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공학을 전공하고 1979년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에 입사한 권영범 대표이사. 당시는 우리나라에 컴퓨터를 도입한 초창기로, 막연하지만 컴퓨터가 미래를 뒤바꿀 엄청난 위력을 가졌다고 생각해 컴퓨터사업부에 지원했다고 한다. 그렇게 소프트웨어를 독학으로 공부하며 13년 동안 소트프웨어 분야에 몰두하고 마침내 1993년 영림원소프트랩을 창업한다.
“1993년 영림원소프트랩을 창업하기까지 13년 동안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했습니다. 그 시절 소프트웨어 사업은 거의 고객사가 요구하는 기능을 수주 개발하는 방식이었어요. 그래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밤샘 작업을 수시로 행하는 열악한 사업환경이었죠. 소프트웨어 분야를 공부하고, 일을 하면서 한 번 개발한 프로그램을 여러 곳에 파는 것이 소프트웨어 사업의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개발해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영림원소프트랩을 창업하게 됐습니다.”
창업 초기, 국내의 ERP 시장은 거대 글로벌 기업들이 주도하여 대기업을 대상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중소기업들의 ERP 접근성은 현저히 낮았고, 중소기업의 필요성은 외면당하는 현실이었다. 영림원 소프트랩은 이러한 국내 ERP 시장의 상황을 파악하고 중소기업들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1997년 국내 최초로 한국형 ERP 패키지인 ‘K-System’ 개발에 성공, 시장에 공급하였다. 또 개발부터 5번의 업그레이드를 직접 주도하여 계속해서 고품질의 제품을 선보였다.
“제 자랑 같아 말씀드리기가 그렇지만, ERP 제품 개발 최초부터 다섯 번의 주요 업그레이드 프로젝트에 성공할 수 있었던 건 PM(Project Manager) 역할을 제가 직접 맡아서 진행했기에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개발 진행, 관리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항목 하나하나까지 검토하는 설계 중심의 역할을 수행했기에 연속성 있는 업그레이드 측면에서 유리했고, 동일한 사람이 수행함으로 제품에 대한 이해, 역량, 경험이 쌓이고, 의사소통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것들이 모이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반영하면서 더 좋은 ERP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위기는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영림원소프트랩의 위기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창업 2년 차에 언제 문을 닫아야 하는지 걱정에 휩싸였다. 하지만 위기를 뒤집으면 기회가 되는 것을 권영범 대표이사는 알고 있었다. “위기는 창업2년 차에 찾아왔습니다. 창업 첫해에 목표했던 윈도우용 개인정보관리 SW 패키지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1994년부터 매년 두 배 이상씩 성장하던 SW 패키지 유통 시장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개당 10만 원 내외의 SW를 무상으로 끼워 팔아 SW사업의 가치가 추락하게 된 것입니다. 언제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 걱정 가득한 날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창업 이전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던 창업 구성원들이 있는데 회사 문을 닫을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오기가 생겼고, 다행히 유공해운(SK해운)의 경영정보시스템 다운사이징 프로젝트를 맡게 되면서 목표보다 두 달 먼저 프로젝트를 끝내는 쾌거에 힘입어 많은 수익을 내면서 다시 회사가 살아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위기는 국내에서 최초로 ERP 패키지를 출시하는 밑거름이 되어 회사를 성장시키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양한 위기와 기회 속에서 ‘경영을 더 잘하게’ 라는 슬로건으로 지난 30년 동안 기업의 요구와 필요에 맞는 다양한 ERP를 개발하여 기업의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경영을 도운 영림원소프트랩은 이렇게 국내에서 ERP라는 한 사업 분야를 개척하고,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권영범 대표이사는 오래도록 좋은 회사로 존속하기 위해서는 좋은 기업문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스스로 CCO(Chief Cultural Officer)를 자칭하며, 현시대가 요구하는 수평적, 개인주의적 기업문화에 맞춰 탈권위적 수평 조직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14년 회사 구조를 팀장 없는 자율 조직으로 확 바꿨습니다. 그에 반발해서 그만둔 임원과 팀장이 여러 명 있었을 정도로 충격적 조치였죠. 그런데 오히려 다음해부터 성장률이 그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회사 경영에 크게 관여하지 않아도 견실한 성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또 영림원소프트랩에서는 ‘영웨이(永-WAY)’라는 ‘신뢰를 바탕으로, 목적을 중시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자’는 기업 핵심 가치를 직원들의 일상생활까지 확장되도록 임직원 영웨이협의회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이 큰데 회사가 정해 놓은 틀 안에서 굳어지는 건 회사 발전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영림원소프트랩은 Flextudio 2.0, EverAsk 등 기업 경영과 기업문화를 돕는 플랫폼을 출시하고, 작년 8월에는 AI 혁신 콘퍼런스를 개최하면서 신제품 ‘K-System AI’를 선보이는 등 혁신적인 기업문화, 미래 경영에 대한 환기를 일으키며, 다방면으로 기업 경영을 위해 힘쓰고 있다. 앞으로 영림원 소프트랩은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맞춰 또 한발 앞서서 지속적으로 다양한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리 회사의 비전은 ‘4-Ace 달성’입니다. ‘매출 1000억 원, 평균연봉 1억 원, 주가 10만 원, 아시아 No.1 ERP’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 저는 창업 때부터 매일 아침 7시에 출근하여 국선도 수련을 통해 정신과 마음을 맑게 하고, 집중하는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하체의 근육을 보강하기 위해 매주 남산에 오르고 있어요.” 권영범 대표이사는 지난 30년은 100년 기업으로 갈 수 있는 밑바탕을 마련한 것이라고 회상하며, 믿고 의지해주는 많은 고객에게 영원한 안식처가 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국내의 대표를 넘어서 세계 무대로 도약할 영림원소프트랩의 행보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