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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전성기,
인기 크리에이터로
인생 2막을 열다

글 · 편집실

유튜브는 이제 젊은 세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22년 12월 27일 발표한 ‘2022 방송매체 이용형태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0대 89.2%, 50대는 65.8%, 60대는 46.6%, 70대는 14.4%로 스마트폰의 영향력이 고연령대로 확산되고 있다.





세대를 넘나드는 공감 콘텐츠 증가

중장년층이 주로 이용하는 OTT는 유튜브가 1위로 66.1%, 2위 넷플릭스 31.5%, 티빙 7.8%, 웨이브 6.1%, 쿠팡플레이 5.2% 순으로 모두 증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유튜브의 콘텐츠 중심 성장 전략이 중장년을 이끈 요인으로 분석했다.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 기관인 오픈서베이 관계자는 “타인과의 소통 채널로 쓰이는 다른 소셜미디어와 달리 유튜브는 콘텐츠 중심이라 SNS 사용에 미숙한 노년층까지 즐겨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튜브 관계자는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진 점이 이들을 유튜브로 이끈 가장 큰 요인”으로 꼽았다.

중장년과 노년층의 OTT 콘텐츠 이용 증가와 더불어 자신의 관심사와 노하우를 공유하거나 소통하기 위해 직접 콘텐츠 제작에 뛰어든 중장년층도 늘고 있다. 부캐 전성시대의 중심에는 MZ세대가 있지만 50대 이상 중장년층의 열정도 만만치 않다. 자신의 본업과 연계해 유튜버로 소통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부캐, N잡러로서 다양한 삶을 살고 있다.

60대 중반에 시니어 모델로 데뷔한 모델 김칠두 씨와 유튜버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박막례 할머니’, ‘밀라논나’ 등 시니어 크리에이터들이 맹활약하는 것은 이미 꽤 오래된 현상이다. 그들은 진정성 있는 삶의 태도, 연륜에서 오는 경험과 조언, 재치 있는 입담 등을 선보이며, 중장년층만이 아니라, MZ세대와의 거리도 좁혀 나가고 있다.





수십 년 내공의 할머니들 손맛 콘텐츠

오랫동안 실전에서 차곡차곡 쌓은 찐 실력, 계량 따윈 필요 없는 할머니들의 손맛 콘텐츠가 MZ세대들을 사로잡았다. 할머니 요리 유튜버들의 레시피에는 확실한 주관과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먼저 설명이 필요 없는 130만 구독자의 실버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박 할머니는 과거 식당 운영의 경험을 살려 요리를 선보였다. 요리법에 구애받지 않고 “주량대로 넣어”, “재료는 다 없어도 돼” 등 스웨그 넘치는 모습으로 MZ세대의 마음을 저격했다.

또 구독자 19.2만 명의 유튜브 채널 ‘손맛 할머니’를 운영 중인 78세 이용숙 할머니의 전원생활 ‘쿡방’도 인기다. ‘손맛 할머니’의 영상은 경기도 양평의 자연과 함께하는 슬로우 라이프를 보여주며 텃밭에서 시작되는 것들이 많다. 텃밭에서 오이, 호박, 가지를 툭툭 떼서 능숙한 손놀림으로 집밥 한 상을 금세 완성한다. 할머니의 쿡방은 요리 완성에서 끝나지 않고, 아들과 남편까지 함께 출연해 가족들의 먹방(먹는 방송)으로 이어진다.

60대 유튜버 ‘순자엄마’는 먹방, 몰래카메라 등 콘텐츠를 다루고 있다. 직접 기른 채소를 활용한 호박잎쌈밥, 고추부각, 시래깃국 등 시골식 ‘먹방’과 함께 가족들의 반응을 살피는 ‘몰카’ 등 시트콤 같은 상황들을 많이 연출하며, 즐거운 일상생활의 소소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직장인에서 유튜버로 프로들의 콘텐츠

또 직업과 연계해 채널을 운영하면서 인기를 얻은 중장년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지금은 유튜브 운영 중단을 밝혔지만 93.2만 구독자의 ‘밀라논나’ 장명숙 할머니다. 그는 70년대 후반 밀라노에서 유학 당시 유명 백화점 패션 담당 바이어, 무대 의상 디자이너, 교수로 활약하며 ‘페라가모’, ‘막스마라’ 등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를 한국에 안착시키는 데 기여했다. 그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패션과 라이프 스타일 영상들은 아직도 인기가 많다.

37년간 방송국에서 컴퓨터 그래픽(CG) 디자이너로 생활하다 작년 2월 정년을 마치고, ‘펄이지엥’ 채널을 운영하는 조현주 할머니도 있다. 그는 여성 맞춤옷 리뷰, 체형 커버 룩 같은 일상 코디 등 패션 콘텐츠와 ‘3만원 이하 갓성비 선물 추천’ ‘전국 식료품 찐템’ 등 MZ들의 관심 있는 아이템들을 다루기도 한다.

또 교과서에서 나오는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을 쓴 최재천 교수. 최 교수는 은퇴 후 유튜브 ‘최재천의 아마존’을 운영한 지 2년여 만에 48.8만 명의 구독자를 만들었다.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낳는 사람은 이상한 겁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이 인기를 얻으면서다. 해당 영상은 현재 조회수 258만 회를 돌파했다. 대법관을 지낸 70대 박일환 변호사도 2018년 12월부터 ‘차산선생법률상식’을 운영 중이다. 30년 이상 판사로 일하며 얻은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법률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어려운 법률 상식에 대해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현재 구독자는 14.6만 명을 넘어섰다.





있는 모습 그대로 라이프 스토리 콘텐츠

할머니 먹방 콘텐츠나 라이프 생활을 다룬 채널들도 인기가 많다. 80대 김영원 할머니의 ‘영원씨01seeTV’는 구독자 35.6만 명의 인기 먹방 채널이다. 자그마한 체구의 김 할머니는 자극적인 음식이나 빨리 먹는 먹방보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야무지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치킨, 소고기, 과일 등 익숙한 음식과 젤리, 딸기탕후루, 철판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먹방을 선보인다. 그중 지구젤리 먹방 영상은 조회수 1,227만 회를 기록한 바 있다.

또 전남 귀농 산어촌 서울센터에서 개설한 유튜브 ‘귀농TIME’에서 [농부의 정석] 시리즈를 맡은 50대 김양수 씨는 인기 스타다. 특히 ‘진딧물의 정복자, 숨겨둔 비법 대공개’ 영상은 2월 말, 조회수 99만을 돌파하며 ‘귀농TIME’ 콘텐츠 중 누적 조회수 1위를 기록했다. 다양한 농부들이 출연해 함께 콘텐츠를 만들며, ‘세상 쉬운 천연 살충제 만들기’, ‘뚝심으로 70대에 토종 다래 명인이 되다’ 등이 인기 영상이다. ‘귀농TIME’은 귀농·귀촌인들은 물론, 도시 농부들의 마음도 사로잡고 있다.

이 외에도 경제적 여유가 없어 학원 한번 못 보낸 아이를 인터넷과 책만으로 우리나라 최고 의대에 합격시킨 아빠 박영호 씨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잘키우자TV’, 싱크대 청소, 냉장고 정리, 간편한 옷 정리 등 일상생활 노하우를 다루는 ‘친절한 경애씨’, 어덜트 등 덕후 마니아층이 많은 피규어 리뷰 유튜버 ‘하비킴’ 등도 인기가 많다. 이렇게 자신만의 색깔을 살린 콘셉트를 기반으로 중장년, 시니어 유튜버들은 꾸준히 활약하며 또 다른 인생 2막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