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자리한 홀트는 한국 전쟁 직후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정을 찾아주었던 홀트 부부의 ‘입양’에서 비롯됐다. 이제 사회복지법인이자 전문 사회복지 기관으로 성장한 홀트는 가정이 필요한 아이들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 주고’, 홀로 아이를 키우는 미혼한부모 혹은 위기 상황에 놓인 ‘가족을 지켜주며’, 보호가 필요한 장애인과 시설 퇴소 후 홀로서기를 준비하는 자립준비청년, 도움이 필요한 해외빈곤아동의 ‘가족이 되어주는’ 복지를 실천한다.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시스템과 시설을 마련해 배려하는 것, 홀트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는 홀트의 설립 정신은 2023년 현재, 2015년 UN총회 당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속 가능한 발전 목표(SDGs) 실천을 통해 구현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지난 2022년 홀트는 국내·외 복지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71만 6900여 명의 아동과 이웃을 통합적으로 지원하며 그들의 삶을 지켰다. 홀트의 지난해 연차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교육·의료·환경 개선 등을 지원받은 해외 아동은 1,378명, 한부모·아동청소년·자립준비청년·장애인·지역사회로 나뉘어 진행한 국내 사업 지원 대상자는 71만 5545명에 이른다. 특히 지역사회부문을 통해 저소득가정과 독거노인 등 54만 4796명을 대상으로 양육, 주거, 시설 보호, 의료, 교육부터 멘토링, 취업, 직업 재활, 자립, 심리 상담, 예술활동을 비롯해 위기 가정과 학대 피해 아동 지원, 가정 위탁 등 실로 다방면에서 지원이 이뤄졌다.
1955년 10월 12일은 홀트의 기관 설립일이다. 홀트 부부가 입양한 한국 아이들이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은 날이기도 하다. 1954년 홀트 부부는 한 구호 단체의 강연회에 참석했다가 한국 전쟁 고아의 참상을 확인하고 후원금을 보냈지만, 아이들의 모습을 잊지 못해 2명의 한국 아이를 입양했다. 입양아의 수를 제한하는 당시 미국법 개정을 위해 청원을 냈으며, 한국인 고아 입양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돼 한 가정에서 여러 아이를 입양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홀트 부부에겐 이미 여섯 아이가 있었지만, 한국 아이 8명을 입양했다. 당장의 배고픔을 해결하는 것보다 평생을 ‘사랑으로 품어 줄 가족’이 필요하다는 부부의 신념 때문이었다. 70년에 이르는 긴 세월 홀트는 많은 후원자와 자원봉사자, 홀트 직원들의 ‘진심과 열정’을 동력 삼아 복지 현장을 발로 뛰며 ‘흔들림 없는 신뢰’를 쌓았다. 현재 법인 산하의 국내 38개 시설과 해외 5개 사업장에서 사회복지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언어치료사, 생활재활교사, 직업재활교사 등 630여 명이 아이들 곁에서 함께한다. 모금 역시 홀트의 원칙은 ‘투명하고 성실한 나눔의 통로’에 닿아 있다. 한국가이드스타 공익법인평가(투명성·책무성·효율성)에서 3년 연속 최고등급의 종합 점수를 획득했고, 국제모금연맹 모금윤리강령에 명시된 5가지 원칙과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을 준수하며, 정기적으로 내·외부 감사를 시행한다.
시대와 사회 인식이 바뀌며 관련법과 제도가 변했지만, 기관이 입양 아동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막중한 부담은 여전하다. 입양의 대가로 돈을 받고 입양 후 서비스를 외면하거나 심지어 돈을 벌기 위해 불법을 자행했다는 등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 때문에 때론 헌신적으로 일하는 기관, 입양 가족이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곤 한다. 아이들이 더 나은 가정이란 기회를 잃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다. 성공적인 몇몇 입양 사연이 전체를 대변할 수 없듯 소수의 불행한 입양인의 삶은 결코 입양의 전부가 아니다. 홀트는 입양에는 ‘사랑받고 살 수 있는 가정을 갖는 것’ 외에 다른 의도가 없음을 명백히 해왔다. 매년 홀트의 복지 사업은 양적·질적 성장과 확장을 거듭했고, 복지 사업 후원금 역시 증가했다. 홀트의 결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출산 직후 병원에서 받은 젖병 2개와 배냇저고리가 양육 준비의 전부였던 미혼 엄마는 홀트 긴급지원을 통해 양육과 자립을 했고, 1인 사업가로 변신했다. 가정 폭력으로 시설에 오게 된 장애 아동은 미국 입양 후 항공우주국 연구원이 돼 한국에서 아이를 입양했으며 입양은 축복임을 알리는 사회적 리더 역할을 자처했다. 대학 시절 홀트 정기후원으로 첫 나눔을 시작, 가정을 이룬 뒤 결혼기념일과 자녀 출산·군입대·졸업 등에 맞춰 특별 후원을 이어온 가장이자 기업 대표인 45년 차 후원자도 있다. 누군가의 가슴속에 차오르는 온기와 한 아이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가 바로 홀트의 자랑이고 성과다. 홀트가 지나온 행보는 또다시 속도를 낼 참이다. “한국의 복지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게 빠르게 발전하고 있고, 소외된 이들을 위한 복지 혜택을 갖췄습니다. 복지 정책의 변화, 특히 입양 정책의 변화로 홀트의 역할은 달라지고 있습니다. 입양복지는 공공의 영역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고무적인 상황에서 입양복지 노하우가 해당 영역에 이식돼 아이들이 가정에서 사랑과 보호를 받길, 국내 입양이 활성화되길 기대합니다.” 홀트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복지 사업 중 입양복지는 약 5% 규모다.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 양육을 선택한 미혼 엄마들, 시설의 청소년들과 퇴소한 자립청년들, 해외 빈곤국 아동들을 위하는 일, ‘아동과 가정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따뜻하고 행복한 세상에 기여하는 일’에 전력을 다할 것이다, 홀트가 늘 그래왔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