할 수 있는 다양한 장점들이 있다. 가로로 넓지 않아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좁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수납공간을 최대화시키면 더욱 넓게 사용할 수 있다.
주거 디자인 분야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매우 작은 집이 주거의 미래로 떠오르고 있는 것. 일명 ‘작은 집 짓기 운동’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서구권에서 ‘타이니 하우스 운동’은 아주 작은 집을 지어 공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사회 운동을 말한다. 테슬라의 수장, 일론 머스크가 대표적이다. 그는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 사업을 하면서 텍사스 보카치카에 있는 작은 집을 임차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트위터에 “작은 집에서 사는 게 더 집다운 느낌이 든다”고 밝혔을 정도로 타이니 하우스 운동의 얼리어답터다.
소비지상주의의 대척점에서 미니멀리즘과 비워내기가 시대의 정신이 된 것과 마찬가지로, 타이니 하우스 운동도 걸맞은 때를 제대로 만났다. 공간과 물건을 더 적게 소유하면 보다 중요한 것을 위한 여백이 생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타이니 하우스는 건축 자재도 덜 들 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에너지 사용도 20~30%만 사용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심지어 태양광 패널이나 풍력 발전을 설치하면 에너지 자급자족도 가능하다. 이동성을 고려해 설계됐기에, 자연과 가까운 곳에 짓기도 쉽다. 경제적이고, 이동이 가능하고, 친환경적이고, 공동체 친화적이고, 담보 대출이 필요 없는 집. 주거의 미래, 타이니 하우스를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