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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TOPIC

차이나리스크 확대

위기를 기회로

글 ·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중국학)
중국의 경제성장 동력이 약해지면서 대중 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도 ‘차이나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국가통계국은 올 2분기 국내총생산(GDP)이 6.3% 성장해 상반기 경제성장률 5.5%를 달성하며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중국경제의 3대 축인 내수·투자·수출 분야가 기대 이하의 수치를 보이자, 중국경제에 우려가 증폭되는 상황이다.

차이나리스크, 그 원인은?

결국 중국경제가 리오프닝(Reopening) 선언에 잠시 반짝하다가 다시 침체기로 들어서는 더블딥(Double Dip)에 빠졌으며, 특히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0.3% 하락하고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연속 10개월 하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진입, 즉 ‘D’의 공포가 현실화했다고 진단한다. 여전히 대중국 경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세계경제 발전의 25%를 창출하며 ‘성장 엔진’ 역할을 자처하는 중국경제가 경제 재개 선언 6개월이 넘도록 반등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수요 감소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세계 무역 질서가 변곡점을 맞으면서 공급망 시장이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속되는 미·중 갈등으로 첨단기술 분야의 공급제한이 확대되는 구조적 압박이 강화되면서 신성장동력 산업 발전이 제약을 받는 것도 원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8월 9일 미국 바이든 정부는 첨단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터 등 세 분야에 대한 미국 자본 투자 제한 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심각한 안보 위협을 가하는 우려 지역으로 중국·홍콩·마카오를 명시해 첨단기술의 중국 유입을 원천 차단할 심산이다. 미국은 대중국 압박 기조를 완화할 생각이 없으며 중국 역시 강력 반발과 함께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대외관계법’을 활용한 ‘결사 항전’ 의지를 천명하고 있어 갈등 증폭이 불가피하다.

둘째는 중국경제 성장 동력의 66%를 차지하는 내수시장에도 중국정부의 ‘보복 소비’ 기대와 달리, 민간에서는 불안심리 해소를 위한 저축 증대라는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정부의 소극적인 조정정책에 대한 내수 불신은 전체 경제의 30%에 육박하는 부동산 분야 경기침체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구조조정 기조로 활용하려는 중국정부는 뚜렷한 부양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08년 국제금융위기를 겪으면서 4조 위안(한화 약 800조원)에 달하는 경기 부양 자금이 부동산시장과 주식시장 거품을 잉태시킨 뼈아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만일 최후의 대규모 부양 정책마저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되면 경제 회생은 물론 정치 안정까지 위협을 받게 되므로 정책 판단과 실행을 주저하는 모양새다.

셋째는 지난 3년간 시행된 지나친 제로 코로나 봉쇄정책으로 경제 전반이 다중 충격에 의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 빠진 점을 들 수 있다. 이미 토지 매매와 중앙 정부 보증으로 자금을 충당했던 지방 정부들은 팬데믹 기간 방역 비용을 자체 지출하고, 인프라 투자를 남발해 과도한 부채를 안고 있으며 이는 자체 해결의 범주를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중국 전체의 금융위기로 이어질 우려도 있다. 여기에 인구노령화와 더불어 16~24세의 중국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초로 21%를 넘었다. 여기에는 해마다 1천만 명이 넘게 배출되는 대졸자도 포함된다. 이들이 원하는 첨단제조업이나 IT·금융업 등 고급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하면 경제효율 감소는 둘째치고 사회 불만 세력이나 정치 저항 세력으로의 전이를 막기 어렵다.


중국 경제성장률
자료 : OECD
중국만의 문제에서 끝나지 않는 ‘리스크’

그러나 이러한 복합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중국정부의 공식적 조치는 신선하지 않다. 공산당이 영도하는 거시경제의 큰 틀을 정부가 안정적으로 유지해 궁극적으로 사회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경제문제의 정치화’라는 이데올로기적 속박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물론 리창(李强) 총리까지 나서 외자기업과 민영기업도 국유·국영기업과 똑같은 대우를 하겠다고 강조하지만, 여전히 기업가의 애국정신과 당의 민영경제 업무에 대한 원칙 고수가 전제다. 이중적 속성의 중국식 사회통제는 서방의 제도와 가치로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공산당에 있어 소위 ‘자본’은 공평과 공동부유를 추구하는 ‘도구’이며, 자본에 지배받는 공산당은 상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결국 국내외적으로 대중국 신뢰를 저해하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중국경제 문제가 결코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높은 구조적 취약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과거 제조업 수출 기반을 가진 많은 한국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흡수한 기술력을 국제분업 체계 편입을 시도하는 중국의 임가공식 제조 역량과 접맥시켜 중국의 성장에 편승하는 중국 효과(China Effect)를 활용해 왔다. 그러나 이미 몇 년 전부터 전조가 있었지만 이제 분명히 상황이 달라졌다. 대중 무역 적자가 10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석유화학·기계류·철강 등 80%를 웃도는 중간재 수출 구조와 지나치게 편중된 일부 원자재의 대중 의존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이 시장 다변화와 더불어 공급망 재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체적으로 한국의 대중 무역 의존도는 과거 25% 정도에서 올해 20% 이하로 줄었다. 문제는 어떤 형태로 줄었는지, 중국시장의 향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다. 이미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서 양측으로부터 ‘선택적 공황’에 몰려 있는 한국에게 최근 중국경제의 어려움이 단순한 글로벌 수요 부족인지, 또는 국제 산업체계의 구조적 변화인지, 중국경제의 일시적 현상인지 또는 구조적 변화인지에 대한 파악이 중요한 것도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적절한 대응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중국 내수의 핵심인 부동산경기 침체마저도 한국의 기계·철강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며, 한국산 소비재 수요를 감소시킬 만큼 밀접하다.

이제는 ‘차이나+알파’ 전략이 필요한 때

현재 한국에서는 중국경제의 어려움이 본격적 하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피크 차이나(Peak China)’론이 부상하면서 중국경제 위기가 마치 한국의 ‘탈(脫)중국’ 분위기로 이어지는 이상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중국 내 사업 환경이 불투명하다고 대책 없는 탈중국은 방법이 될 수 없다. 다만 국제 산업구조와 경기 변화에 따른 한·중경제 관계 재편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격차 우위를 유지할 수 있는 분야는 소재·부품·장비 등의 경쟁력 강화, 핵심 원천 기술 확보를 통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분야는 시장과 공급망 등의 지속적 다변화를 통해 활로를 개척해야 한다. 일찍이 일본은 중국시장 전략으로 ‘차이나+1’을 제시했었다. 기회와 위기는 병존한다. 무조건 중국시장을 배척하기보다는 정확한 분석과 판단에 따른 한국형 ‘차이나+알파(China+α)’ 전략 수립이 중요한 절체 절명의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