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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부동산 시장
그 원인과 대책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한 원인을 살피고, 바닥 시그널을
통해 상승장으로 들어갈 때의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writing. 김인만(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
거래량이 급감한 부동산 시장
우리는 어제와 다른 오늘을 살고 있다. 그리고 오늘과 다른 내일을 살 것이다. 미래는 신의 영역이기도 하고 과거와 동일한 자극을 받아도 상황에 따라 다른 반응 결과가 나오므로 항상 두렵고 불안하다. 최근 부동산 시장을 보면 금리인상 속도, 아파트 거래 감소 속도, 가격 하락 속도 모두 빠르기 때문에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만 같다. 불과 1년 만에 최근 10년 내 최고 금리 수준까지 오른 고금리 시대가 왔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부동산 시장은 여름에서 가을을 건너뛰고 한겨울이 왔다. 아파트 거래량만 보자면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하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1,000건 아래로 내려왔으니 이 정도면 거의 올스톱 수준이다. 거래량 급감에 비해 그나마 잘 버텨 주던 아파트 가격도 하락폭이 커지고 있다. 똘똘한 한 채, 부동산 불패의 믿는 구석이었던 강남에서 5억 원이나 되는 계약금을 포기하는 계약해제 상황이 발생했다. 계약자가 계약금 5억 원을 포기했다는 것은 집값이 5억 원보다 더 떨어졌다는 의미다. 일부 수도권 외곽에서는 입주물량까지 겹친 지역의 경우 고점 대비 50% 하락한 거래도 나오고 있다.
집값 하락의 트리거, 금리인상
거래 절벽, 가격 하락의 시발점은 역시 금리인상이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는가? 10년 전은 지금보다 더 고금리 시대였고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지금보다 금리가 높았는데 그때는 집값이 올랐다. 2006년쯤 필자가 아파트를 분양받아서 입주를 하였을 당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6~7% 정도였는데 집단담보대출로 5%대 대출을 받은 후 너무 좋은 금리를 받았다고 박수를 쳤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대출금리 5%가 넘어도 투자열기가 뜨거웠다. 그런데 지금은 왜 이렇게 얼어붙었을까?
금리가 집값과 반비례하는 것은 맞지만 금리만 가지고 집값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집값을 결정하는 여러 변수 중 하나일 뿐 금리는 절대인자가 될 수 없다. 과거 금리인상기에 오히려 집값이 오른 경우가 더 많았다. 라이터를 켰을 때 불이 붙는 이유는 바닥이 기름에 젖어 있는 상태에서 라이터 불꽃이라는 트리거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현재 금리인상은 집값 하락의 트리거(trigger) 역할을 했을 뿐이다.
수면 위로 떠오른 대출이자 부담감
부동산 시장을 이렇게까지 얼어붙게 만든 기름은 도대체 무엇일까? 바로 소득 대비 과도하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과거보다 더욱 강화된 금융의 지배에 그 원인이 있다. 2015년부터 2021년까지 2~3배 정도 아파트 가격이 상승했다. 반면 소득은 그 정도까지 오르지 못해 2012년 11~12 수준이었던 PIR(Price to Income Ratio, 소득대비 집값 비율)은 2022년 18~19까지 올랐다. 지나치게 오른 집값에 비례해서 소득이 따라가지 못했는데 우리는 더 오를 것 같은 기대감에 대출의 힘을 빌려서 파티를 즐겼다. 저금리, 유동성 파티는 달콤했다. 언젠가는 파티가 끝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정확한 시각을 몰랐던 투자심리는 갑자기 금리인상의 종이 울린 후 끝나 버린 파티의 냉혹한 현실 앞에 급격하게 얼어붙었다. 집값이 오르는 만큼 대출 총량도 늘어나는데 저금리에 숨어 있던 대출이자 부담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2006년 당시 서울 마포 전용 84㎡ 아파트가 5~6억 원 정도 했으니 40% 대출이면 2~3억 원 정도를 받을 수 있었다. 15년이 지나 마포아파트는 15~20억 원까지 올랐고 40% 대출을 받으면 6~8억 원 정도가 된다. 같은 금리라도 대출액이 2배나 늘어나 원리금상환의 원금부담이 심화되어 대출상환부담은 더 커졌다.
고갈된 집값 상승에너지
대출이자가 부담되더라도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으면 그래도 투자를 한다. 우리는 요구수익률보다 기대수익률이 더 클 때 투자를 결정한다. 즉, 투자금 대비 더 오를 수 있다는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있을 때 집을 산다. 아무리 필요한 실수요자라도 집값이 오르지 않으면 사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은 집값이 더 오를 것 같은 기대감이 없다. 문재인 정부 5년(2017~2021년) 동안 집값은 계속 올라 최근 7년 동안 2~3배나 상승하는 바람에 상승에너지가 거의 고갈되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2003~2007년)의 집값 상승은, 1990년대 1기 신도시 공급(주택 200만 호 건설)과 IMF외환위기(1998~2000년)로 인해 오르지 못하며 축적된 집값 상승에너지가 규제 완화라는 바람을 타고 터진 것이 원인이었다. 결국 꺾일 때가 되었는데 금리인상이 트리거가 되면서 구매욕구와 구매능력이 모두 꺾인 셈이다.
금리인상으로 떨어지는 전세가격
여기에 믿었던 전세까지 배신을 하였다. 전세는 무이자 대출과 같은 개념으로 전세가격이 오르면 매매가격을 밀어 올리고, 매매가격이 떨어지면 떠받쳐 주기도 한다. 그런 전세가 금리인상으로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원래 전세는 내 돈을 주인한테 맡기고 임대가 끝났을 때 받아 가는 구조였기 때문에 금리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전세대출이 시행되면서 금융의 지배하에 들어갔고 금리가 오르면 전세대출을 받은 세입자의 부담도 함께 늘어나 이제는 금리가 오르면 매매와 함께 전세가격도 동반 하락하는 구조가 되었다. 더 이상 금리인상기에 전세가 매매가격의 버팀목 역할을 해 주지 못한다. 그동안 저금리에 숨겨져 보이지 않았던 금융의 지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전세가격이 상승하면서 매매가격을 밀어 올려 줄 것이라는 기대는 산산조각이 났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개입
이제 일시적 조정이 아닌 대세 하락으로 들어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 집값이 떨어지면 세수감소, 역전세, 부실채권, 소비감소, 내수경기 침체 등이 발생한다. 부동산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정부는 개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부동산 규제의 메커니즘은 단순하다. 집값이 많이 올라 오버슈팅(overshooting)되면 규제를 강화하고, 집값이 많이 내려 언더슈팅(undershooting)되면 규제를 완화한다.
이미 정부의 규제완화를 통한 시장개입은 시작되었다. 다주택 양도세 중과 한시적 배제, 일시적 2 주택 등 실수요자 종부세 부담 완화를 시작으로 절대 풀어 주지 않을 것 같았던 투기과열지구 15억 원 초과 대출 허용 등 대출규제 완화와 규제지역 해제가 진행되고 있다. 규제지역 해제는 묶을 때는 강남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진행하지만 규제를 풀 때에는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수도권에서 서울로, 서울에서 강남으로 진행한다. 또 투기지역을 먼저 풀고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순으로 푼다. 절대 한 번에 모든 규제를 다 풀어 주지도 않고 규제 한 번 풀어 주었다고 집값이 쉽게 살아나지도 않는다.
과거 부동산 시장 시그널 체크의 중요성
본격 하락장으로 들어가면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3년 이상 침체기가 이어질 수 있다. 물론 규제완화 카드가 나오는 중간중간 일시적 반등이 두세 차례 있을 수 있지만 바닥을 지나가지 않고는 다시 상승장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어차피 바닥은 다음 상승장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가야 하는 관문이다. 산을 올라 다음 산으로 가려면 골짜기를 내려가야 하듯이 한 차례 대세 상승 후에는 조정을 거쳐 바닥을 찍은 후 다음 상승장으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바닥의 시그널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분들이 집값은 언제까지 떨어지는가를 물어보는데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서야 미래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침체기간이 1년이 될지 3년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보는 거울인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바닥의 시그널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떨어지는 집값을 막을 수는 없지만 바닥의 시그널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체크하면서 다음에 올 기회에 대한 최선의 타이밍을 잡을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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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닥의 시그널은 다음과 같다.
- ① 서울(강남)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해제
- ② 양도세 특례(5년간 양도세 면제)
- ③ 고점대비 30~50%(재건축, 재개발) 하락
- ④ 패닉 셀링(투매) 발생
- ⑤ 미분양 증가,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등장
침체된 부동산 시장,
놓치면 안 되는 기회의 타이밍
고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었다. 아파트 거래량은 2008~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월간 거래량이 1,000건 아래로 내려왔을 정도다. 그런데 금리인상은 집값 하락의 트리거 역할을 했을 뿐이다. 부동산 시장을 얼어붙게 한 원인은 소득 대비 과도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과거보다 더욱 강화된 금융의 지배에 있다. 아파트 가격 상승에 비해 소득 상승은 미약했고, 2012년 11~12 수준이었던 PIR(소득대비 집값 비율)이 2022년 18~19까지 올랐다. 집값에 비례해 소득이 따라가지 못함에도 기대감으로 인한 투자심리가 있었지만, 집값이 오르는 만큼 대출 총량도 늘어나는 과정에서 저금리에 숨어 있던 대출이자 부담이 수면 위로 떠오른 셈이다. 게다가 이제는 집값 상승에너지가 거의 고갈되었으며, 믿었던 전세까지 배신을 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대세 하락으로 들어갔고, 정부의 개입이 시작되었다. 이제 우리는 ①서울(강남) 규제지역(조정대상지역) 해제 ②양도세 특례(5년간 양도세 면제) ③고점대비 30~50%(재건축, 재개발) 하락 ④패닉 셀링(투매) 발생 ⑤미분양 증가, 마이너스 프리미엄 분양권 등장이라는 바닥의 시그널을 통해 부동산 시장을 체크하면서 다음 기회에 대한 최선의 타이밍을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