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역 주변에 빽빽하게 자리한 건물들 사이에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는 곳이 있다. 바로 20년 간 2차전지 생산 공정 중 활성화 공정에서 사용하는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공급하면서 성장해 온 에이프로다. 전원부의 전력 변환 회로 기술을 기반으로 설계부터 제어, S/W, 통신 등 전 분야에 대한 자체 기술을 보유한 에이프로는 효율 높은 설비로 2차전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전기자동차와 ESS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들이 고용량화되면서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회생해야 하는 필요가 생겼고, 이러한 요구를 충족하는 전력 변환 회로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기존의 전력 변환 기술은 충전과 방전 회로를 각각 두 개로 구성해서 에너지를 회생하는 기술이었는데, 저희가 보유한 기술은 충전과 방전을 한 회로에서 가능하게 하는 양방향 전력 변환 회로 기술이었기 때문에 높은 효율을 보여주었습니다.”
2차전지 생산 공정 중에 활성화 공정은 조립된 배터리에 전기적 특성을 부여하기 위하여 충전과 방전 그리고 에이징을 반복하는 설비와 측정설비들로 구성된다. 현재 에이프로의 사업영역은 이런 활성화 공정에 필요한 설비들을 개발, 제조하는 분야이다. 에이프로는 국내 최초로 고온, 가압, 충전/방전 세가지 공정을 하나의 설비에서 수행할 수 있는 ‘고온가압충방전기’를 양산라인에 적용했다. 그 덕분에 전체적인 공정 시간이 단축되었을 뿐만 아니라 충전/방전 공정에서 발생하는 화학 반응의 효율을 높임으로써 2차전지의 성능까지 향상시킬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설비를 통해 에이프로는 전력 변환을 넘어 자동화 시스템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저희의 성장 비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전력 변환 회로 기술 한 가지에 전념하였다는 것과 고객의 소리에 계속해서 귀 기울였다는 점이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초창기에는 전기자동차용 2차전지 생산이 본격화되지 않아 정형화되어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번 생산라인을 고객 맞춤형으로 설계하게 되는데요. 20여 년 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고객과의 소통을 통해 자연스럽게 내재화된 역량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에이프로 R&D 센터의 우수한 연구인력들은 그동안 축적해온 시스템 통합적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가능하게 하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제공했다. 이는 에이프로만의 차별화된 장점으로 자리 잡으며 2차전지 분야에서 에이프로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저희 회사는 배터리 생산 라인에서의 고객의 니즈와 저희 R&D 센터에서 고도화된 기술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적용하여, 저희 설비들의 기술적 고도화를 추구합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생산 현장의 효율 극대화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 부분에 있어, 고객에게 차별화된 역량을 제공한다고 생각합니다.”
20년간 쌓아온 그동안의 경험과 고객의 신뢰가 합쳐지면서 에이프로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단단한 입지를 구축했다. 한 분야에 전념하는 끈기와 고객의 소리를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가 만들어 낸 결과였다.
단단하게 입지를 쌓아온 에이프로이지만 어려움이 있었던 순간이 있었냐는 질문에 임종현 대표는 매 순간이 위기이자 기회라고 말했다. 엔지니어들이 월급까지 반납하면서 근무해야 했던 시기에도 회사를 믿어준 덕분에 위기를 극복했던 때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그때가 2010년 당시였는데 저희 전문 분야가 아니었던 디스플레이 분야의 사업을 하게 되었어요. 저희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부도의 위기까지 몰렸었습니다. 그 시기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는데 근무하던 엔지니어들이 회사를 믿고 월급을 반납하면서까지 함께해주었기 때문에 그걸 원동력 삼아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위기를 넘기며 에이프로가 성장할 수 있었던 순간은 다름 아닌 고객의 요청 덕분이었다. 전력 변환 회로 관련 업무만을 해왔기 때문에 자동화 관련 엔지니어가 전무했던 에이프로는 활성화 설비 전문업체에서 개발해줬으면 좋겠다는 고객사 담당자의 요청으로 설비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자동화 관련 엔지니어와 노하우가 없던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거쳤고 엔지니어들과 한 달 이상을 노력한 끝에 ‘고온가압충방전기’ 설비 개발을 완성했다. 이후 에이프로는 한계를 넘어 큰 변화를 이룰 수 있었다.
“고객분들에게 공정 설비를 선제적으로 제안했을 때 반대하는 의견들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저희는 원가경쟁력과 생산성 극대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며 설득했습니다. 에이프로의 구성원 중 절반이 R&D 인력이고 저희의 모든 성장에는 크든 작든 지속적인 R&D를 통한 신규 공법과 설비의 제안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기술혁신’들이 지금의 에이프로가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자부하기 때문에 끝까지 혁신을 이어 나갈 생각입니다.”
이러한 설비의 지속적인 혁신의 과정 가운데, 특별히 에이프로의 시그니처 설비라고 할 수 있는 ‘고온가압충방전기’는 또 하나의 혁신을 준비한다. 바로 배터리의 대형화 및 전극 물질 고성능화에 따른 배터리셀 내부의 가스포켓 체적부피 증가 등의 문제해결을 위해 Pre-Degas 기능을 추가로 탑재하게 된다. 현재는 기술개발 단계에 있지만 앞서 언급한 여러 혁신이 순차적으로 적용되어 가는 과정 중에 이 또한 구체적인 적용 시기가 결정될 예정이다.
끊임없는 혁신에 대한 연구와 노력 덕분에 에이프로는 지난 2021년까지 연간 매출액 600억 원 내외를 시현하고 있었으나 지난 연말을 기준으로 수주잔고가 증가하였고 이를 대부분 올해 내에 출하하여 매출 규모에서 급격한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더불어 고객의 생산 현장에 법인 형태로 주재원을 파견하여 고객을 지원하는 에이프로는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미국, 폴란드, 중국 해외법인 외에 인도네시아에도 현지 법인을 설치할 예정이다
“비전을 이야기하기 위해 저희의 시장을 2차 전지 분야라고 하기보다는 전기차(EV)시장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는 이미 전기차(EV)시장에 알맞은 필수적인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급속충전과 급속방전 그리고 사용된 배터리의 재사용과 재활용을 위한 진단 기술이 바로 그것입니다.”
에이프로는 이러한 기술적 역량을 바탕으로, 10분 내 진단 결과를 도출하는 ‘AI 기반의 사용 후 배터리 진단설비’, 전원부의 내구성이 한층 강화된 ‘EV 급속충전기’, 제어 알고리즘 개발에 기초한 ‘특수목적 EV용 자율주행 플랫폼’ 등을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그러면서도 꾸준하게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임종현 대표의 눈은 에이프로 앞에 펼쳐진 미래만큼이나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