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가마 속에서 구워낸 도자기는 결코 빛이 바래는 일이 없다. 마찬가지로 고난과 아픔에 단련된 사람의 인격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
교육학자 쿠노 피셔가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도자기는 빛이 바래지 않고 영원하다. 하물며 오랜 시간 진흙 속에 파묻혀 있던 도자기도 그 본질적 아름다움을 잃지 않고 박물관에 전시되곤 한다. 사람의 마음도 도자기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는 걸까? 가마와 같이 뜨거운 고난을 이겨낸 사람은 진흙탕 같은 곳에서도 그 성품을 잃지 않는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퇴근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 모두가 저녁 메뉴를 고민하는 시간에 서울의 한 도예공방이 환하게 빛을 비추고 있다. 공방 안에서는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물레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바로 직접 도자기를 만들어보기 위해 모인 IBK인들이다.
“참가 신청을 여러 번 했는데, 이번에 결국 참여하게 됐습니다. 특히 도자기를 깨뜨리지 않으면 평생 간직할 수 있어서 무척 기대돼요!”
참가하게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경영관리부 서현아 대리는 신이 난 듯 답했다. 이어서 수업을 시작할 시간. 가볍게 인사를 마친 IBK인들은 준비된 앞치마를 착용하고 자리에 앉았다. 처음 보는 물레가 신기한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함께 참가 신청을 한 동기들은 인증샷을 찍기 바쁘다.
“오늘 해볼 수업은 바로 물레 도자기예요. 물레가 없이 손으로 만드는 도자기는 울퉁불퉁하지만 투박한 멋이 있는 반면, 물레로 만드는 도자기는 균형을 잘 맞추면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도예품에 뒤지지 않는 예쁜 작품이 나올 거예요.”
오늘 어떤 도자기를 가져가게 될까? IBK인들은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우선 앞에 놓여 있는 물레의 버튼을 발로 꾹 눌러볼게요.”
IBK인들이 서툰 발동작으로 버튼을 누르자 물레가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와아!”
신기한 듯 탄성을 지르는 IBK인들. 이제 손으로 직접 준비된 찰흙의 모양을 만들어준다. 선생님의 지도 아래 각자가 만들고 싶은 작품의 모양을 만들어간다.
“지금 뭐 만드는 거야?”
“난 꽃병을 만들고 싶었는데...”
꽃병을 만들고 싶었던 손다슬 대리의 찰흙이 엉뚱한 모양으로 만들어지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물레가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자칫 너무 힘을 주게 되면 찰흙이 밀리면서 모양이 흐트러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물레도예를 할 때는 부드럽고 조심스럽게 모양을 만들어줘야 한다.
“얘 만든 거 봐봐. 너무 예쁘다! 입구를 어떻게 좁혔어?”
이민영 대리가 만들고 있는 찻잔이 작은 백자처럼 예쁜 모양이 되자, 같은 부서 동료들이 묻는다. 조심스러운 성격의 소유자인걸까? 이민영 대리는 아주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여가며 모양을 만들어갔다. 삼성역지점 장은진 대리, 서울대입구역지점 장한울 대리, 퇴직연금부 조주현 대리는 각각 서로 다른 지점에서 찾아온 동기들이다.
“주현아! 대체 뭘 만드는 거야?”
조주현 대리의 찰흙이 자꾸 뭉개지면서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되자, 동기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놀리고 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조금 지각했지만, 동기들보다 훨씬 예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 있게 말하던 조주현 대리는 아무래도 조급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던 것 같다. 어쩐지 도자기에는 그 사람의 마음 상태가 반영되는 것 같다. 평소 차분한 사람, 마음이 좀 다급해진 사람. 또 대담한 사람은 큰 그릇을 만들고, 섬세한 사람은 곡선이 유려한 찻잔을 만들기도 했다. 어쩌면 아름다운 도자기를 만드는 것은 스스로를 가다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닐까?
IBK인들의 도자기가 하나둘 완성되기 시작했다. 선생님의 도움이 살짝(?)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 만든 작품들이 마음에 드는지 다들 만족스러운 표정이다. 누군가는 찻잔을 만들었고, 누군가는 트레이, 또 누군가는 꽃병을 만들었다.
“만들어 놓고 보니 진짜 그럴싸하네!”
“그러니까! 내가 만든 거라고 아무도 생각 못하겠는데?”
IBK인들은 자신이 만든 도자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다시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남편과 함께 참여한 이민영 대리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남편이 생각보다 손재주가 좋은 것 같다”며 칭찬을 했고, 남편 황승빈 대리는 “술을 자주 마시진 않지만 아내와 함께 마실 술잔을 만들었어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아직은 찰흙 색깔의 투박한 모습이지만, 가마에 구운 뒤 색을 입히면 두 사람의 관계처럼 아름다운 술잔이 될 것 같았다.
오늘의 수업이 끝났다. 모두가 자신이 만든 작품들을 들고 기념 사진을 촬영했고, 직접 만든 작품들은 가마에 구워진 후 색을 입혀 택배로 수령할 예정이다. 경영관리부 지점 동료들과 각 지점에서 찾아온 세 명의 동기들은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함께한 시간이 소중했던 만큼, 오늘의 추억은 뜨거운 가마에 구운 도자기처럼 빛을 잃지 않고 오랜 시간 아름답게 추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