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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컬쳐

발길 닿는 길(해외편)

‘메이플 로드’를 빛내는
단풍마을

캐나다 몽트랑블랑

글 · 사진 서영진 
캐나다 동부는 가을이면 붉은 향연이 절정으로 치닫는다.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몬트리올을 거쳐 퀘벡 시티까지 이어지는 길은 ‘메이플 로드’로 불린다. 800km단풍길에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곳이 몬트리올 북부 몽트랑블랑이다. 몽트랑블랑을 중심으로 단풍숲을 가르는 트레일 코스가 낙엽처럼 흩어져 있다.

단풍이 내려앉은 몽트랑블랑 마을과 몽트랑블랑 호수

붉은 단풍이 내려앉은 숲길과 호수

캐나다는 단풍의 나라다. 국기에는 단풍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주유소나 패스트푸드점 간판에도 단풍이 등장한다. 동부 퀘벡 주의 몽트랑블랑은 단풍마을로 불린다. 골목마다 프랑스어가 유창하게 쏟아지는 산비탈 마을은 몽트랑블랑 국립공원의 끝자락에 매달려 있다. 가을, 이곳 골목과 맞닥뜨리면 추색이 완연한 숲과 호수, 세모 지붕 가옥에 가슴이 잠시 내려앉는다.

단풍마을을 품에 안은 몽트랑블랑 국립공원은 퀘벡주 최초로 국립공원에 이름을 올렸다. 국립공원 안에는 400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계곡, 디아블로 강이 가로지른다. 몽트랑블랑에서 이뤄지는 트레킹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국립공원의 호수를 끼고 걷는 트레일과 마을을 시작으로 몽트랑블랑 봉우리를 둘러보는 루트로 구분된다.

디아블로 강은 곳곳에 숱한 호수와 길을 만들어냈다. 국립공원 내 10여 개의 트레일 중 인기 있는 곳은 몬로 호수 코스다. 국립공원 디스커버리 센터에서 출발해 라로쉬, 라쿨레, 라코니시를 경유하며, 약8km에 달한다. 너도밤나무, 포플러 숲길을 지나 몬로 호수를 끼고 원점으로 회귀하기까지 약 3시간이 소요된다. 가을 숲을 걸을 때는 오감이 반응한다. 낙엽을 흩뿌린 길은 깊은 향과 함께 사각거리며 다가서고, 호수는 붉은 숲을 투영해낸다.

걷는 도중 라로쉬, 라쿨레 전망대에서 고요히 빛나는 몬로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 몬로 호수에서는 카약, 카누 등의 수상 레포츠가 진행된다. 이곳 국립공원 트레일의 총 연장 거리는 80km가량이다. 초보자들을 위한 반나절 코스 외에도 2박 3일 동안 캠핑과 트레킹을 겸비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늑대 등 40여 종의 포유류가 이곳 국립공원에 출몰한다.

몽트랑블랑 생 베르나르 광장
호박으로 단장된 몽트랑블랑의 가옥


흔들리는 산에서 조망하는 가을의 감도

마을 리조트에 머무르는 여행자들은 몽트랑블랑 봉우리를 잇는 트레일 코스를 즐긴다. 몽트랑블랑은 ‘흔들리는 산’의 의미를 담고 있다. ‘화이트 피크’ 정상과 연결되는 스키 슬로프의 일부는 봄과 가을 사이 트레킹 코스로 변신한다. 초보자들은 곤돌라를 타고 올라 산을 우회하는 하이킹 루트를 택한다.

875m 지점의 정상은 봉우리 주변을 걷는 둘레길코스 외에 12개의 루트가 마을까지 연결된다. 완만한 경사를 따라 에둘러 돌아오는 코스로,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몽트랑블랑 봉우리 트레킹의 진면목은 산비탈을 내려서며 마을과 호수를 조망하는 데 있다. 알록달록한 마을과 몽트랑블랑 호수는 고도에 따라 색과 풍경을 달리하며 다가선다.

몽트랑블랑 마을 리조트는 걷기 여행자들이 집결하는 휴식처이자 유희의 공간이다. 마을은 차량이 다니지 않는 진정한 보행자의 천국이다. 마을 중심부까지는 ‘카브리올레’로 불리는 무료 곤돌라가 운행된다. 총천연색으로 칠해진 가옥들의 지붕 역시 가을 단풍과는 꽤 잘 어울린다.

몽트랑블랑의 중심은 생 베르나르 광장이다. 이곳 벤치에 앉아 변색된 거리를 지켜봐도 좋고, 골목을 오르내리며 와인숍, 쁘띠 카리부 클럽, 앙증맞은 호텔을 기웃거려도 좋다. 몽트랑블랑이 속한 로렌시아 고원 일대는 퀘벡의 특산물인 메이플 시럽의 주요 제조지다. 단풍 수액으로 만든 메이플 샴페인도 독특한 향을 낸다. 메이플 시럽을 잔뜩 뿌린 튀김 빵‘태피 스틱’을 맛보는 경험은 독특하다. 비버 꼬리를 닮은 넓적한 빵은 뜨거울 때 맛봐야 제격이다.

몽트랑블랑에는 11월 중순 무렵이면 첫눈이 내린다. 트레킹 시즌은 첫눈과 함께 이듬해 봄까지 겨울 휴지기에 들어간다.

‘화이트 피크’ 정상을 오가는 곤돌라
가을이 깃든 몬트리올 시내 전경


북아메리카의 파리, 몬트리올

퀘벡 주의 가을 로망은 산비탈 단풍마을에 머무르지 않는다. 자연을 벗어나면 프랑스풍 문화를 추앙하는 도시인의 호흡이 요동친다. 몽트랑블랑 남쪽, 차로 90분쯤 달리면 몬트리올이다. 몬트리올은 북미 최대의 프랑스어권 도시로 ‘북아메리카의 파리’로 불린다. 오래된 석조 건물과 고층 빌딩, 청춘과 예술이 공존한다.

몬트리올이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몽 루아얄 산은 높지 않은 언덕 형태로, 도심을 바라보고 서 있다. 단풍이 완연한 몽 루아얄은 도시인의 안식처인 동시에 경계의 의미가 짙다. 산자락은 프랑스 문화권과 영어 문화권을 나누고, 이탈리아인들의 삶터까지 닿아 있다.

몬트리올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은 ‘주아 드 비브로’, 즉 ‘인생을 즐겁게’다. 이방인의 발걸음을 유혹하는 유희의 공간들이 거리마다 즐비하다. 몬트리올의 뒷골목과 조우하려면 플래토 몽 루아얄로 향한다. 젊은 예술가들의 거주지로 알려진 이곳은 낮고 오래된 건물들이 나란히 늘어서 있다.

언더그라운드시티를 간직한 뤼 생트 카트린느 거리는 뉴욕 맨해튼에 뒤지지 않는 쇼핑 지대다. 카페와 갤러리가 밀집한 카르티에 라탱은 몬트리올에서 가장 핫한 지역으로 자리매김했다. 베이글에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크레센트 거리는 밤이면 노천 바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음악으로 다시 눈을 뜬다. 몬트리올은 세계적인 재즈의 도시다. 매년 수백만 명이 참가하는 재즈 페스티벌이 성대하게 열린다. 페스티벌 외에도 시내 곳곳에서 버스킹 무대가 펼쳐지며 깊은 가을밤을 낭만으로 물들인다.

몬트리올 노트르담 대성당
메이플 로드의 단풍과 낙엽


몽트랑블랑 트레킹

몽트랑블랑 국립공원 트레킹은 디스커버리 센터를 기점으로 진행된다. 몬로 호수 주변을 걷는 코스 외에 ‘라로체’, ‘코니시’ 트레일 같은 초보자를 위한 코스는 3~4시간 소요된다. 일부 초보자 코스는 반려견 동반이 가능하다. ‘머라드’, ‘로렌시안’ 코스 등은 4시간 30분이 걸리는 상급자 코스다. 트레일은 매년 5월 중순부터 첫눈이 올 때까지 이어진다. 국립공원 내 트레킹을 위해 별도의 입장권을 구입해야 한다. 원데이 패스는 성수기에 일찍 동나기도 하는데, 온라인으로 한달 패스를 사전에 구입할 수 있다. 몽트랑블랑 산봉우리와 연결되는 트레킹 코스는 곤돌라를 이동해 오른 뒤 하산하는 일정은 단풍과 호수 감상하기에 좋다. 몽트랑블랑에서 인근 마을을 잇는 ‘쁘띠 트랭 뒤 노르’ 루트는 사이클링 라이더에게 인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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