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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컬쳐

카툰으로 보는 역사

제국주의를 저격한
휴머니스트
안중근

글 · 박성일 일러스트 · 유남영
한국 청년 안중근은 그 시대 세계사적 규모의 폭력과 야만성에 홀로 맞서 싸운 독립투사이자 휴머니스트였다. 그의 대의는 ‘동양 평화’였고, 그가 확보한 물리력은 실탄 일곱 발이 쟁여진 권총 한 자루와 여비 백 루블이 전부였다.
그때 그의 나이 서른한 살. 끊임없이 고뇌한 청년 안중근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일본 제국주의가 대륙으로 뻗어나가는 계획 뒤에는 이토 히로부미가 있었다. 그리고 한말항일의거 앞에는 의사 안중근이 맞서고 있었다. 이토가 만주 철도를 순시하러 하얼빈에 온다는 소식에 청년 안중근은 지체 없이 이토 암살 계획을 실행하기로 결심했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는 생각은 자각 증세가 없는 오래된 암처럼 마음속에 응어리져 있었는데 만월대의 사진을 보는 순간 암의 응어리가 폭발해서 빛을 뿜어내는 것 같았다. 안중근은 몸을 떨었다.”
소설가 김훈의 책 《하얼빈》에서 안중근의 고뇌를 되뇐 대목이다. 이토를 죽여야 한다면 그 죽임의 목적은 ‘살(殺)’에 있지 않고, 이토의 작동을 멈추고 제국주의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말(言)’에 있는 것인데, 이토의 세상에서 과연 그게 들릴까, 하는 안중근의 번뇌와 떨림이 행간에 고스란히 담겼다.
문중의 장자로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천주교 신자로서 짊어진 역할을 모두 내려놓고 오직 대의를 위한 길만이 그의 소명임을 결정한 청춘. 그런 안중근에게 조국은 어떤 의미 였을까? 의병 활동을 함께한 안중근과 우덕순이 이토의 암살 계획을 확정하며 나눈 소박한 대화도 가슴을 후벼 판다. 이들도 꽃다운 청춘이었구나!
“옷을 사러 가자. / 옷이라니? / 지금 입은 옷은 추레하다. / 돈이 모자랄 텐데. / 넌 돈 걱정을 하지 마라. / 왜 갑자기 옷이냐? / 쏘러 갈 때 입자.”
이토 총격 후, 안중근은 가슴 안에 있던 태극기를 높이 들어 올리며 에스페란토어로 “코레아 우라!”이라고 3번 크게 외쳤다. 이 외침은 “대한 독립만세”라는 뜻이었다. 뤼순 형무소에서 이슬로 사라진 의사 안중근. 우리가 그를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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