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블 위에 초록 식물이 놓이자 회의실 분위기가 금세 싱그러워졌다. 이를 본 직원들의 얼굴이 봄꽃처럼 화사해졌다. 박숙자 대리가 “팀장님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갖게 됐어요!”라며 고마움을 전하자 이진선 팀장은 뿌듯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 때문에 직원들 모두 고생이 참많았습니다. 이제 코로나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고, 심사부의 업무 특성상 4월부터는 일이 무척 바빠지기 때문에 조금 여유 있을 때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센터장님을 포함해 직원들에게 기억이 남는 선물 같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직원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기쁩니다.”
오늘의 수업은 테라리움 만들기. 테라리움(Terrarium)이란 라틴어의 ‘Terra(땅)’와 ‘Arium(용기)’의 합성어로, 유리병이나 수반에 가공한 흙과 구슬 등의 장식 소품을 넣고 식물을 가꾸는 것을 말한다. 다육식물을 활용하기 때문에 관리가 쉽다는 게 장점이다.
“테라리움은 용기 안에 작은 식물을 심어 키우는 실내 가드닝으로 마치 자연을 옮겨놓은 듯한 느낌을 줍니다. 오늘 만들 테라리움의 콘셉트는 해변과 바다입니다. 완성된 작품은 집안의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할 수 있을 만큼 예쁘고 마음에 드실 겁니다. 그리고 재료는 같지만, 완성 후에는 여섯 개의 다른 작품이 탄생할 거예요. 자, 그럼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테라리움을 만들어 볼까요!”
안정감이 느껴지는 너른 수반과 와인 잔 모양의 유리 용기가 테이블에 준비되었다. 최수경 팀장과 백승규 과장이 유리 용기를 택했고 나머지 직원들은 수반을 택했다. 자갈, 흙, 모래, 피규어 등 테라리움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재료가 주어졌다.
팔을 걷어붙이고 이제 본격적으로 테라리움을 만들어 볼 차례! 테라리움은 물이 빠지는 배수구가 따로 없어서 배수층을 만들어주는 것이 먼저다. 입자가 굵은 자갈을 용기 맨 아래에 깔아주고 그 위에 흙을 덮는다. 그다음 다육식물 십여 개를 마치 꽃꽂이하 듯이 용기 한쪽에 심어준다. 예쁜 모양으로 만들려면 식물들의 간격을 좁혀 심고 작은 식물은 앞에, 큰 식물은 뒤에 배치해 안정감과 공간감을 줘야 한다.
강사의 설명에 따라 직원들이 작업을 시작했다. 화분에서 다육식물을 빼내 핀셋을 이용하여 흙에 옮겨 심을 때에는 섬세함과 정교함이 필요했다. 시작 전 들떴던 분위기는 어느새 집중 모드로 전환되었다. 시간이 흐르자 빈 용기에 식물들이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동료들이 만드는 모습을 지켜보던 박숙자대리가 “센터장님! 재능이 보이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작업하던 손을 멈춘 직원들이 이상헌 센터장의 수반으로 눈길을 돌렸다. “속도도 엄청 빠르시네요.” 이번에는 최수경 팀장이 말을 덧붙였다. 직원들의 반응에 이상헌 센터장이 수줍게 웃었다.
“이렇게 모여 앉아 손으로 작업을 하니 학창 시절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마치 미술 시간 같아요!” 이상헌센터장의 말에 모두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용기에 식물을 다 옮겨심으면 테라리움 만들기의 90%가 완료됐다고 할 수 있다. 이제는 자신만의 감성을 담아 공간을 꾸밀 차례! 대화를 이어가던 직원들이 다시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강사의 설명에 따라 하얀색, 파란색 모래로 백사장과 바다를 표현했고 야자수와 화산석을 배치해 해변 분위기를 자아냈다. 누군가는 해변에 안락의자를 두었고 누군가는 언덕 위에 별장을 지었다. 별장 앞에는 멋진 자동차가 서 있었다. 바다 위 요트는 앙증맞았다. “해변과 바다를 만들고 있으니 어디론가 정말 떠나고 싶어지네요!” 나홍환 부장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두 시간여의 작업 끝에 드디어 여섯 개의 작품이 완성되었다. 네 개의 수반은 너른 백사장과 바다가 잘 표현돼 멋스러웠고, 와인잔 모양의 유리 용기는 우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직원들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어렸다.
강사의 제안에 따라 투표를 통해 최고의 작품을 선정하기로 했다. 작품을 책상에 나열하고 감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제일 잘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하나씩 골랐다. 그 결과 이상헌 센터장의 수반이 최고의 작품으로 꼽혔다.
“센터장님의 별명이 어린왕자예요. 감성이 아주 풍부하시거든요. 그 감성이 작품에도 잘 드러난 것 같아요.” 박숙자 대리의 말에 이상헌 센터장이 “정말 영광입니다”라며 화답했다. 강사는 “모든 분들이 손재주가 뛰어나다”며 엄지를 세웠다.
화기애애한 시간을 마무리하고 각자의 작품을 들고 기념 촬영을 하기로 했다. 테라리움 덕분에 초록 기운이 감돌았다. 직원들의 얼굴에는 초록을 닮은 생기가 가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