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티앤아이는 1981년 ‘한성농산’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었다. 무역업을 하던 초대 회장이 일본에서 방역기계를 보고 수입해오면서 사업을 시작해 국산화를 한 것이다. 당시에는 우리나라 농업 기술이 많이 부족할 때였는데, 경운기 앞뒤에 방역 기계를 설치해 판매를 했다. 처음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기술적으로도 다소 미흡했고, 당시 한 대에 천만 원씩 하는 기계를 덥석 구입할 만한 농가와 과수원은 많지 않았다.
이후 1990년에 방역도 하고 생산물 운반도 가능한 다목족기계 ‘스피드스프레이어’를 출시했다. 방역차를 운반용으로도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것인데, 당시 국내는 물론 일본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기계였다. 이 제품이 큰 인기를 끌면서 사업이 궤도에 올랐는데, 1990년대 정부의 농기계 지원정책이 실시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번창했다.
“1990년대엔 사람들이 방역을 하나하나 손으로 했었어요. 하지만 사실 그게 무척 고된 작업이거든요. 그때 당시에는 제가 영업사원이었는데, 가서 약을 한 번씩 쳐주면서 영업을 했어요. 하루 이틀 꼬박해야 하는 작업을 1~2시간이면 하니까 나중에는 좀 더 쳐달라고 사정을 해요. 하지만 과수원은 방역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평당 소득이 높기 때문에 결국 구입을 하곤 했습니다.”
당시 정부 지원정책으로 원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 할부로 구입이 가능했다. 사실 평수가 큰 농가나 과수원에서는 꼭 필요한 제품이었기 때문에 날개돋힌 듯 제품이 팔려나갔다. 황인성 대표는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성티앤아이가 방역차 업계에서 국내 1위의 자리를 내준적이 없다고 자부한다.
국내 농업의 성장과 함께 자리를 잡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전국의 논과 밭, 과수원에 방역차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자 판매량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기업에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매출이 떨어졌고,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당시 한성티앤아이의 대표직은 초대 회장의 2세가 맡고 있었는데, 그는 다른 사업에 도전하기 위해 기업을 내놨다. 이때 한성티앤아이를 이어받은 것이 지금의 황인성 대표다. 일개 영업사원에서 지점장까지 올라온 그는 한성티앤아이의 위기에서 기회를 보았다고 한다.
“당시 한성티앤아이의 매출이 급락했지만, 사실 기계가 고장이 나지 않아서 잠시 주춤한 것뿐이라고 보았습니다. 현장에서 발로 뛰고 있었기 때문에 알 수 있었죠. 농업에 있어서 방역이란 건 한 해 수확물을 결정짓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따라서 잘 쓰고 있던 기계를 다른 업체로 쉽게 바꿀 수가 없죠. 수명이 다하면 결국 다시 한성티앤아이를 찾게 될 것이 자명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대표직을 물려받게 된 것이죠.”
황인성 대표의 혜안은 틀리지 않았다. 기계의 수명이 다한 뒤에 다시 한성티앤아이를 찾는 고객들의 주문이 쏟아졌다. 한성티앤아이는 탄탄한 기술력과 전국 각지에 자리잡은 대리점, 그리고 그 대리점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로 재구매율이 굉장히 높은 기업이었던 것이다.
“농기계는 고장이 났을 때 수리 기간이 무척 중요합니다. 정해진 기간에 작업을 해야 농작물이 문제없이 자랍니다. 기계를 당장 써야 하는데 수리 기간이 몇 주씩 걸리면 그 해는 농사를 망치게 되는 거죠. 그래서 전국에 가맹점이 있고, 빠르게 수리 및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건 한성티앤아이의 부정할 수 없는 강점입니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한성티앤아이는 기계의 중고가도 높은 편이다. 한성티앤아이의 중고가가 업계의 기준이 되고 있다고. 또 방역차량은 한 번 구입하면 10년에서 20년 가까이 사용하는데, 이미 한성티앤아이의 매출 가운데 80%는 수명이 다한 것을 재구입하는 고객이다. 그래서 한성티앤아이는 급성장하는 기업은 아니지만 매년 꾸준히 성장할 수밖에 없는 탄탄한 기업이라고.
방역차 업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지만 한성티앤아이는 현재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도전만이 성장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성티앤아이는 코로나19가 터지기 직전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었는데, 잠시 사업이 주춤한 상태다. 하지만 코로나가 잠잠해지면서 다시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저희가 사업을 펼치던 곳이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입니다. 이런 곳들은 농장 하나가 1억 평씩 하기 때문에 기업에 가깝습니다. 이런 시장에 실제로 판매가 이뤄지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될 쯤 코로나가 터졌습니다. 아쉬운 일이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특장차와 건설기계 쪽으로도 사업을 넓히고 있다. 가로수 방제나 산불 방지를 위한 특장차를 생산해 관공서나 의용소방대 쪽으로 납품도 하고 있고, 건설업계에 필요한 스키로다나 지게차도 생산하고 있다. 건설기계 분야는 기존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한성티앤아이의 기술력과 서비스라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본다. 1위의 자리에 머물지 않고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한성티앤아이의 미래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