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택거래 지표들이 점차 올라온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그렇다면 과연 현재의 거래량을 이끄는 지역들은 어디일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부가 1월말 특례보금자리론을 도입하며 그 대상인 9억 원 이하 중저가 주택들이 거래량을 이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부동산R114 시세 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에서 9억 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재고가 70~80%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노도강(노원, 도봉, 강북),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 등으로 대표된다. 반면 강남, 서초, 송파 등에서는 9억 원 이하의 특례대출 대상 아파트 비중이 5% 이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의 주요 원인으로 특례보금자리론 효과가 거론되는 만큼, 거래량도 실수요 중심의 중저가가 끌어간다고 보는 관점은 일견 합리적이다. 하지만 당연한 예상과 달리 상반기 서울 지역의 거래량을 이끌고 가는 지역은 강남4구 등 고가 지역이다. 이처럼 특례대출 대상이 아닌 고가 지역에서 거래량이 늘어난다면 자산가 혹은 투자자 유입 효과로 해석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허리에 해당하는 중저가 지역이 거래량과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면 이후의 견인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고가 지역이 주도한다면 견인효과가 그다음 수순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된다.
구체적으로 거래량 통계를 살펴보면 상반기 서울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많은 지역들은 송파(1,491건), 노원(1,232건), 강동(1,190건), 강남(1,159건) 등으로 1,000건을 초과하는 지역 4곳 중 3곳이 강남권에 해당한다. 이에 거래량과 연동되며 가격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지역도 강남 등 고가지역으로 확인된다.
이러한 경향은 경기도 내 고가지역인 성남, 하남 등과 인천의 중심지인 송도, 청라 경제자유구역 등에서도 확인된다. 고가와 중저가 사이에 갭이 벌어질 경우 갭메우기 현상이 발생한다는 점은 지난 정권의 가격 확장 경로(서울→수도권→5대 광역시→기타 지방)에서 보았듯이 합리적으로 이해되는 부분이다. 다만 행정수도인 세종특별시는 서울과 가격이 연동되는 흐름이 강한 특징도 있다.
그다음 견인효과는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서의 수요 유입이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사업은 실거주 수요보다 투자자 비중이 높다. 그 이유는 자산가들이 직접 거주하기에는 건물 노후화로 인해 생활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다만 압구정이나 여의도처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지역에서는 실거주 목적의 주택 거래만 가능하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취임 후 2040 도시기본계획을 통해 35층 층고제한을 폐지했으며, 신통기획(신속통합기획)과 조합설립 이후의 시공사 선정 등을 통해 정비사업 속도를 기존대비 단축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개편과 안전진단 규제완화,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 해제, 노후계획도시특별법(일명 1기 신도시 특별법) 등을 통해 정비사업 전반의 수익성 증대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서둘러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현 정부의 270만 호 공급계획 한 축을 정비사업이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 이러한 규제완화 효과에 힘입어 압구정과 여의도, 용산, 목동, 강남 등에서는 기존 고점을 회복하거나 경신하는 거래 사례들이 속속 신고되고 있다.
부동산은 실물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물가 지표를 반영한다. 예를 들어 매년 5%씩 아파트 가격이 올라도 물가가 매년 5%씩 올랐다면 해당 자산 가격은 제자리걸음했다고 평가한다. 이러한 실물자산 성격에 따라 최근에는 신축 분양가부터 본격적으로 단기 급등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는 분위기다. 신축 분양가의 구성 요소에는 인건비와 물류비, 금융비용, 자잿값 등이 모두 더해진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는 매년 3월과 9월에 기본형건축비를 정기적으로 조정하는데, 올해 3월에는 2.05% 인상했고 최근 4회 연속 기본형건축비가 오르면서 분양가도 이에 연동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본형건축비는 분양가 산정에 활용되는 주요 항목(기본형건축비, 택지비, 건축가산비, 택지가산비) 중 하나로 노무비(인건비)와 건설 자재인 레미콘, 철근, 창호유리, 마루, 알루미늄 등등의 가격 변동분을 반영한다. 이 때문에 구축 중심의 매매가격은 아직은 하향 안정 흐름이지만, 신축 중심의 분양가격은 서울 기준으로 2022년 3.3㎡ 당 2,800만 원(전용 84㎡ 기준 9억 원 수준)에서 현재는 3.3㎡ 당 3,500만 원(전용 84㎡ 기준 11억 원 수준)으로 껑충 뛰었다. 여기에 정부가 올해 1.3대책을 발표하며 강남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해 민간택지 분양가가 사실상 자율화된 상황이다. 따라서 건축비 인상 요인 외에 민간 건설사들의 수익성 확보를 위한(혹은 리스크 회피를 위한) 적정 마진 확보 움직임도 빨라지는 분위기다. 즉 어떤 시장이든 신제품을 만드는 데 소요되는 비용과 가격이 오를 경우 기성품의 가격이 빠지는 부분을 제약한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겠다.
정부는 인허가권자로서 신도시 같은 택지지구 외에 도로와 철도, 항공, 정비사업 등의 대규모 개발사업들을 주도한다. 다만 정부도 한정된 예산에서 움직이므로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시각에서 본다면 수익성 없는 개발사업을 모두 끌고가기는 어렵다. 즉 수익성이 안 나오는 개발사업은 정부 예산을 투입한다고 하여도 진행 과정에서 대부분 무산된다는 의미다. 바꿔 말하면 개발사업에서 적정 수익성이 확보된다는 것은 중장기적인 가치상승을 전제로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정부는 신도시 같은 개발사업에서 건설을 주도하는 시공사에 적정 수익을 제시하고 이를 분양가에 반영하게 되므로 최근 청약에 나섰던 도심지 국공유지에서의 일반분양가도 저렴하게 나오기 어려워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시장에서 주목하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사업도 개발 참여에 따른 이윤을 민간사업자에 제안하고 이러한 개발 비용은 해당 교통을 사용하는 일반 대중에게 교통비로 반영한다. 즉 앞서 강조했듯이 어떠한 개발사업이 해당 지역에서 이행된다면 이는 가치 상승을 전제하기 때문에 주변 지역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평가할 수 있다.
중략하면 2024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된 상황에서 다양한 지역 개발 공약들이 당분간 남발될 가능성이 높고, 이러한 규제완화 중심의 정책들은 수요자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며 가격을 견인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특히 최근 주택 신축 공급량 지표에서 보듯이 인허가와 착공, 분양 등이 모두 급감세에 들어갔다. 게다가 최근 철근 부실공사 이슈로 인해 당분간 민간 건설사들의 수주 기피 움직임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향후 신축 공급과 구축 매물 확보가 모두 어려워진다면 수급불균형 이슈가 재발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정부는 규제 완화 관점을 통해 민간 건설사를 독려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대중 앞에서는 건설사에 채찍을 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당근을 들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