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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분류 체계 개편

“대중형 골프장이 많아져 일반인이 골프장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지난 11월 9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발표한 ‘체육시설설치·이용에 관한 법률
(이하 체시법)’ 개정 시행령의 골자는 그린피 인하를 통해 골프대중화를 이끌겠다는 취지다.
다만 최종 기준안이 제시되지 않아 대중골프장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며,
일각에서는 그린피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writing. 주영로(이데일리 골프전문기자)

정부의 골프장 분류 체계 개편

골프장은 그동안 회원제와 대중제로 분류됐으나 2023년 1월 1일부터는 회원제와 비회원제로 바뀌고 체시법 개정에 따라 기준에 적합한 골프장을 대중형으로 분류한다. 대중형 골프장 기준은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평균 가격보다 3만 4,000원 이상 낮은 금액을 받는 골프장이다. 대중형으로 분류되면 기존 대중제 골프장이 받아 온 세제 감면 혜택을 받지만, 그렇지 않은 골프장은 비회원제로 남아 회원제 골프장에 준하는 세금을 물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골프장 분류 체계를 개편하게 된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골프붐이 일면서 이용료(그린피 등)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5월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서 발간한 <레저백서2022>를 보면, 지난 2년간 국내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률은 최대 29.3%에 달했다. 2010~2020년까지 대중제 골프장의 그린피 인상률이 주중 32.4%, 토요일 21.9% 오른 것과 비교하면 최근 2년 동안의 상승률은 앞선 10년과 비슷했다.

골프장 분류 체계 개편의 이유

그린피의 가파른 상승 요인은 늘어난 골프인구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스포츠 활동이 줄어들었지만,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골프는 안전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퍼졌다. MZ세대 등을 중심으로 이른바 ‘골린이’가 크게 증가했고, 해외로 골프여행을 떠나지 못하는 골퍼들이 국내로 몰리는 초과 수요현상이 빚어졌다. 그런데 그린피가 빠르게 오르면서 골퍼들의 원성이 높아졌다. 그러자 정부가 코로나19 특수를 틈타 영업이익 늘리기에 급급한 골프장을 대상으로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골프장 분류 체계를 개편해 과도한 그린피 인상을 억제하고 골퍼들이 더 편리하게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문체부는 “대중형 골프장은 개별 소비세 면제, 낮은 재산세율 적용 등의 세제혜택을 받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이용료를 낮게 책정하고 이용자들에게 효과가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정책 개선의 목적을 설명했다.

수도권 인근 40여 곳 골프장 그린피 낮출 것

정부의 새로운 골프장 분류 체계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는 최소 40여 곳, 최대 50여 곳에 이르는 골프장이 그린피를 내릴 전망이다. 골퍼의 입장에선 이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칠 수 있는 골프장이 늘어난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비회원 평균 그린피는 주중 22만1,000원, 토요일은 28만 원이다. 여기서 세금 차액 3만 4,000원을 뺀 그린피가 주중 18만 7,000원, 토요일 24만 6,000원인데 이 이상을 받으면 비회원제 골프장에 포함된다. 반대로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대중형 골프장이 되려면 최소 3만 4,000원 이상 저렴해야 한다. 이를 현재 이용요금에 적용하면 전국 242개 대중골프장(18홀 이상 기준) 중 40.9%인 99곳은 비회원제 골프장이 된다.
99곳 골프장 가운데 곧바로 대중형 전환이 예상되는 골프장은 약 40곳 정도로 추산된다. 그린피 차액이 기준액의 2만 원 안팎에 불과해 가격을 낮춰 계속해서 세금 감면 혜택을 받는 것이 골프장 경영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59곳의 골프장 가운데 그린피를 지금처럼 비싸게 받거나 세금 감면 혜택의 유불리를 따져 대중형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곳이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수도권 골프장 중 서울과 거리가 멀면서 비싼 요금을 받는 골프장 중 그린피를 낮추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그린피 인하 효과는 지방보다 수도권과 그 인근에 있는 지역 골퍼가 더 많이 본다. 수도권 대중제 골프장 중 비회원제 대상 골프장은 전체 62곳 중 53곳으로 85.5%에 달한다. 다음으로 충북은 28곳 중 19곳(67.9%), 강원도는 32곳 중 20곳(52.5%)순이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는 비회원제 골프장 대상이 없다. 따라서 대중형 골프장으로 전환이 예상되는 40곳 대부분이 수도권이나 그 인근 지역에 있는 골프장이다.
코로나19 특수를 틈타 그린피를 비롯해 카트 대여료와 식음료 등의 이용요금을 무분별하게 올리는 일도 사라지게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골프장 이용요금 표시 관리 기준을 정하고 골프장 입장요금(그린피)과 카트 이용요금, 부대서비스 이용요금 등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누리집(홈페이지)과 골프장 안내판 등을 통해 게재하도록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린피만 낮추고 카트 이용요금이나 기타 부대시설 이용요금을 슬쩍 높여 받는 영업 행태 또한 관리에 나선다. 고시를 위반하는 골프장은 ‘물가안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과태료 등의 처분을 내릴 수 있다. 슬그머니 요금을 인상해 오던 골프장의 비양심적인 영업 행태에도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골프장 업계는 혼란,
일부는 프리미엄 대중골프장으로 선회

정부 발표 이후 골프장 업계는 분위기를 관망하면서도 ‘혼란스럽다’는 반응이다. 분류 체계 개편의 기준이 되는 비회원제 분류 금액(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의 평균 요금)과 비회원제 골프장의 세금 적용안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 비회원 대상 평균 입장 요금’의 성수기(5월과 10월) 평균 요금이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 발표는 12월 중으로 예정되어 있다. 사설 연구소 조사는 확정되었으나 정부 기준안이 미정인 만큼 골프장 업계에선 최종안이 나오기 전까지 관망하는 분위기다.
또한 비회원제로 남게 될 때 적용하는 세금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기존 대중제 골프장은 재산세율이 0.2~0.4%다. 회원제의 4%보다 3.6~3.8%포인트 적다. 비회원제가 되어 세율이 높아지면 연간 15억 원(18홀 골프장 기준) 이상의 세부담이 생긴다. 개별소비세는 2만 1,120원으로 회원제 골프장 이용 시 그린피에 포함되어 있다. 18홀 기준으로 연간 8만 명 정도가 입장한다고 가정할 때 개별소비세만 16억 원 이상 나온다. 두 가지 모두 포함할지 아니면 한 가지 세금 혜택만 줄일지는 12월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기존의 대중골프장 업계는 이번 문체부 발표에 대체로 부정적인 반응이다. 다만, 기준 요금이 정확하게 나오지 않았고, 대중형 골프장으로 전환되면 받을 수 있는 세제 혜택 역시 구체적으로 정해지지 않은 만큼 신중하게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김태영 한국대중골프장협회 부회장은 “새로운 행정 예고의 기본안은 나왔지만 정확한 기준 금액이 제시되지 않아 대중형 골프장으로의 전환을 고려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세제혜택의 세율 적용 역시 아직 구체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상태여서 재산세와 종부세를 부과하는 내년 6월까지 상황을 지켜보다가 4, 5월께 대중형으로 신청하는 골프장이 나올 수도 있다”면서 “아직은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업계 분위기를 전했다.

그린피 추가 인상에 대한 우려 목소리

기존 대중제 골프장이 비회원제가 되어 그동안 받아온 세제 혜택을 받지 못하면 그만큼 경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된다. 따라서 수익성 하락을 피하기 위해서는 추가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있다. 이미 요금을 인상하는 골프장이 생겨나고 있다.
강원도 A골프장은 평일 그린피가 28만 원으로 수도권의 대중제 골프장 요금보다 2만~5만 원 비싸다. 주말 역시 32만 원으로 수도권 회원제 골프장과 비슷하거나 비싼 수준이다. 인근 다른 골프장보다는 평일 약 8만 원, 주말은 6만 원 정도 비싸다. 비회원제 분류에 대비해 미리 그린피를 올려 받는 영업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게 주변 골프장의 설명이다.
경기도에 있는 B골프장 관계자는 “비회원제로 분류되어 연간 30억 원 안팎의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 지금은 어느 정도 버틸 수 있겠으나 골프의 호황기가 지나간 3~4년 뒤엔 수익성이 떨어져 경영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되면 그린피는 물론 식음료 가격을 더 올려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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