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달려온 또 한주가 마무리되는 금요일 저녁, IBK여의도중앙지점 회의실이 시끌벅적해졌다. 오늘은 향수 만들기 수업이 진행되는 날! 강사가 준비해온 여러 종류의 향료와 준비물들이 테이블에 놓였다. 생경한 풍경에 이정은 팀장을 비롯해 장누리·임송희·김의정·하지수 대리의 얼굴에 웃음꽃이 만개했다.
“향수 만들기 수업이 진행된다는 소식을 듣고 동료들과 좋은 추억을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 신청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제가 향수를 무척 좋아해요. 사람마다 고유한 향이 있으면 매력적으로 느껴지더라고요. 또 향수는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시중에 판매하는 제품이 아닌, 직접 조향 후 향수를 만들 수 있다고 해서 무척 설렜습니다.”
장누리 대리의 말에 직원들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풀 냄새나 바다가 연상되는 시원한 향기를 좋아한다는 김의정 대리는 클래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미소가 한가득하다.
“나만의 향수를 만든다는 것도 좋지만, 동료들과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게 돼 행복해요. 이 시간을 통해 동료들과 더 가까워질 것 같아요. 그리고 좋은 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스트레스도 풀리잖아요! 맘껏 힐링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소설 <향수> 속에는 ‘향을 다스릴 줄 안다는 것은 삶의 여유를 즐길 줄 아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요즘은 자신의 취향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취향에 어울리는 아이템을 찾아 삶을 향유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향도 그중 하나다. 옷차림이나 헤어스타일처럼 눈에 보이진 않지만, 한 사람의 이미지를 완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바로 향기다.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향료를 관능하며 테스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향료 관능’이란 향료 하나하나의 향을 맡고 분석하는 작업을 말한다. 강사가 향료 관능에 대해 설명했다.
“톱노트, 미들노트, 라스트노트로 구분된 향료를 시향지에 묻혀 향을 맡아보고 향에 대한 느낌을 상·중·하로 메모하면서 조향 차트를 작성할 거예요. 정말 꼭 쓰고 싶은 향료는 별도로 체크해 주시고 나머지 향들은 내 취향을 알아본다 생각하고 편안하게 기록하시면 돼요. 선호도를 확인한 후에는 향료를 섞어보면서 완성품을 만들어볼 거예요. 자, 그럼 이제 시작해볼까요!”
향수의 향은 크게 탑(Top)·미들(Middle)·라스트(Last)노트의 3단계로 구성된다. 노트(Note)란 향이 나오는 속도를 말한다. 노트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향이 천차만별로 달라지며, 서로 다른 개성을 갖게 된다. 향수의 첫인상인 톱노트의 지속 시간은 2시간 이내로 가볍고 신선한 향이 주를 이룬다. 미들노트는 그 향수가 표현하고자 하는 진짜 성격이 담긴 결정체다. 2~6시간 지속되며 보통 꽃향, 과일향이 주를 이룬다. 라스트노트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잔향’으로 향수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데, 보통 6시간 이상 향이 지속된다.
직원들은 40여 가지의 향료를 하나씩 맡아보며 차트에 세심하게 선호도를 기록해나갔다. 향료 관능을 하는 이들의 모습이 전문 조향사 못지않게 진지했다.
“톱노트에 있는 베이리프 향 어때요? 저는 이 향이 정말 좋은데요!”
베이리프에 ‘상’을 세 개나 준 김의정 대리의 말에 직원들의 관심이 모두 베이리프로 향했다. “나도 이 향 좋아요!”, “나도! 나도!” 장누리 대리와 이정은 팀장이 열렬히 호응했다. 이번에는 임송희 대리가 “베이스 노트에 있는 화이트 머스크 한번 시향해 봐요. 향이 정말 좋아요!”라며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임송희 대리는 화이트 머스크에 ‘최상’을 주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직원들은 그다지 선호하는 향이 아니었다. 임송희 대리는 “이렇게 서로 좋아하는 향이 다르다는 게 신기해요. 각자의 취향이 다르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라고 하자 직원들이 “정말 그렇다”며 호응했다.
30분 이상의 향료 관능이 이어졌다. 회의실은 짙은 향기로 가득했다. 그리고 마침내 선호하는 향을 파악하는 시간이 마무리되었다. 이정은 팀장이 선택한 향료는 레몬, 작약, 자스민, 화이트로즈 등 평소 좋아하는 달달한 꽃향이 주를 이뤘다. 비누 향을 좋아하는 하지수 대리는 만다린, 라벤더, 릴리 등 총 아홉 개의 향료를 골랐다. 임송희 대리는 버가못, 프리지아, 엠버 딱 세 개의 향료만을 선택했다. 김의정 대리의 향료 리스트는 시크하고 시원한 느낌의 향들로 채워졌다. 이끼 향을 좋아한다는 장누리 대리의 향료 리스트는 무려 열한 개나 됐다. 직원들은 선택한 향료를 묻힌 시향지를 서너 개씩 모아 맡아보면서 향이 어울리는지를 파악했다. 아무리 좋은 향이라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향수 만들기의 마지막 순서는 조향이다. 조향이란 특정 향들을 섞어 완벽한 조합을 이루어내는 과정을 말한다. 조향은 선호하는 향의 우선순위에 따라서 향료의 양을 정하면 된다. 조향 과정은 향료 한 방울의 차이로도 향이 바뀔 수 있어서 전자저울과 스포이트를 이용해 정교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강사는 다섯 사람의 향 선호도를 토대로 배합을 조언했다. 직원들의 얼굴이 자못 진지해졌다.
하지수 대리는 “향수 만드는 작업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까다롭다는 생각도 들어요. 제가 좋아하는 비누 향을 만들고 싶었는데, 쉽지 않더라고요”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녀의 말에 직원들이 공감을 표현했다. 이정은 팀장은 “잠시지만 조향사가 된 기분을 누린 것 같아요”라며 클래스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직원들은 꼼꼼한 손길로 조향까지 마무리했다. 이제 배합한 향료에 향수 베이스를 넣고 향수병에 담으면 완성! 향과 어울리는 스티커로 향수병을 꾸며주니 모습이 더욱 그럴싸해졌다. 직원들은 각자가 만든 향수를 살짝 뿌려보면서 향을 음미했고, “향기에 집중하는 동안 힐링이 되는 기분이었다”며 엄지를 세웠다. 다섯사람이 만든 향수는 2주 정도의 숙성 기간을 거쳐야 한다. 직원들은 각자 만든 향수가 2주 후 어떤 향을 낼지 잔뜩 기대되는 표정이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향을 찾기 위해 오롯이 향기에만 집중했던 시간. 향수 만들기 원데이 클래스를 통해 특별한 추억을 만든 이들의 얼굴에는 봄꽃을 닮은 미소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