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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Economy

국제 금값 하락세 원인
진단과 전망

국제 금 시세를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되는 금 선물의 가격이다. 약 31.1g에 해당하는 1트로이온스당 가격으로 나타낸다. 금 선물은 올해 3월 초 1트로이온스당 2,000달러를 상회하였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8월 16일 현재 약 1,790달러에 거래되었다. 월말 가격 기준으로는 4월부터 7월까지 4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0년 11월 이후 처음 겪는 하락세에 국제 금값의 향방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writing. 유혜미(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실질 가치를 방어하는 실물자산 금

국제 금값의 하락세 움직임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다져 온 금의 탄탄한 입지와 크게 대비된다. 인플레이션은 물가가 지속적으로 오르는 현상이다. 물가가 오르면 동일한 금액의 화폐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이 줄어든다. 즉, 재화와 서비스 대비 화폐의 가치가 하락한다는 의미다. 경제학에서는 재화와 서비스로 표현된 화폐의 가치를 화폐의 ‘실질 가치’라고 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경우 화폐나 은행 예금의 형태로 주로 저축을 하는 사람들은 자산의 실질 가치가 크게 하락하지만 금과 같은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자산 가치를 고스란히 지켜낼 수 있다. 금이 인플레이션으로부터 자산의 실질 가치를 방어할 수단으로 입지를 다진 이유다. 인플레이션 시기에는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야 자연스럽다. 그렇다면 인플레이션이 경제 뉴스를 잠식하고 있는 지금 국제 금값은 왜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것일까?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전 우리가 알아 두어야 하는 것은 금에 대한 수요다. 금은 산업 필수재로도 이용되는데, 산업용 수요는 경기가 활성화되는 호황기에 증가하고 경기가 수축할 때 감소한다. 반면 자산으로서 금은 경기 국면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 금리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그 수요가 변화한다.

국제 금 선물 명목 및 실질 가격 추이 (NYMEX)
금 수요를 결정하는 요인

① 경기 침체기
뉴욕상업거래소의 금 선물 가격 자료를 살펴보면 미국의 경기 침체기에 금값은 명목과 실질 모두 대체로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경기 침체기에는 기업의 투자가 부진한 가운데 기업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동시에 떨어져 주식이나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이 크게 하락한다. 이 때 실질 가치가 안정적인 금은 안전자산으로 빛을 발한다. 특히 경제 위기가 닥쳐 경제 내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면 안전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 금값이 크게 뛰곤 했다. 실례로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중 금 선물 가격은 2009년 5월 1트로이온스당 980달러까지 올랐는데 이는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 대비 24%나 상승한 가격이다. 동 기간 중 미국 주식시장의 우량 기업 위주 지수인 S&P 500은 38% 폭락했다.

② 인플레이션 국면
경기 확장 국면에서는 자산으로서 금에 대한 관심이 대체로 식는다. 경기 호황기에는 높은 수익을 내는 금융 및 실물자산이 많아 아무 수익도 나지 않는 금의 매력이 반감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도 다른 자산보다 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나기도 한다. 바로 인플레이션 국면이다. 지속적으로 물가가 상승하여 화폐 가치가 떨어지면 앞서 언급했듯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다. 미 달러화 역시 국제 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이 증가하면 달러화에 대한 수요도 역시 증가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국면에선 달러화도 화폐로서 그 가치가 하락하므로 수요가 감소한다. 그런데 미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금에 대한 수요는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국제 시장에서 금은 달러로 그 가치가 표시되고 매매에도 달러화가 주로 사용된다.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금의 가격 경쟁력이 향상되므로 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③ 금리
마지막으로 자산으로서 금의 수요를 결정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요인은 바로 금리다. 금은 실질수익률이 0이다. 금을 보유하더라도 채권이나 예금과 달리 이자가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장의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이나 은행 예금과 같이 이자 수익률이 상승하는 자산에 대한 수요는 늘고 금에 대한 수요는 감소한다. 시장 금리가 내려갈 때는 금과 이자 소득이 발생하는 자산 간 수익률의 격차가 줄어들어 금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증가한다.
요약하자면 경기 침체기에 금은 가격 방어가 유리한 데다 금리 인하 기조로 수익률이 하락하는 채권이나 예금보다도 비교 우위을 보인다. 경기 침체기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화폐 대체 자산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수요 증대에 힘입어 경기 침체기에는 주로 금값이 상승한다. 하지만 경기 호황기에는 수익률이 크게 상승하는 주식이나 부동산에 비해 실질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금의 상대적 매력이 줄어드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나 금리의 움직임에 따라 금값이 올라갈 수도, 혹은 내려갈 수도 있다.

  • 경기 침체기에 금은 가격 방어가
    유리한 데다 금리 인하 기조로
    수익률이 하락하는 채권이나
    예금보다도 비교 우위을 보인다.
    경기 침체기에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경우라면 화폐 대체
    자산으로 금에 대한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런 수요 증대에
    힘입어 경기 침체기에는 주로
    금값이 상승한다.
국제 금값 하락의 원인

지난해 세계 경제가 코로나 위기로부터 회복기에 접어들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금의 매력은 하락했지만 몇십 년 만에 닥친 인플레이션 공포에 국제 금값은 크게 상승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2021년 상반기 중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났을 때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시적이라고 반응하면서 금에 대한 수요가 일찍부터 불붙진 않았다. 물론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금을 위협하고 있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기 시작한 2021년 말 하락추세로 반전되었을 때 국제 금값은 지속적으로 올라 다시 한 번 금의 시대가 도래하는 듯했다. 하지만 금값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고점을 기록한 올해 3월 초 이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맥없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금값의 움직임은 미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나선 데 기인하는 바가 크다.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서 가격 메리트가 높아진 미국 국채는 금만큼 안전하지만 금보다 높은 수익률을 약속하며 금을 대체했다. 이런 추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미국을 제외한 주요 선진국들의 부진한 경기다. 코로나 위기에 더 취약했고 경제 회복도 더뎠던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미국이 더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미 달러화의 강세 기조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세의 차이는 국제적인 인플레이션 위기 속에서 미 연준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더 빨리 통화 긴축에 나설 수 있는 배경이 되었고 이로 인해 달러화의 가치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달러화 강세는 금의 가격 메리트를 낮춰 국제 금값 하락에 기여했다. 여기에 금 소비가 큰 중국이 경기 둔화로 금에 대한 수요를 줄이며 국제 금값 하락에 일조했다.

향후 금값 상승의 움직임

① 경기 침체 본격화
앞으로 국제 금값은 어떻게 될까? 미 연준이 당분간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향후 금리의 움직임이 금에 대한 수요를 견인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금리 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조기에 잡을 수 있다면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비교 우위도 빛을 잃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다음의 두 가지 이유로 국제 금값은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 세계 경제 침체 가능성이 점차 커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연이어 세계 및 각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해 왔는데 지난 7월 말 전망에서는 미국과 유로 지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4월 전망치의 절반으로 수정했다. 특히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은 인플레이션 대응에는 효과적이나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증가시켰다. 내년 초 미국뿐 아니라 세계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다시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후반기 미 연준이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한다면 이 역시 금값 상승에 기여할 것이다.

② 달러화 가치의 하락
둘째, 미 달러화의 강세가 내년에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유럽 중앙은행이 11년 만에 금리를 인상하고 영란은행이 1997년 독립 이후 최초로 빅스텝을 단행한 데서 보듯이 유럽의 물가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물가 안정을 위해 이 국가들이 금리를 더 인상하면 미 달러화 강세는 둔화될 것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로 계산되는 달러 인덱스는 유럽 중앙은행의 빅스텝 단행 이후 다소 하락했다. 또한 내년에 미국의 경기 침체가 본격화되면 이미 경기 침체가 진행 중인 유럽이나 중국과 미국 간 경기의 간극이 줄어들어 미 달러화 강세 기조가 꺾일 것이다. 이는 달러 외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에서 금의 가격 메리트를 높여 금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이다. 주춤하던 금 가격이 다시 오르기 전에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비중을 높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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