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강 외에 강연 프로그램에 연사로 나서거나 방송패널로 출연해 범죄심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제는 청소년 보호부터 성범죄, 묻지마 범죄 등 그때그때 주목받는 화제를 다루고 있죠.
우선, 범죄에 관한 대책이 없어 불안해하는 경우를 보는데, 범죄학자의 시선에선 이런 류의 범죄가 발생한 데는 그만한 원인, 요인이 있어요. 그러니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 대안일 수 있죠. 예를 들면 흉기난동을 일으킨 사람들 태반은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데, 사건 이전에 이미 위험 행동을 보여 왔어요. 피해망상으로 불안을 호소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거부하다 못해 병원에 입원시키려 한다면서 부모를 존속폭행하는 등 전조가 있었어요. 이상동기 범죄, 묻지마 범죄, 조현병이나 정신분열증에 따른 범죄의 실체는 결국 같아요. 이름을 달리해서 사람들이 갖는 경계심이나 두려움, 편견이 바뀌느냐. 그렇지 않죠. 근본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는 면에서 스키조프레니아 1)로 볼 수 있어요.
정신질환에 기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을 신고하면 경찰은 3일간 응급입원 2)을 강제할 수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그 후예요. 관리가 이어지지 않으면, 지금까지 사례를 봤을 때 치료를 중단하자 흉기 난동 같은 일이 벌어졌어요. 치료를 지속하는 제도, 법제가 필요해요. 더욱이 정신질환자는 병식(病識)이 없어요. 자신의 병을 자각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죠. 경찰 주도로 3일간 응급입원 치료를 한 뒤, 지자체장 권한으로 장기 입원 가능한 행정입원 절차를 거칠 수 있어요.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가능해졌죠. 현재는 사법입원제 3)를 논의 중인데, 가장 강제력을 발휘하는 유일한 기관인 법원에서 판결 형태로 입원을 명령, 집행한다는 것이 골자예요. 사법입원제 도입으로 상당 부분에서 치료가 이뤄지면 흉기 난동 같은 사건은 현저히 줄어들 수 있어요.
범죄의 원인을 빈부 격차로 꼽곤 해요. 그런데 서현역 사건 가해자의 오피스텔 가격이 알려져 화제가 됐죠. 물질적으로 잘 살지만, 사회 활동을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면서 갖는 빈부 격차가 존재할 수 있죠. 한 가지 원인을 찾는 건 때론 파워풀하고 매력적이니까요. 하지만 빈부 격차가 다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인간이니까 범죄를 저지른다는 거예요. 동물들이 범죄하는 것 봤어요? 어쩌면 근본적인 원인은 없는 지도 모르죠.
언론이 확대·재생산한 살인 영상을 본 이들이 불안감에 휩싸일 때 이해하고 공감합니다. 오래전 흉기난동 사건을 예방 차원을 넘어서는 보도 행태도 봐요. 막상 뚜껑을 열고 보면 이렇죠. 술 한 잔 마시고 칼 들고 시장통 나와서 흉기 휘두르면서 힘 자랑하는 경우는 수십 년의 역사가 있어요. 너무나 많은 매체, 채널에서 자극적으로 과열 보도하고, 그 뉴스를 접한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공유하고 확산하면서 그런 류의 사건이 늘어난 듯이 받아들여요.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보도 빈도에 의해 사건이 는줄 알지만, 수치로 보면 그렇지 않아요. 길을 가다가 갑자기 모르는 사람이 자신을 납치해서 죽일 가능성은 몇 %일까요? OECD 국가 중에 우리나라가 가장 낮아요. 인구 10만 명당 살인 사건 발생률이 1.7인데 반해 자살 사건 발생률은 3이에요. 현재 대한민국의 치안력이 얼마나 타이트한데요. 우리가 갖는 공포는 자극적인 보도에서 비롯 되었을 수도 있어요.
일상의 원칙은 집에는
일을 갖고 가지 않는 거예요.
일은 밖에서만 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절대 쉰다.
저의 철칙이기도 해요.
비교적 형이 높아졌고, 무기징역은 이제 많이 나오는 편이에요. 과거에는 오프라인 살인 사건이 주였고, 판사들에겐 과거의 양형 기준이 남아 있어요. 사건이 본질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양형 기준은 옛날에 훈련받은 대로 적용하니 괴리가 있죠. 영원히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할 대상자가 없는가? 물론 있죠. 신림동 흉기 난동 사건의 조선은 전과 17범, 부산 돌려차기 피의자는 전과 18범인데, 이런 경우는 방면(放免)하면 안 되죠. 다시 열심히 살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세상에 돌려보내지 않는 게 맞겠죠.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 가석방 없는 종신제를 논의하는 건 합당한 이유가 있어 보여요.
제겐 인간 관계가 중요하고 의미 있어요. 옛날 옛적부터 만나던 친구들을 만나고, 사람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지지 그룹이 있어요. 도저히 참을 수 없다고 하면 출장길에 친구와 동행해요. 1박이나마 그들과 편안하게 보통의 삶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죠. 또 일상의 원칙은 집에는 일을 갖고 가지 않는 거예요. 일은 밖에서만 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절대 쉰다. 저의 철칙이기도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