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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설계,
주택 급매보다
연금 3층 탑 활용

글 · 허지윤 조선비즈 금융부 기자

은퇴 이후 노후 자산의 기본은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연금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은퇴 이후에 수령하게 되는 ‘공적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이라는 3층탑부터 세워야 한다.
은퇴 후 적정 생활비를 예상하고 국민연금 예상 수령 금액을 제외한 목표 은퇴자금을 계산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주택을 보유하면서 유동화하는 전략 세워

퇴직을 앞둔 50대 A씨 부부의 사례다. 남편 A씨(59)는 퇴직 후 9개월간 월 180만 원가량을 실업급여로 수령할 예정이다. 아내 B씨(55)는 아르바이트로 월 80만 원가량을 벌고 있다. 자녀 1명은 취업을 했지만 독립하지 않고 함께 거주 중이다. A씨 보유 자산은 경기도 수원 소재 아파트 한 채와 부부 합산 예적금 5억 원, 연금저축 6,000만 원(남편), 저축보험 1,400만 원(아내) 등으로 구성돼 있다.
A씨 부부는 행여 인생 2막을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연로하신 양가 부모님의 의료·간병비나 저희 부부의 의료비 등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 생기면 어쩌지 하는 걱정도 있다. 자녀를 위해 결혼자금을 지원하고 아내와 노후를 편히 보내고 싶다는 목표도 있다.
경기침체 우려 속 은퇴를 앞둔 50~60대의 고민거리는 한둘이 아니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 시기에 진입해 주택 등 부동산 자산 활용·정리 전략이 더 중요해졌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자산은 부동산에 편중돼 있다. 만약 1~2년 내 보유 주택을 처분해 노후 자금을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경우라면 최근 부동산 시장의 거래 침체와 가격 하락은 다소 불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기자가 만난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두고 현금화하기 위해 보유 중인 주택을 섣부르게 처분하기보다는, 차라리 주택을 보유하면서 유동화하는 전략을 가져가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노후에 중요한 거주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규모 축소, 주택연금 활용, 임대 소득, 가격 상승기 처분 등을 노리는 장기적인 인출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50~60대는 은퇴기 생활자금을 국민연금을 받기 전과 이후로 나눠 전략을 세우고, 개인형 퇴직연금(IRP), 연금저축, 종신보험의 연금 전환을 활용해 국민연금 개시 전 연금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은퇴 이후에는 안정성과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유념해 은퇴를 앞두고 투자 포트폴리오를 과하게 늘리거나 수익형 부동산 등 현금이 묶이는 곳에 투자하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





용도별 주머니 나누고 현금 흐름 확보해야!

은퇴를 앞둔 50~60대에는 보유 자산 규모보다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현금 흐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게 더 중요한 시기다. 국민연금을 받기 전과 이후로 나눠 지출에 대비한 목돈과 생활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 보유 자산을 어떻게 활용할지 등을 미리 계획해야 한다.
노후 생활비, 자녀 결혼자금, 의료비, 여행비 등 지출 항목 세분화 통해 필요 금액을 예측하고 자금 용도별로 각각의 주머니에 담는 작업부터 진행해야 한다. 특히 노후 생활비는 꾸준한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연금을 잘 활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앞서 사례로 든 A씨 부부에게 우선 부부 명의의 정기예금 5억 원을 ▲추가연금 재원 1억8,000만 원, 의료비 7,000만 원, ▲자녀결혼자금 1억 원 이내, ▲유동자금 1억 5,000만 원으로 재분류해 관리하고, 현금흐름을 추가로 확보할 것을 권했다.
‘2022년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은퇴 후 부부 적정 생활비는 314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를 기준으로 A씨 부부 자산 현황을 따져보면 현금 흐름을 추가로 확보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개인퇴직연금(IRP), 연금저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등은 은퇴자금 준비에 가장 최적화돼 있는 금융상품이다. 세액공제를 통해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고, 이자나 배당에 대한 과세 이연과 연금 수령 시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등의 혜택이 있다. 과세 이연이란 세금 납부 시점을 잠시 미뤄주는 것을 뜻하는데, 퇴직소득세 부담을 연금 수령 시점으로 이연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업계 전문가들은
퇴직을 앞두고 현금화하기 위해
보유 중인 주택을 섣부르게 처분하기보다는,
차라리 주택을 보유하면서
유동화하는 전략을 가져가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연금자산 개시 전략 세워라… 수령 시기 늦추면 더 받아

퇴직 이후 현금 흐름은 연금자산에서 나온다. 전문가들이 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 등 연금 3층 탑을 강조하는 이유다.
사례 A씨 부부의 연금 수령 시기를 따져보면 ▲59세부터 62세까지 부부개인연금 개인연금(IRP포함) 매월 180만 원(15년 수령)이 발생한다. 여기에 남편 A씨 실업급여와 아내 B씨의 아르바이트비 월 80만 원, 정기예금 이자소득도 있다. ▲63세부터 73세까지는 국민연금 180만 원과 개인연금(IRP포함) 180만 원이 발생한다. ▲ 73세부터 90세까지 국민연금 180만 원 발생한다. 이를 감안하면 73세 이후 노후 부족자금을 준비해야 한다.
정기예금 1억8,000만 원을 활용해, 추가 IRP개설을 통해 최대 1,800만 원을 5년간 납입하고, ISA계좌를 개설해 매년 2,000만 원 5년간 불입하는 방법이 있다. 이후 ISA 만기 자금을 IRP에 추가 입금을 통해 연금 재원을 마련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73세부터 15년간 매월 100만 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은퇴 후 국민연금 수령 전까지는 자녀의 피보험자 등재를 통해 고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 63세에 국민연금 수령을 하게 되면 연간 소득금액이 2,000만 원을 초과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건강보험료 부담이 생긴다. 이를 고려하면 금융소득 등이 1,000만 원을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아내 B씨의 경우 연금보험과 저축보험 합산 5,000만 원 외에는 국민연금, 퇴직연금이 없어 보완이 필요하다. 예·적금을 아내 명의의 즉시 연금으로 가입하는 방법, 아내가 현재 하고 있는 아르바이트를 5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면, IRP 계좌를 개설하고 매년 납입 한도인 1,800만 원을 채워 납입하는 방법도 있다. 예를 들어, 예금 2억 원에서 매년 1,800만 원을 5년간 납입하면 9,000만 원이 된다. IRP 불입 시에는 연간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고, 연금 수령 시에는 3.3~5.5% 수준의 저율 연금소득세만 내면 된다.
은퇴를 앞둔 시점에서 연금 준비가 미흡하다고 생각이 되면 매월 이자 수령이 가능한 월 쿠폰 지급형 가연계신탁(ELT) 또는 즉시연금보험 상품, 원금과 이자가 매월 같은 금액으로 지급되는 이자 지급식 연금 예금 상품에 가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은퇴 전까지 소득 감소와 물가상승에 대비할 수 있는 상품에 자산을 배분해 운용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국민연금 수령 이후에는 연금저축, IRP 등 세제 적격 상품의 연금 개시를 순차적으로 해야 한다. 55세 이후 연금 개시 시 5.5%, 70세부터는 4.4%, 80세 이상은 3.3%의 연금소득세 부과로 연금을 늦게 개시할수록 저율 과세되는 이점이 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연금을 운용·관리하는 게 유리하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새 직업이나 부업 등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고령층 빈곤의 1순위 원인이 소득 절벽이 아닌
치료비 부담이라고 한다.
은퇴 이후에는 ‘건강한 삶’에 목표를 두고
자산 관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




최대 노후 재원 ‘집’… 비중 축소 전략 잘 세우고, 주택연금·종신보험 등 활용

주택은 노후 주요 재원이다. 단, 고물가·고금리 시기인 만큼 은퇴를 앞두고 주택을 매도 처분하는 것에 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은퇴기에는 부동산 자산 점유 비율을 점차 축소 조정하고 안전자산 위주로 금융자산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만약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시기에 보유한 금융자산으로 물가상승률 이상의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을 담보할 수 없다면, 오히려 서둘러 부동산을 처분해 확보한 현금성 자산에 리스크가 클 수 있다.
주택을 통한 주거 안정성과 주택연금으로의 기능, 자산 상승 여력을 감안해 장기적인 인출 전략에 따라 우선 집을 보유하고 다양하게 유동화하는 편이 더 유리하다는 의미다. 현금 흐름이 빠듯하다면 현재 보유 주택을 반월세로 주고 상대적으로 전셋값이 낮은 지역으로 입주해 월수입을 창출하는 방법도 있다.
주택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시 하락하고 있는 시장 국면에서 은퇴 후 중요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수단으로 ‘주택연금’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 주택 소유자가 공시가격 9억 원 이하 주택을 담보로 맡기면 계속 거주하면서 평생 동안 매월 연금을 받는 제도다. 단, 가입자 연령과 주택 가격에 따라 월 연금액이 다르다. 가입 기준은 공시가격을 적용하지만 주택연금 월 수령액은 주택 시세 또는 감정평가액로 이뤄진다. 가령, 만 70세 1가구 1주택자가 공시가격 4억 원짜리 아파트를 월 일정액, 종신지급 방식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월 124만 원을 받게 된다. 공시가격 3억 원짜리 주택은 월 92만6000원을 받는다.
주택 가격이 높으면서 이자율이 낮고 기대수명이 짧을수록 연금액이 늘어난다. 연금 수령자 입장에서는 집값이 조금이라도 높을 때 가입해야 유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지난해 주택연금 가입자 수가 크게 늘기도 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연금 신규 가입 건수는 1만4580건으로 전년(1만805건)보다 34.9% 증가했다.
주택연금 수령 방식은 평생 일정한 금액을 받는 정액형, 가입 초기에 많이 받는 초기 증액형, 3년마다 일정하게 증가하는 정기 증가형으로 나뉜다. 현재 금융위원회는 주택연금 가입 기준을 공시가격 9억 원 이하에서 12억 원 이하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민연금 수령 전 시기에 현금 흐름을 추가로 확보하는 차원에서 가입된 종신보험 상품을 연금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 종신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사망해야 보험금이 100% 나오는 상품인데, 만약 ‘연금전환특약’이 있는 종신보험에 가입했다면 연금으로 전환할 수 있다. 사망 보장을 받다가 납입 기간이 끝난 후 고객이 원하는 시점에 노후 연금으로 전환해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단, 연금전환특약 종신보험도 보험료 납입 기간 경과, 대출 상환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 연금 전환할 수 있고, 일반 연금상품보다는 환급률이 낮기 때문에 개인별 보험 불입금액과 자금 상황 등에 따라 연금 전환에 따른 이점이 크지 않을 수 있다.
은퇴 시점에 자녀 지원 자금, 주거 비용 등에 과도하게 지출할 경우 노후 파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늘고 있다. 은퇴 이후에도 새 직업이나 부업 등을 이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고령층 빈곤의 1순위 원인이 소득 절벽이 아닌 치료비 부담이라고 한다. 은퇴 이후에는 ‘건강한 삶’에 목표를 두고 자산 관리를 해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