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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
재연 이상의 가치를
만든 영화들

글 · 편집실   자료 · 네이버 영화

전편만 한 속편은 없다고 할 만큼 속편이나 재연을 통해 흥행을 이룬 작품은 많지 않다. 그런데 요즘 들어 속편, 재연 작품들이 성과를 내며 영화계를 휩쓸고 있다.
13년 만에 속편으로 돌아온 영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2’)과 90년대 농구 전성기, 청소년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던 만화 ‘슬램덩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 ‘더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을 기록했다. 20년이 훌쩍 넘은 <타이타닉>도 재개봉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 작품들이 흥행을 거둔 이유가 뭘까.




어떤 작품이 한 시대를 풍미하는 것은 당시를 살아낸 수많은 이들의 기억을 끌어안는 일이다. 그런 추억이란 감성을 건드렸기 때문인지, 그리움 때문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알 수 없는 뜨거움이 스멀스멀 올라와 벅찬 감동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레트로 감성을 건드린 영화의 흥행은 <탑건: 매버릭>부터 시작됐다.




과거의 로망과 더 성장한 <탑건: 매버릭>


1980년대 당시 할리우드는 <인디아나 존스>, <다이 하드>, <터미네이터>, <람보> 같은 영화들이 인기를 끌면서 액션-어드벤처 장르가 대세를 형성했다. 그러한 분위기 가운데 1986년 개봉한 <탑건> 역시 최고흥행작에 등극했지만, 30년이 훌쩍 넘은 2019년에 와서야 속편이 제작되었다. 36년 만에 돌아온 후속작 <탑건: 매버릭>은 다시 한번 세계적으로도 흥행에 성공했고, 한국에서는 8백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탑건: 매버릭> 영화의 첫 장면은 <탑건> 1편의 OST인 케니 로긴스의 ‘Danger Zone’이 배경음악으로 흘러나오며, 아련함을 전해준다. 이어 톰 크루즈가 항공점퍼,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바이크를 타며 사막을 질주하는 1편의 전설적인 장면이 오마주된다. 1986년 <탑건>의 패기 넘치는 청년의 모습은 아니지만, 다시 한번 오토바이를 타고 활주로를 달리는 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작품 초반부터 여전히 멋진 톰 크루즈의 바이크 질주 씬은 뭇 아저씨들의 오토바이 구매와 에비에이터 선글라스, 흰색의 크루넥(둥근 모양의 목둘레) 티셔츠와 청바지, 항공 점퍼까지 구매를 촉진했다.
극 중 메버릭은 ‘마하 10’ 이상으로 비행기를 조종하는 전설적인 전투 비행사다. 그런 그가 상위 1% 해군 파일럿을 위한 훈련 학교 ‘탑건 스쿨’의 교관으로 복귀한다. 이곳에서 관객은 전편과 연관 있는 반가운 인물들을 만나게 된다. 훈련생 중 전편에서 매버릭의 절친한 동료로 불의의 사고로 사망한 구스의 아들 루스터를 만나고, 매버릭의 경쟁자이면서도 동료애를 보여준 아이스맨 역의 발 킬머도 등장한다. 훈련생들은 매버릭의 능력을 의심하지만, 압도적 비행 능력으로 제대로 증명한다. 스크린 전체를 활용해 펼쳐지는 화려한 비행 장면과 요즘 극장에서 누리는 웅장한 사운드는 관객의 심장을 뛰게 했다.
톰 크루즈는 <탑건: 매버릭>을 홍보하며 “매버릭은 중년을 위한 영화다. 마음껏 우셔도 좋다.”라는 말을 전했다. 전작에서 톰 크루즈가 잘생겨서, 혹은 F-14 톰캣 전투기에 반해서 매버릭에게 열광했다면, 이제는 매버릭이라는 한 인간에게서 멋을 느낀다. 60세가 되어서도 바이크로 활주로를 질주하고, 화려하게 제트기를 모는 장면에 수많은 중년은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탑건 1편에 열광했던 청년들은 어느덧 인생의 후반기에 접어들며 중년이 됐다. 매버릭의 모습 속에서 느낀 동질감이 흥행의 요소로 작용했다.




더 깊어진 바닷속 ‘판도라’ <아바타: 물의 길>


‘아바타’ 속편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1편을 개봉한 지 13년 만이다. 2009년 당시 ‘아바타’의 등장은 영화계는 물론 영화에 관심 없던 관객들마저 사로잡았다. 이야기 도 매력적이었지만 이모션 퍼포먼스 캡쳐 기술(카메라가 얼굴 전체를 실시간으로 캡쳐해 모공의 움직임까지도 CG화하는 기술)과 3D 입체 기술 등을 활용해 탄생시킨 ‘아바타’의 영상미는 당시 영화에서 맛볼 수 없는 신세계로 이끌었다.
이와 같은 이유로 ‘아바타’는 점점 관객들에게 영화 이상의 공감대를 형성해 갔으며 나비족의 세계는 단순히 허구의 공간이 아닌, 공감의 장소로 뇌리에 강하게 남게 되었다. 그 이후로 많은 3D 영화가 나왔지만 그 인기는 금세 사그라들었다. 지난 13년 사이 <아바타>와 같은 영화적 체험을 선사한 영화는 거의 없었다. 그래서 관객들은 또 한 번의 압도적 체험, 새로운 세계에 대한 몰입을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게 기대하고 있었을지도.
그렇게 속편으로 돌아온 <아바타: 물의 길>은 가족 이야기로 영화를 끌고 간다. 판도라 행성에서 '제이크 설리'와 '네이티리'가 이룬 가족이 겪게 되는 무자비한 위협과 살아남기 위해 떠나야 하는 긴 여정과 전투, 그리고 상처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한 인터뷰에서 제임스 카메론이 “감정적으로 매우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계 목표였다. 새 영화에서는 캐릭터, 이야기, 관계가 더 강조된다.”라고 얘기한 것처럼 이야기 구조에 있어서 <아바타: 물의 길>은 복합적이고 더 깊어졌다.
더욱 발전한 영상 기술은 <아바타: 물의 길>의 영상미를 더욱 섬세하고 풍부하게 만들었다. 영화관에 불이 꺼지고 시작된 스크린 속 판도라 행성의 바다가 화면 밖을 뚫고 나와 넘실거렸다. 아름답고 환상적인 행성 판도라에서 우주와 교감하던 나비족은 이번에 물로 길을 열었다. 아름다운 산호초와 물고기로 가득 찬 바닷속을 헤엄치는 모습, 대형 수중생물을 타는 장면 등이 펼쳐졌다. 현실과 가상현실이 이질감 없이 녹아든 신세계는 다시 한번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제공했다.
또 영화는 관객이 인간이 아닌 나비족을 자연스레 응원하도록 이끌었다. 위험에 맞서 제 터전과 가족을 지키려는 나비족과 그들의 짓밟힘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었던 인간, 제이크 설리를 통해 관객들은 공감하게 된다. ‘아바타’의 기억을 공통으로 가진 이들에게 이와 같은 인간적인 공감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오랜 시간을 건너 찾아왔음에도 관객은 다시 한번 천만의 영예를 안겨주었다.





X세대 ‘대중문화’의 추억 <더 퍼스트 슬램덩크>


1990년부터 1996년까지 『주간 소년 점프』에서 연재된 만화 <슬램덩크>는 농구를 해본 적 없는 강백호와 북산고교 농구부 학생들이 함께 성장하는 스토리를 그린 작품이다. 당시 원작 만화는 우리나라에서만 1,450만 부 이상 판매되었으며, 1992~2000년대 초반까지 만화책을 비롯해 TV 애니메이션과 게임 등 다양한 콘텐츠로 제작되어 중고등학생을 중심으로 거대한 인기를 누렸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30여 년 X세대(1970년대 이후 태어난 세대들)의 추억을 감성적으로 건드렸다. 그 시절 농구는 경기를 즐겨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함께하던 스포츠이자 놀이였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과 미국 프로농구(NBA) 인기의 시대였고, 드라마 ‘마지막 승부’가 안방을 강타했었다. 그 가운데 <슬램덩크> 만화가 있었다. 비디오판 OST ‘너를 좋아한다고 외치고 싶어’와 가수 박상민이 부른 OST ‘너에게로 가는 길(Crazy for you)’ 한 소절에, ‘덩크슛’을 던지는 장면에, 그때 그 시절이 생생하게 소환된다. 이렇게 <슬램덩크>와 함께 청소년기를 보낸 이들이 각기 다른 모양새의 어른이 되었음에도 같은 그리움을 가지고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하게 되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마지막 경기, ‘산왕공고’와의 대결을 두 시간에 걸쳐 보여준다. 영화는 주인공이었던 강백호 대신 포인트 가드 송태섭를 주축으로, 원작에서 볼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와 송태섭의 어린 시절 이야기 등을 함께 다룬다. 특히 북산고 농구부 멤버 5명이 등장하는 초반 오프닝 장면부터 가슴이 웅장해진다. 30년 만에 영화로 돌아온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40·50세대에겐 마치 학창시절 앨범을 펼쳐본 듯 옛날의 설렘과 열정적인 감정을 다시 마주하게 했다. 또한 20·30세대에겐 새로운 콘텐츠로서 자리매김하며 소장 욕구에 불을 붙이고 있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 팝업스토어를 열고, 관객들은 한정판 피규어와 유니폼 등 굿즈를 사기 위해 연일 줄을 서서 기다리며, 다시금 만화책을 구매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롯데칠성음료와 손잡고 ‘슬램덩크 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날 우리는 때론 서투르지만 열정적이고 마음을 다했던 강백호가 되었고, 때론 오합지졸을 이끌어가던 듬직한 주장 채치수가 되기도 했다. <탑건: 매버릭>과 <아바타: 물의 길>,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이러한 그리움이 그 시대의 공감대로 형성되어 있고, 그렇게 추억을 품고 살던 이들의 마음을 두드렸다. 다시금 그 추억을 소환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끌어당긴 것이 흥행의 비결은 아닐까.




Tip. 관객들이 뽑은 최고의 명대사

<탑건: 매버릭>

  • 생각하지 말고 그냥 해. (매버릭)
  • 신사숙녀 여러분, 여러분의 구세주입니다. 안전벨트 매시고 좌석 앞 선반은 제자리로 돌려주시고 착륙 준비하세요. (행맨)
  • 아버지라면 그렇게 했을 테니까요. (루스터)
  • 이젠 잊을때가 됐어(아이스맨)
  • 비행기가 중요한게 아니라 조종사가 중요한거야. (매버릭)
  • 출처: 네이버 영화 명대사 추천순

<아바타: 물의 길>

  • 금방 풀었는데, 또 묶였어! (투크티리)
  • 아들엔 아들이야. (네이티리)
  • 아버지는 지킨다, 그것이 존재 이유다. (제이크 설리)
  • 당신 면상을 봅니다. (그레이스 어거스틴)
  • 물의 길에는 시작도 끝도 없어요. (로아크)
  • 출처: 네이버 영화 명대사 추천순

<더 퍼스트 슬램덩크>

  • 왼손은 거들뿐. (강백호)
  • 농구가 하고 싶어요. (정대만)
  • 그래 난 정대만, 포기를 모르는 남자지. (정대만)
  • 영감님의 영광의 시대는 언제죠? 난 지금입니다. (강백호)
  • 아직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저뿐인가요? 포기하면 그 순간이 바로 시합 종료입니다. (안감독)
  • 출처: 알라딘(2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