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 속에서 하는 선택과 결정부터 의식의 흐름에 맞춰서 의지를 갖고 하는 선택과 결정까지 하루에 평균 150번을 한다고 하면 인간의 평균 수명을 80세로 했을 때 우리는 살면서 4,380,000번의 선택과 결정을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4,380,000번이라는 선택과 결정이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나의 인생을 만든다는 얘기다. 우리는 인생에서 많은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마주친다. 장 폴 사르트르가 “인생은 B(Birth)와 D(Death) 사이의 C(Choice)다”라고 말했듯이 우리의 인생은 무수히 많은 선택과 결정의 연속에 있다.
필자는 선택과 결정에 후회를 많이 하는 편이다. 선택과 결정도 잘 못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으로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했다고 해도 항상 뒤늦은 후회를 하는 성격이었다. 지나간 버스는 돌아오지 않는데도 말이다. 어느 날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지인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정신 차려!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데 왜 그것 때문에 현실과 미래를 못 봐!”
맞는 말이다. 틀린 말이 하나도 없다. 인생은 현재 진행형인데 왜 나는 선택과 결정을 하면 항상 후회했을까? KBS 2TV에서 방영됐던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정확히 몇 회인지 모르지만 당시 사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MC이었던 신동엽 씨가 한 말이 아주 인상 깊었다. “인생은 선택밖에 없다. 그 선택에 대해 책임지고 살아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말이 가슴속 깊이 들어왔다. 그리고 생각을 해봤다. ‘내가 지나간 선택과 결정에 매달려 있을 때 내가 놓친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나는 왜 나의 선택과 결정에 확신이 없을까?’, ‘나는 무엇이 걱정돼서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이 질문의 답은 바로 나 자신에게 있었다. 나는 내가 한 선택과 결정에 자신감이 없었고,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너무 신경 썼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몰랐고, 또 그것을 표현할 줄도 몰랐다. 결론적으로 나는 ‘나’라는 사람을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필자는 곧 마흔을 앞두고 있다. 마흔을 앞둔 성인 남자가 ‘나’를 잘 모른다고 하니 의아해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정말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을까?’ 나는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지 말할 수 있는 순간은 아마도 취업이나 이직을 위해 면접관 앞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나 자신을 안다는 것은 선택과 결정에서 아주 중요하다.
우리는 살면서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요구에 맞춰서 살아왔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을 위해, 학창 시절에는 주변 친구들과 선망하는 누군가를 위해, 직장 생활에서는 회사에서 주어진 직급과 역할, 상사와 부하 직원의 시선에 맞춰서, 가정생활에서는 아내와 자식을 위해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나의 기준보다는 타인의 잣대에 맞춰서 사는 삶이 편해졌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닌 남들이 바라고 원하는 것과 그들이 만족해하는 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라는 착각을 하면서 점점 수동적으로 나 자신을 잃어버린 채 살아왔다. 이러한 수동적인 삶이 선택과 결정의 순간에 맞닥뜨렸을 때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하는지, 선택지 중에서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를 몰라서 후회하는 결과를 만들게 된다. 그렇다면 나를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선택과 결정은 타이밍이다》 책에서 아주 간단하고 누구나 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나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김유진 작가가 쓴 《지금은 나만의 시간입니다》에 보면 “우리는 혼자가 되어야만 진정한 나를 만날 수 있다”라는 문구가 있다. 다른 사람의 방해 없이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할 시간이 필요하다. 혼자 하는 산책, 혼자 하는 티타임, 혼자 하는 여행, 혼자하는 명상 등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내가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 시간은 나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나는 누구이고,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지금 고민하고 있는 여러가지 선택지 중에서 어떠한 선택지가 나에게 더 이로운지 알 수 있게 된다.
둘째, ‘쌈! 마이웨이!’ 마인드 갖기다. 2017년 7월에 종영된 드라마 <쌈, 마이웨이>에서 박서준 배우가 이런 말을 한다. “인생이 꼭 대책이 있어야 하나? 어차피 랜덤이면 냅다 고(go)!” 맞다. 선택과 결정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못 먹어도 일단 고(go)!’의 마인드가 필요하다. 내가 내린 선택과 결정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고, 크게 고민하지 않고 쉽게 내린 선택과 결정이 아주 좋은 결과를 가져왔던 경험을 한 번씩은 해봤을 것이다. 선택과 결정 이후의 결과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잘못된 결과를 가져왔다면 그 결과에 책임지고 보완 및 수정해서 잘 되게 하면 되는 것이고, 좋은 결과였다면 ‘아! 내가 선택과 결정을 참 잘했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어떡하지’ 전전긍긍할 필요 없이 ‘못 먹어도 일단 고(go)!’의 마인드가 꼭 필요하다. 셋째, 습관 만들기이다. 작심삼일도 10번 하면 한 달이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못 먹어도 일단 고(go)!’를 실천하고 습관화하는 것이 쉽지 않다. 실패했으면 다시 하고 그래도 실패했다면 또다시 하고. 이렇게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선택과 결정 앞에서 당당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제 선택과 결정 앞에서 당당해져야 한다. 나의 힘으로 나의 의지로 내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택과 결정의 순간 5가지 마인드를 꼭 기억하길 바란다. 첫째, 나의 모든 선택과 결정을 긍정하라. 선택과 결정 후의 결과는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걱정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전혀 없다. ‘나의 선택과 결정은 옳다. 나는 최선의 선택과 결정을 했다. 그래서 후회 없다’고 스스로 자기 긍정을 통해 선택과 결정에 자신감을 가지길 바란다.
둘째, 단순하게 생각하라. 선택과 결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너무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려움은 물론 자기 확신의 부정에서 오는 경우도 있고, 정말 많은 선택지와 조건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면 선택과 결정을 하기 전에 펜과 종이를 꺼내서 머릿속에 떠오른 조건과 가정들을 모두 적어 본다. 종이 위에 내가 적은 것들을 보면 불필요한 것들이 눈에 보이게 되고, 그것들을 제거한 뒤에 최대한 선택지를 단순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그 방법으로 펜과 종이를 활용하는 것을 적극 추천한다.
셋째, 너 자신을 알라. 선택과 결정을 잘하기 위해서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자기 확신은 나를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혼자서 나를 많이 만나면서 나를 올바르게 바라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자연스럽게 자기 확신이 생기고 내가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하게 되면서 당당해질 수 있다.
넷째, 완벽주의의 노예에서 벗어나라. 선택과 결정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을 보면 완벽주의자의 모습이 보인다. 완벽주의자는 본인이 하는 모든 말과 행동에 1%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들은 다양한 조건과 가정을 세우고 꼼꼼하게 전후 사정을 파악한 뒤 본인이 원하는 수준에 도달해야 행동으로 실행한다. 그런데 살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것 덕분에 성공하거나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 말은 내가 100% 원하는 선택과 결정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결과는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 때문에 100%에 가까운 완성도로 선택과 결정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섯째, 최고의 선택은 경험에서 나온다. 누군가 나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1초도 고민하지 않고 ‘경험’이라고 이야기한다. 경험만큼 인생에 있어서 큰 자산은 없다. 직접 경험이든 간접 경험이든 타인에게 해를 주는 경험만 아니라면 경험의 양이 결국 선택과 결정의 순간, 나에게 든든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선택과 결정의 순간 최고의 선택과 결정을 하고 싶어 한다. 그 과정 속에서 누군가는 쉽게 선택과 결정을 하고 그 결과를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인다. 반대로 다른 누군가는 수백 번, 수천 번의 고민을 통해 어렵게 선택과 결정을 하고 그 결과마다 후회하면서 지낸다. 아쉽게도 필자는 후자였다. 선택과 결정을 하는 것이 두려웠고, 주변의 시선을 너무 신경 썼던 사람이다.
그럴수록 나는 점점 더 누군가에게 의존적으로 변해갔고, 나의 삶의 기준이 내가 아닌 타인의 기준에 맞춰서 사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나의 인생이지만 나는 없었던 인생.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됐다. 누군가의 도움보다는 나의 힘으로 나를 직접 대면하는 시간을 갖고 선택과 결정을 바라보는 마인드를 바꾸면서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서 지내고 있다. 최고의 선택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다만 최고의 선택을 하기 전에 연습과 훈련이 필요하다. 나 자신을 만나서 나와 이야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선택과 결정에서 자신감과 용기가 조금씩 생기게 되고 최선의 선택과 결정도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경험이 반복되고 누적되다 보면 매 순간 최고의 선택과 결정을 하고 있는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만약 지금 중요한 선택과 결정의 기로에서 있고, 최고의 선택과 결정을 하고 싶다면 펜과 종이를 꺼내서 내 안에 있는 나와 단둘이 만나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