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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Golf

마주 보고 달리는
PGA투어와 LIV 골프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후원하는 LIV 골프가 세계의 ‘골프 플랫폼’을 지배해 온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도전장을 내밀고 지난 6월 첫 대회를 런던에서 치른 지 3개월이 흘렀다. 지금까지도 누가 이길지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전면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writing. 민학수(조선일보 스포츠전문기자)

LIV 골프와 PGA투어의 이어지는 충돌

LIV 골프가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약 3,000만 달러~2억 달러)에 이르는 거액의 계약금을 주고 속속 PGA투어의 스타 선수들을 데려가고 있다. 올해 8개 대회인데 내년에는 14개 대회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월 핵심 선수인 필 미켈슨(미국)이 연이은 실언을 쏟아내 여론의 역풍을 맞을 때만 해도 ‘실패한 미켈슨의 쿠데타’, ‘출범도 하기 전에 좌초한 사우디 슈퍼 골프리그’란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껏 상상하지 못한 돈 잔치가 점점 더 LIV 골프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PGA투어는 “LIV 행은 곧 PGA 탈퇴”라는 선언을 하고는 LIV 골프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출장정지 징계를 내렸다. 플레이오프에도 나설 수 없게 만들었고 내년도 투어 카드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PGA투어의 입김이 강한 OWGR(Official World Golf Ranking) 사무국은 LIV 골프 대회에는 세계 랭킹 포인트를 주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대대적인 고사 작전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가 골프의 미래”
vs “등돌린 자들의 돈 잔치”

LIV 골프는 F1(Formula One)처럼 개인전과 단체전을 혼합하여 48명이 컷 탈락 없이 3라운드 54홀 경기를 치른다. 샷건 방식(모든 홀에서 동시 티오프 방식)으로 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하게 돼 날씨의 영향을 똑같이 받으며 갤러리에게 정숙을 요구하는 PGA투어와 달리 더 시끄럽게 응원해 달라고 부탁한다. 대회마다 개인전 우승상금 400만 달러에 별도의 단체전 상금(우승팀 4명에게 각각 75만 달러)까지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움직인다. 그래서 LIV 골프는 자신들이 골프의 미래라고 주장한다.
LIV 골프를 이끄는 호주의 골프 레전드 그레그 노먼(LIV 골프 인베스트먼트 CEO)은 “우리의 발전 속도가 빨라 얼마 지나지 않으면 PGA투어와 합병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무려 10억 달러에 이르는 LIV 골프의 영입 제의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7월 제150회 디오픈 인터뷰에서 이렇게 직격탄을 날렸다. “LIV 골프로 간 선수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자신들을 이 자리에 오를 수 있게 해 준 PGA 투어와 DP 월드투어(유러피언투어)에 등을 돌린 사람들이다. LIV 골프 소속 선수들은 거액을 선급으로 받고 몇 가지 이벤트를 하고 54홀 경기를 펼친다. 힘들게 연습할 이유가 없다. 72홀이 아닌 54홀은 시니어 투어에서나 하는 것이다.”

PGA투어는 왜 강경책을 고수하나

PGA투어는 LIV 골프의 “싸우지 말고 함께 살자” 는 공생 주장을 속이 들여다보이는 술책이라고 간주한다. LIV 골프는 메이저 대회와 PGA투어의 특급 대회 기간에는 대회를 열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엄청난 계약금을 받은 LIV 골프 선수들이 PGA투어 대회에 선택적으로 참가할 경우 사실상 LIV 골프는 슈퍼 골프리그가 되고, PGA투어는 마이너리그로 전락하게 된다.
베테랑 어니 엘스(남아공)가 타협안을 내놓은 적이 있다. PGA투어가 4대 메이저 대회와 페덱스컵 플레이오프를 마친 가을에 3개월 동안 LIV 골프를 집중적으로 여는 방안이다. 이는 LIV 골프의 야망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같은 슈퍼 골프리그를 만들겠다는 노먼은 최고 선수들이 뛰는, 최고 리그를 만들어 골프 플랫폼을 장악하면 PGA투어가 누리던 중계권을 비롯한 막대한 수입과 전 세계 골프에 대한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다고 본다. PGA투어는 2018년 6월 디스커버리와 12년간 2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외 중계권, 플랫폼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그리고 2020년에는 CBS, NBC스포츠, ESPN과 2022년부터 9년간 연간 6억 8,000만 달러에 미국 내 TV·디지털 중계권 계약을 체결했다.
LIV 골프가 커지면 이런 계약이 더는 불가능해진다. PGA투어는 ‘돈에는 돈’ 전략도 구사한다. 자체 대회의 상금을 늘리고, LIV 골프처럼 스타 선수들만 참가하는 대회를 신설하는 등 전방위적인 대책을 내놓았다. LIV 골프에서 PGA투어 선수들이 투어 수익의 26%밖에 받지 못한다는 주장을 하자, 올해부터 수익의 55%가 돌아가도록 바꿨다. PGA투어의 올해 예상 수익은 약 15억 2,000만 달러다.

이제껏 이런 ‘돈 바람’은 없었다

LIV 골프는 엄청난 돈 잔치에 어울리는 스타 선수들을 대회 때마다 서너 명씩 늘려 가는 방식으로 흥행몰이하고 있다. 1차 런던 대회 간판은 미켈슨, 더스틴 존슨(미국),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였고, 7월에 열린 2차 포틀랜드 대회에선 브라이슨 디샘보(미국), 브룩스 켑카(미국), 패트릭 리드를 영입했다. 9월에 열린 3차 베드민스터 대회에선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폴 케이시(잉글랜드), 찰스 하월 3세(미국) 등을 내세웠다. 버바 왓슨(미국)도 부상이 낫는 대로 경기에 뛰기로 했다.
미켈슨은 2억 달러, 디샘보와 존슨은 1억 2,50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메이저대회 디오픈에서 우승한 캐머런 스미스(호주)는 1억 달러를 받고 합류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페덱스컵 우승자 패트릭 캔틀레이(미국), 애덤 스콧(호주), 마쓰야마 히데키(일본) 등 PGA투어의 보석 같은 선수들이 LIV 골프에 합류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온다.
LIV 골프 소식에 밝은 한 선수는 “1억 달러 넘는 계약금도 바로 다음 날 통장에 넣어 준다고 들었다.”고 했다. LIV 골프의 배후에는 자산 운용 규모 6,000억 달러에 이르는 사우디 국부펀드가 버티고 있다. LIV 골프 운영 자금만 4년간 20억 달러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IV 골프는 내년 시리즈 대회 수를 올해의 8개에서 14개로 늘리면서 총상금을 올해 2억 5,500만 달러에서 1억 5,000만 달러가 늘어난 4억 500만 달러로 책정했다. 47개 대회 4억 8,260만 달러 규모로 열리는 올해 PGA투어에 비해 대회 수는 3분의 1이 안 되지만, 상금 규모는 거의 비슷하다. 대회 개최 장소도 올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에서 열리던 것을 호주와 남미로 확대한다.

PGA투어와 미국 여론의 협공

PGA투어와 미국 여론은 LIV 골프를 협공하고 있다. 9·11 테러 유족 단체 대표인 테리 스트라다는 “9·11 테러에 관련이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후원하는 LIV 시리즈에 일부 선수가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합류한다.”라고 비난한다. 미국 언론도 사우디 오일 머니의 불순한 의도를 집요하게 파고든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다. 그가 골프를 통해 스포츠 워싱(스포츠를 통한 이미지 세탁) 전략을 편다고 본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석유 증산을 논의하기 위해 사우디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정상회담을 했지만, 미국 언론들의 공세는 수그러들지 않는다.
최근 LIV 골프를 향한 미국 여론과 PGA투어의 포위 전략은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연방법원은 9월 10일 LIV 골프 소속 선수 3명이 플레이오프에 뛸 수 있도록 PGA투어의 징계를 중단해 달라고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담당 판사는 “이들은 LIV 골프로 이적하면서 이미 상당한 계약 보너스와 2,5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회 상금을 통해 충분한 금전적인 보상을 받고 있다.”며 “PGA투어의 플레이오프 출전 금지에 따라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했다.
또 9월10일 OWGR 사무국이 발표한 랭킹 산정 대상 투어 명단에서도 LIV 골프는 배제됐다. OWGR는 4라운드, 72홀, 예선이 있는 대회에 랭킹 포인트를 주는데 LIV 골프는 3라운드 54홀 경기에 컷 탈락도 없는 대회여서 제외한 것이다. 미켈슨과 디샘보 등 LIV 골프로 이적한 11명이 PGA투어에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소송과 OWGR과의 재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에 이목이 쏠린다. 당장 LIV 골프는 3억 달러를 투자한 아시안투어 인터내셔널 시리즈를 통해 소속 선수들의 세계 랭킹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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