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부는 계절, 가을이 오고 있다. 역대급 여름을 났으니 유난히 기다렸을지도 모르겠다. 계절을 즐기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나들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가을인 만큼, 클래식하고 낭만적으로 보내려면 뭐니 해도 ‘단풍 여행’ 아닐까. 붉게 물들인 풍경을 눈에 담고 있노라면 복잡한 머릿속은 잠시 생각을 멈추게 되고, 오롯이 한철이 주는 여유와 감성으로 충전하게 될 것이다.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에 위치한 화담숲은 서울에서 약 40분 거리에 있는 생태수목원이다. 165,265㎡(약 5만 평)에 이르는 화담숲은 16개의 테마원으로 조성돼 국내 자생식물 및 도입식물 4,000여 종을 수집해 전시한다. 스키장으로 유명한 곤지암리조트와 가까워 수목원 산책에 이은 스키장 나들이로도 코스를 구성해 여행할 수 있다. 사계절 내내 즐길 것이 가득한 곳이지만, 단풍나무 군락이 어우러져 붉은 빛을 뿜어내는 가을의 화담숲은 절경이 따로 없다. 또 화담숲은 ‘가을 단풍 축제’ 맛집이기도 한데, 내장단풍부터 당단풍, 털단풍, 노르웨이단풍 등 축제 규모에 걸맞게 400여 종의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맘 때 찾을 이유가 된다.
‘和(화할 화), 談(말씀 담)’ 자를 쓴 ‘화담’은 ‘서로 정답게 주고받는 말’이라는 의미다. 사람들 혹은 스스로와 오붓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갖기 원한다면 자작나무 숲, 암석·하경정원, 전통담장길, 색채원 등을 아우르는 2시간가량의 도보 코스를 추천한다. 아름답고 붉게 물든 단풍나무 아래 숲길을 거닐다 보면 대자연과 계절이 허락한 놀라운 선물을 만끽하는 기분에 마음과 정신이 정화되고도 남을 테다.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우산리에 위치한 앵자봉은 꾀꼬리가 알을 품고 있는 산세로, 예로부터 풍광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하다. 해발 667m로 높지 않은 산이지만, 신유박해 때 가톨릭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숨어들었을 만큼 산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심산유곡에 들어선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앵자봉 깊숙이 들어가면 천진암터가 자리하고 있는데, 특히 순례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천진암은 현재는 없어진 절이지만, 불교와 유교, 천주교까지 관련이 있는 독특한 장소로 1975년부터 천주교 성지로 개발되어 천주교 대성당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 또한 광주 8경 중 한 곳으로, 정약용이 이곳을 자주 들러 시를 통해 천진암의 가을 단풍을 칭찬했다고도 한다. 천진암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만큼 가을에는 단풍나무로 노랗게, 빨갛게 물들인 하늘을 만나볼 수 있다. 근처에 단풍 구경하기에 좋은 남한산성이 있기도 하지만 인파로 인해 한적하고 차분하게 단풍 구경하기에 좋은 앵자봉, 천진암을 찾는 이들도 많아졌다. 천진암 성지로 올라가는 길을 따라 쭉 펼쳐진 단풍나무와 ‘세계평화의 성모상’ 뒤로 울긋불긋 펼쳐진 단풍은 가을에 조용하게 사색하기에 좋다. 천진암 성지는 무료입장이지만 명부를 작성해야 하고, 과한 옷차림 금지, 조용하게 산책하는 것을 준수해야 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석촌호수의 풍경은 봄의 벚꽃도 아름답지만 가을 단풍 또한 장관을 자랑하는 곳이다. 도심 속 빌딩 사이로 호수를 바라보며 걷는 석촌호수의 가을 단풍길은 멀리 가지 않아도 서울에서 가을이 주는 따뜻함과 한적함을 누릴 수 있다. 잠실역 근처로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이 사계절 내내 자주 찾을 뿐 아니라 인근 직장인들에겐 점심시간 산책코스로, 저녁에는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 주말에는 가족 나들이로 느긋하게 단풍을 구경하기에 아주 훌륭한 곳이다. 놀이공원과 롯데월드타워 등 놀거리와 볼거리가 즐비한 석촌호수의 둘레길은 도심과 자연의 조화로 색다른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석촌호수 길을 걷다가 발견할 수 있는 ‘호수미 카페’는 석촌호수 뷰 맛집 카페로 이름 나 있어 커피와 함께 벚꽃이나 단풍 등 계절 풍경을 즐기러 오는 손님들로 연일 붐빈다. 카페 내부의 넓은 통창 밖으로 펼쳐진 호수와 단풍의 아름다운 조화로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인생숏’을 찍으러 오기도 한다. 석촌호수의 둘레길은 호숫가를 따라 단풍길을 산책하며 가을을 느껴도 좋고, 롯데타워 전망대에 올라 단풍 숲을 조망해 보는 것도 석촌호수에서만 가능한 단풍놀이다.
북한산국립공원은 도심 속의 자연공원으로 우리나라 15번째 국립공원이다. 가을의 북한산은 세계적으로 수려한 경관과 함께 알록달록한 단풍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곳이기에 많은 사람이 찾는다. 2022년 단풍산행 취향 설문조사에서 MZ세대에게 수도권에서 가장 있기 있는 산행지로 북한산이 뽑히기도 했다. 북한산은 평균적으로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백운대 정상, 우이령길, 북한산성 성곽, 숨은벽능선 등 다양한 산행 코스가 있어 매번 새로운 북한산과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특히 백미 구간이자 백운대와 인수봉 뒤에 숨어 있는 ‘숨은 벽 능선’은 코스가 어려워 전문 산악인들이 다니는 구간이지만, 이곳에 핀 가을 단풍이 압도적이다. 등산 초보에게는 가을단풍길로 불리는 우이령길을 추천하며, 경기 양주시 장흥면 교현리~북한산 우이역 구간인 우이령길 탐방은 예약이 필수이기에 국립공원공단 홈페이지에서 사전 예약해야 한다. 북한산 근처에는 캠핑을 할 수 있는 카라반 시설, 은평한옥마을 등 야외 활동을 위한 다양한 스폿이 있어 주말 나들이로 친구와 가족과 함께 찾기에 좋다.
충청남도 논산시 벌곡면에 위치한 온빛자연휴양림은 서울에서 조금 거리가 있지만 이미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유명한 곳이며, 드라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인기가 더욱 많아졌다.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 온빛자연휴양림은 곳곳이 ‘포토스폿’이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이국적인 풍경을 볼 수 있지만, 가을엔 주황빛으로 물들어 더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한다. 입구에서부터 크고 높은 멋진 나무들이 반겨주며, 곳곳에 알록달록한 별장들과 메타세쿼이아 숲, 호수와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마치 스위스,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을 연상시킨다. 입구에서 별장으로 오르는 산책로는 두 갈래가 있는데 올라갈 때는 좌측길로 올라가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를, 내려올 때는 우측길로 내려와 붉게 물든 단풍나무를 구경한다면 이곳을 한층 샅샅이 둘러볼 수 있다. 메타세쿼이아 숲에서 아름다운 색감의 단풍나무를 보며 걷다 보면 가을이 주는 운치와 낭만에 취해 진정한 힐링 타임을 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