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역 인근에 위치한 IT타워에 위치한 제이엘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그리고 2차전지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정밀화 소재를 개발 및 생산하는 회사다. 제이엘켐 정훈도 대표는 반도체는 트랜지스터가 10억 개 이상 들어가는 현대 문장의 필수 전자장비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는 메모리칩 세계 12위를 하고 있어요. 그 공정을 세분화하면 7만 스텝의 정밀화 공정으로 이뤄져있습니다. 그 안에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정밀화학 소재가 필요하겠죠. 그런데 이 소재의 50% 이상을 일본에서 조달 받고 있었어요. 그래서 전 오래 전부터 국산화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반도체 소재의 국산화를 위해 대학 시절부터 연구개발을 거듭하던 그가 직원 한 명을 데리고 설립한 회사가 바로 제이엘켐이다. 제이엘켐은 현재 반도체 공정 가운데 웨이퍼 기판 위에 나노 사이즈의 초미세 패턴을 그리는 ‘포토레지스트’ 공정에 필요한 핵심 소재들을 공급하고 있다. 그밖에 OLED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필요한 소재를 리사이클 소재로 개발하기도 했고, 배터리 부문에서는 리튬이온 배터리에 들어가는 전해질 첨가제 등의 정밀화학 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고 있다.
첨단 IT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2차전지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도전하기란 쉽지 않았을 터. 정훈도 대표는 직원 한 명을 데리고 벤처기업으로 창업을 했다고 말한다.
“처음엔 어려운 점도 많았습니다. 머릿속에 든 아이디어와 직원 한 명만을 데리고 무턱대고 창업을 했으까요. 처음에는 저희가 개발한 제품을 기업들이 평가조차 해주지 않았습니다. 기존에 안정적으로 공급을 받고 있는데, 듣도 보도 못한 회사 제품을 사용해 리스크를 가질 필요가 없었던 거죠. 그래도 저는 언젠가는 저희 제품을 사용하게 될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정훈도 대표는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려웠던 것으로 자금 확보를 꼽았다. 연구개발을 위해 끊임없이 투자를 해야 하고, 설비 투자를 해야 하고, 인력도 늘려야 하는데 자금조달이 쉽지 않아 애를 많이 먹었다고.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정부 정책도 있지만 지원금이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벤처기업설립 후 3년이 지나면 열 군데 중에 한 군데만 살아남고 그러거든요. 저는 네트워크를 이용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저희 기술력을 어필하고, 단가도 기존보다 더 싸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강조해왔습니다. 이때 IBK기업은행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았죠.”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듯한 긴 시간이 지나고, 지난 2019년 일본 아베정권이 대한민국 소부장 수출규제가 시작되면서 오히려 기회를 얻었다. 급하게 반도체 대기업들이 국산 대체재를 찾기 시작했을 때, 제이엘켐은 이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분야의 정밀화학 소재들의 경우 납품 기준이 까다롭다. 예를 들어 엄격한 품질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거기에 인적 인프라와 대학교 산학협력까지 갖추고 있어야 한다. 현재 제이엘켐은 정밀화 제품 생산을 위한 품질 시스템을 다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정밀 소재의 경우 메탈 불순물 함량이 제일 중요합니다. 저희는 지난 수년 동안의 연구개발을 통해 일본의 소재기업에 뒤지지 않는 정제기술과 합성기술노하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다른 기업이 쉽게 흉내낼 수 없는 저희만의 차별화 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죽순이 긴 시간을 인내하다가 단 기간에 크게 성장하는 것처럼,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제이엘켐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리튬 배터리에 들어가는 첨가제를 3개 개발하고, OLED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상용 소재에 뒤지지 않는 리사이클 소재도 개발했다. 또 반도체 핵심 정밀화 소재의 경우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품질 승인도 모두 받아놓은 상태라고.
성과 면에서도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다. 지난 2022년 매출이 220억 원이고, 2023년 목표는 500억 원, 2024년 목표는 1,000억 원에 달한다. 임직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불과 3년 전 20여명에 불과했던 임직원이 현재 120명까지 늘어난 상황. 5월에 계획된 반도체 정밀화 소재 공장인 ‘세종캠퍼스’가 완공되고 나면 200여 명까지 직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람이 물이 없으면 살 수 없듯이, 앞으로는 반도체 없이는 살 수 없는 세상이 될 거예요. 중국에서도 반도체 내재화를 위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자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과거 대한민국은 자원이 나오지 않는 나라였지만, 앞으로 반도체가 자원이 되는 세상에서 대한민국은 자원 강국이 될 거예요. 앞으로 4차산업의 흐름에 따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그러한 거대한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저희도 생산 능력을 꾸준히 확대해나가고 있습니다.”
거대한 꿈을 품고 있는 제이엘켐 정훈도 대표는 우리나라가 알짜배기 벤처기업을 많이 육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수십년 GDP 성장이 멈춘 일본이 아직도 잘 살고 있는 이유는 알짜배기 중소기업들이 많고, 그 기업들이 국가 경제를 단단히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나라도 글로벌 시대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정밀화 소재를 다루는 알짜 중소기업들이 늘어나야 한다고. 그 가운데서 제대로 성장한 알찬 기업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목표라는 정훈도 대표. 그의 당찬 포부를 들으니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미래가 꽃길만 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