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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1

불확실성이 가져온
돈맥경화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에서 촉발된 금융시장 불확실성의 증가가 이른바 ‘돈맥경화’를
통해 실물 경제로 전이될 경우,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커질 수 있다.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어떻게 실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더불어 어떠한 기업과 산업이 특히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에 취약한지 살펴보고
이에 대한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적절한 대응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자 한다.

writing. 최상엽(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채권시장의 혼란과 긴축적 통화정책

최근 들어 이른바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에는 최고 신용등급 채권의 미매각이 발생하고, 외화채권시장에서 채권가격이 급락하여 신용스프레드가 급격히 증가하는 등의 혼란이 있었다. 당국의 긴급 유동성 조치로 혼란 상황은 다소 진정되었으나, 채권시장에서 촉발된 불확실성이 자금시장 전반의 문제로 확대되어 기업의 자금조달이 특히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어려워질 경우, 이미 불확실한 한국 경제의 앞날에 더욱 먹구름을 드릴 수 있다. 한편,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을 한 번 더 암시했다. 비록 최근 발표된 미국의 10월 소비자 물가지수가 전망을 밑돌면서 주식시장의 단기적인 반등이 이어졌지만, 연준이 확실한 인플레이션의 감소 신호가 보일 때까지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을 강조한 이상, 연준의 통화정책이 완화 기조로 급격히 선회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한국은행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는 추가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함이 바람직하다. 이러한 국내외 긴축적 통화정책의 기조는 채권시장뿐 아닌 자금시장의 경색을 심화시켜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시사한다.

부정적 외부효과와 정부 개입

먼저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두 경우 모두, 각각의 경제 주체들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으나, 시장 전체에 불확실성 확대를 통해 큰 손실을 가져왔다는 점에 있다. 개별 지방자치단체나 금융회사의 합리적 사익 추구가 다른 지방자치단체나 금융회사들의 신인도를 하락시키고 시장 전반에 위험프리미엄을 증가시켜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켰다.
이는 경제학에서 정의하는 부정적 외부효과(Negative Externality)의 예로 볼 수 있다. 개별 경제 주체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 볼 수 있으며, 이는 시장의 실패를 보완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최근 있었던 당국의 긴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완화 및 단기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일각에서는 이러한 조치가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에 반하며 도덕적 해이를 유발함으로써 시장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정책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이러한 비판도 타당한 측면이 있지만, 경제 내 불확실성의 증가는 경제 주체들의 정책 신뢰도를 하락시켜 정책의 효과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정책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더욱 강력한 수단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실보다는 득이 큰 결정이었다고 본다.

신용경색의 거시 경제적 영향

한편, 현재와 같은 긴축적 통화정책이 지속되어 자금시장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불확실성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증폭될 수 있다. 미국과 달리 주식시장이나 채권시장을 통한 기업의 직접 자금조달보다는 은행으로부터의 간접적인 차입 비중이 큰 한국 경제의 경우, 불황기에 다른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짐에 따라 은행 대출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각에서는 최근 은행의 꾸준한 기업 대출 증가에 주목하여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문제가 기업의 자금조달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지금처럼 회사채 발행이 줄어들고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기업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 만약 은행이 대출 태도를 강화하게 되면 대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3분기 한국은행 대출 행태 조사에 따르면 기업의 대출 수요는 경기 불확실성 지속에 따른 유동성 확보 수요와 회사채 발행시장 위축 지속 등의 요인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기업에 대한 대출 태도는 대출 건전성 관리 필요성과 불확실한 대내외 경기상황 등으로 강화될 것으로 전망되었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실적 부진과 취약 기업의 재무 건전성 악화 등으로 신용위험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은 신용경색으로 직접 이어질 만큼 우려할 수준은 아니나, 급격히 변화하는 대내외의 경제환경에 의해 언제든지 상황은 변할 수 있으므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은 금리의 상승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비롯한 총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신용경색으로 발전되어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보유한 우수 기업조차
    유동성 문제로 인해 파산하게 된다면
    거시 경제에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불확실성 확대와 신용경색의 상호작용

통상적으로 불확실성이 증가하게 되면,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투자자들이 높은 위험프리미엄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최근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가 이에 부합한다. 기업의 고용과 투자를 위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 자연히 고용과 투자는 물론 경제의 생산량 또한 감소하게 되는데, 은행으로부터의 차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나 산업일수록 이러한 부정적 영향은 더욱 커진다. 이를 종합해서 생각해 보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지속될수록 다양한 자금조달 수단을 갖추지 못한 중소기업에 더욱 큰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인플레이션 관리를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은 금리의 상승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비롯한 총수요를 감소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확대가 신용경색으로 발전되어 생산성과 수익성이 높은 사업을 보유한 우수 기업조차 유동성 문제로 인해 파산하게 된다면 거시 경제에 회복하지 못할 상처를 입힐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정책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보다 명료한 대응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고채 금리 상승과 함께, 금리의 내재된 불확실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기업의 파산 위험을 통제한 후의 회사채 초과프리미엄(Excess Bond Premium)도 급격히 상승했다. 이는 불확실성의 증가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켜서 실제 기업의 위험 정도 이상으로 시장이 위험에 대한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확대될 때 경제 주체들은 적극적으로 행동하기보다는 일단 기다리고 보자는 태도를 보이게 되며, 앞서 말했듯이 이러한 환경에서 정부의 정책은 실효성을 잃기 쉽다.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 확대가 당국의 미온적 대응으로 이어지는 경우, 정부 정책의 신뢰도를 떨어뜨림으로써 정책 불확실성은 증가할 수 있다. 경제 주체들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면 이는 다시 민간 영역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거시 경제에 막심한 손실을 입힌다. 이러한 혼란이 자금시장 전반으로 전염되어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실물 경제는 더욱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당국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완화하기 위해 긴급 유동성 지원과 같은 정책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되, 작금의 정책이 단기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미시적 정책이었음을 민간 경제 주체와 명확히 소통함으로써 물가안정을 위한 긴축적 통화정책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지지 않게 최선을 다해야 한다. 불확실성의 악순환을 끊는 명료한 정책 집행만이 답이다.

SUMMARY Hot Issue 1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불확실성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최근 레고랜드와 흥국생명 사태로 인해 채권시장에 혼란이 있었다. 두 경우 모두 각각의 경제 주체가 자신의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했으나, 시장 전체에 불확실성을 확대시켜 큰 손실을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는 부정적 외부효과로 앞으로도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데, 물론 당국의 긴급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완화 및 단기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 다만 미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으로 긴축적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을 한 번 더 암시한 만큼 긴축적 통화정책이 지속되어 자금시장 전반의 신용경색으로 이어질 경우, 채권시장에서 시작된 불확실성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증폭될 수 있다. 은행으로부터의 간접적인 차입 비중이 큰 한국 경제의 경우, 불황기에는 다른 자금조달이 더 어려워져 은행 대출에 대한 수요가 오히려 증가한다. 아직 신용경색으로 직접 이어질 정도로 우려할 수준은 아니나, 급격히 변화하는 대내외의 경제환경에 의해 상황이 급변할 수 있으므로 면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금융시장에서의 불확실성 확대에도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할 경우 경제 주체들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다시 민간 영역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악순환으로 이어져 거시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다.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한 명료한 정책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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