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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시대 생존법
파킹통장 200% 활용하기

글 · 송영찬 한국경제신문 기자

젊은 세대 사이에서 ‘파킹통장’이 예·적금을 능가하는 필수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잠시 주차(parking)하듯 짧은 기간 동안만 돈을 넣어둬도 이자를 지급해준다는 뜻의 파킹통장은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투자처를 달리하는 ‘투자 노마드’ 성향의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처럼 다시 찾아온 고금리 시기, 파킹통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파헤쳐 본다.





정기예금과 입출금통장의 그 사이

사실 ‘파킹통장’은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같은 금융상품의 정식 종류는 아니다. 정해진 예치 기간 없이 원할 때 돈을 넣고 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입출금통장(요구불예금)과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모든 입출금통장이 파킹통장이라 불리는 건 아니다. 특정 조건들을 만족해야 비로소 ‘파킹통장’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입출금통장과 파킹통장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요소는 금리다. 돈을 하루만 넣어놓았더라도 쏠쏠한 이자를 줘야 비로소 파킹통장의 타이틀을 얻게 된다.

일반적으로 은행 입출금통장의 금리는 연 1% 미만으로 매우 낮다. 전통적으로 은행들은 고객들이 자금을 입출금통장에서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으로 옮기길 유도해왔다. 은행은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 입출금통장보다는 일정 기간 돈이 묶이는 예·적금을 선호한다. 돈이 안정적으로 오랜 시간 묶여있어야 이를 바탕으로 대출을 집행하기에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파킹통장은 이런 은행의 공식을 파괴한다. 언제든 돈을 뺄 수 있는데도 매일 이자를 주고, 정기예금에 버금가는 높은 금리를 보장해준다. 한 인터넷전문은행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 대표 파킹통장 상품으로 5달 만에 235만 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했다. 현명한 금융소비자들은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5~1.75%에 머물던 시기 1억 원까지 연 2% 이자를 주는 이 파킹통장에 열광했다.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는데 금리는 웬만한 정기예금보다 높으니 큰 인기를 끌 수밖에 없었다. 특히 정기예금의 경우 중도에 해지할 경우 약정 이율보다 훨씬 낮은 중도해지이율이 적용된다.

이러다 보니 파킹통장은 정기예금의 지위도 흔들기 시작했다. 특히 중장년층에 비해 자산 규모는 적은 대신 그때그때 주식·가상화폐·부동산 등 각종 자산에 공격적인 투자를 해온 젊은 세대들의 투자 성향도 파킹통장 열풍에 한몫했다. 언제 어떤 투자의 기회가 올지 모르는 상황에서 목돈일지라도 1년 이상 정기예금에 돈을 묶어두는 것은 이들에겐 '비합리적인' 선택이 된 것이다.

지위가 흔들린 건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도 마찬가지다. CMA는 기존에 일반 입출금통장보다 금리가 높아서 투자자금 보관 용도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최근엔 CMA 수익률보다 웬만한 파킹통장 상품의 금리가 더 높은 게 예삿일이 됐다. 특히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던 CMA와 달리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내놓은 파킹통장은 모두 원리금을 포함해 5,000만 원까지 보호해주는 예금자보호대상이 아니던가.





가입 기간, 금액은 어떻게?

파킹통장은 말 그대로 잠시 주차해두는 통장이다. 하지만 은행권의 정기예금 금리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추세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 주차’도 고민해볼 만하다. 현재 1금융권 정기예금 금리는 연 3~4%에 머물고 있는데, 2금융권의 파킹통장 상품들도 비슷한 금리를 보이고 있다.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높고 1년 이상 자금을 사용할 계획이 없는 목돈이라면 정기예금에 예치하는 게 유리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파킹통장에 넣어두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단 파킹통장 금리가 높더라도 예금자보호 대상인 5,000만 원 이내만 넣어두는 것이 좋다. 특히 최근 고금리 파킹통장 상품들은 대부분 2금융권에서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분할 예치가 내 자산의 안정성을 높이는 방법이 된다. 안전하게 금리가 높은 곳들에 예금자보호 범위 이내로 분할해 넣어두는 것이 좋다.

파킹통장을 고를 땐 금리 말고도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한도도 반드시 잘 살펴봐야 한다. 현재 인기 있는 많은 파킹통장 상품들은 금액 구간별로 다른 금리를 적용해주는 경우가 많다. 높은 금리만 보고 목돈을 예치해뒀다가 일반 입출금통장 수준의 낮은 금리를 적용받을 수도 있다. 상품별 최고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금액까지만 이체해서 최대한의 효용을 높이는 것이 좋다.

쉬운 이체 조건도 파킹통장을 고르는 중요한 조건이다. 투자 기회가 생기거나 좋은 금리의 정기예금이 생기면 재빨리 옮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파킹통장 상품 중엔 해당 금융사의 입출금통장과 연결된 ‘통장 속 통장’ 형태인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파킹통장에서 증권 계좌나 타행 정기예금으로 이체하기 위해선 입출금통장으로 옮긴 뒤 다시 옮겨야 해서 번거로울 수 있다. 이 경우 잠시 주차하듯 넣어둘 수 있는 파킹통장의 장점이 희석된다. 주차장이 아무리 좋아도 너무 멀리 있다면 차를 가지러 오고 가는데 시간을 다 써버릴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일복리 상품들 위주로 살펴보는 것도 좋다. 목돈일수록 이자가 월 단위가 아닌 일 단위로 지급된다면 복리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고객들이 자사 앱에서 직접 ‘지금 이자받기’를 누르면 오늘까지 예치된 금액에 대해 바로 이자를 지급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복리 효과도 극대화하면서 매일 이자를 받는 즐거움을 누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