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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 컬쳐

카툰으로 보는 역사

헌종의 ‘재미’
인장 수집

글 · 염세권 일러스트 · 유남영
조선왕실이라고 하면 드라마 속의 궁중암투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조선시대도 일상 속의 재미를 찾아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낸 기록이 있다.
그중 제24대 왕 헌종의 재미는 바로 인장을 모으는 것이었다.


조선의 24번째 왕인 헌종(1827~1849)은 서화와 전각을 사랑했다. 전각은 나무, 돌, 옥 등에 글자를 새겨 인장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헌종은 1834년 할아버지 순조의 뒤를 이어 8세에 즉위했는데, 조선의 왕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에 즉위한 것이다. 그러나 15년 뒤 23세에 세상을 떠났다. 헌종의 인장에 적힌 ‘좋은 붓과 벼루는 인생의 한기쁨이다(筆硯精良人生一樂)’라는 글귀에서 알 수 있듯, 그는 한 나라의 군주였지만 소박한 즐거움으로 삶을 살았다. 헌종은 본인을 나타내는 자호와 별호를 새긴 인장, 도서나 서화에 찍은 수장인, 감정인, 좋은 글귀를 새긴 명구인 등 각종 인장을 제작하고 모았는데, 그렇게 수집한 인장이 700방이 넘었다.

궁궐 안에서 대부분의 세월을 보냈던 헌종은 서화와 전각을 통해 옛사람을 만나고 먼 곳의 명사와 교류했다. ‘금석으로 사귐(金石交)’, ‘천하의 선비들과 벗함(友天下士)’, ‘문자로 맺은 인연(文字因緣)’과 같은 문구의 서화 수장인을 보면, 비록 자신은 궁 안에 있으나 멀리 제주의 유배지에 있는 추사, 연경의 옹방강과도 마음을 나누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옛사람의 책을 읽다(讀古人書)’, ‘옛사람을 생각하네(我思古人)’, ‘마음으로 사모하고 손으로 따른다(心慕手追)’는 내용의 장서인에서는 책을 읽고 필자와 시대를 넘어선 교감을 바라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수집한 인장들에 대한 헌종의 애정을 잘 보여주는 물건이 국립고궁박물관에 남아 있는 ‘보소당인존장’이다. 120㎝ 높이의 목제 서랍장인데, 서랍 안의 사면을 쿠션으로 둘러싸 놓은 정성에서 인장에 대한 애착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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