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을 가르며 7시간을 달려온 것은 사막에서의 경이로운 일출을 맞기 위해서다. 세계 각국의 캠핑족들은 이집트 바하리야에서의 하룻밤을 꿈꾸며 백사막을 찾는다. 카이로에서 300km, 아득한 사막 도로 끝자락에 바하리야의 주거지 바위티는 신기루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90년대 중반 ‘황금 미라의 계곡’이 발견되면서부터 사막마을 바위티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바위티에서 파라프라 오아시스로 향하는 길목에 백사막, 흑사막은 침묵 속에 웅크리고 있다.
지붕에 음식과 양탄자를 실은 사륜 구동차들은 검문소를 거치고 사막의 자욱한 먼지와 모래 수렁을 헤쳐 나간다. 동행하는 베두인족의 몸가짐은 예사롭지 않다. 여행자들이 갈증에 물을 찾을 때, 유목민의 후예들은 차량 바퀴부터 점검한다. 예부터 사막 이동 때 낙타의 안위가 중요했 듯, 베두인족에게 사륜구동차는 목숨과 연결되는 소중한 반려자다.
지프차들은 사막 위에서 그들만의 도로표시판을 따라 달린다. 흰 모래 줄기와 작은 자갈은 이정표가 되고 길이 된다. 사막에서는 홀로 이동하는 차량은 드물다. 두 대 이상의 차량이 한조를 이뤄 움직인다. 땡볕 아래 사막을 질주하는 지프차들을 여럿 보았고 그들은 어김없이 흰 사막 위에 짐을 풀었다.
모래벌판을 오르내리는 여정은 낯선 체험의 시작에 불과하다. 캠핑족들이 하나둘 찾아드는 곳은 바하리야의 백사막이다. 석회암들이 굳어져 만든 백사막은 누런 빛깔의 대평원 위에 거대하고 투박한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태양의 높이에 따라 백사막의 색깔은 세상과 몸을 맞춘다. 청아하게 빛나던 흰 기둥들은 해 질 무렵이면 발그레하게 변장을 한다. 사륜구동차들은 밤이 되면 바람막이용 텐트로 용도가 바뀐다. 불을 지피고 수프를 끓이면 사막에서의 조촐한 만찬이 비로소 시작된다.
사막 위 베두인 청년들은 대부분 뽀얀 맨발이다. 백사막에서는 사막여우가 나온다. ‘어린왕자’에서 만났던 동화 속 사막여우다. 커다란 귀를 지닌 여우는 음식물 냄새를 맡고 다가서 천연덕스럽게 모닥불 옆에 선다.
지평선마저 흔적을 감추면 사막에는 정적만 남는다. 은하수가 흐르는 밤하늘에는 별똥별이 떨어진다. 이곳에서는 의도하지 않아도 감동의 여운 때문에 밤을 뒤척이게 된다. 산악 캠핑 때 밤새도록 무용담과 거친 농담을 늘어놓았다면 사막 캠핑에서는 앳된 추억, 잔잔한 여운의 담소가 어울린다. 모닥불 소리만큼 목소리를 낮게 깔고 읊조려도 좋다. 말을 뱉어내도 모래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홀가분한 느낌이다. 텐트 밖, 별빛 아래 노숙을 결정한 베두인 청년들만이 간간이 헛기침을 해댈 뿐이다.
새벽녘의 가느다란 바람과 옅은 여명이 잠을 깨운다. 붉은 기운은 경배와 찬미의 시간과 함께 찾아든다. 한 낮에 사막도로 옆 간이 휴게소에서 기도를 올렸던 베두인들은 또 한 번 몸과 머리를 낮춘다. 사막에서 잉태된 존재가 아니더라도 소원을 빌면 무엇인가 이뤄질 듯하다. 귓가에 웅얼거리는 읊조림과 고즈넉한 풍광에 마음은 거룩해진다.
바하리야의 백사막은 흑사막과 어우러져 색의 대비를 이룬다. 모래 길 끝자락에 위치한 흑사막 봉우리들은 피라미드 같기도 하고, 낮은 야산들의 행렬 같기도 하다. 바하리야의 흑사막은 백사막과 다가서는 느낌이 다르다. 모래에 철분이 뒤섞여 검은 빛을 띠는 흑사막은 거칠고 늠름하다. 흑사막 봉우리에 오르면 사막을 가로지르는 한 줄 외길만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유목민들의 젖줄 역할을 했던 아인 일 이즈 온천도 스쳐 지난다. 세상과 사막을 연결하는 비포장도로를 따라 카이로로 향하면 기자지구의 피라미드와 연결된다. 태양의 재주를 사막에서 본 듯한데, 100m가 넘는 거대한 파라오의 피라미드들도 빛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사막의 길을 따라갔던 여행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오랜 꿈과 교감한 듯,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카이로 서남쪽 약 300km에 위치한 사막위의 길로 바하리야의 오아시스인 바위티 마을을 출발해 30km가량 이어진다. 화산활동과 침식작용으로 형성된 기이한 사막지형인 백사막, 흑사막을 연결하며 사막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