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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페이스 시대,
한국형 우주개발의 미래
한국이 누리호 발사 성공에 이어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하였다. 국제적인 입증을 위해서는다누리의 성공적인 임무 완수는 물론, 누리호 발사체의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 우리에게 기회가 된 우주개발의 현재를 알아보고자 한다.
writing. 허환일(충남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교수)
누리호 발사체로 우리 인공위성을 발사하다
바야흐로 우주 시대다. K-팝, K-방역에 이어 ‘K-우주시대’란 단어가 언론에 등장했다. 2021년 6월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진정한 우주독립국가가 되었다.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인공위성을 발사’했기 때문이다. 장한 일이다. 한국은 무게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러시아, 미국, 유럽, 일본, 중국, 인도 6개국만이 우리 앞에 있을 뿐이다.
발사체는 탑재체(위성, 사람 등)를 수송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마치 트럭이 짐을 실어 나르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다. 다만 발사체는 우주의 높은 위치(목표 고도)에 화물을 운송하되 화물이 지구를 계속해서 돌 수 있도록 화물(인공위성)에게 빠른 속도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번에 발사한 누리호는 목표궤도인 700km에 투입되어 성능검증위성을 성공적으로 분리·안착시켰음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즉 이번 발사의 화물인 탑재체는 성능검증위성인 것이다. AP위성(주)가 개발한 성능검증위성은 4개 대학에서 개발한 초소형 큐브위성 4기를 몸속에 싣고 가서 우주공간에 큐브위성을 순차적으로 밀어내는 사출에 성공하였다. 결과적으로 이번 누리호 발사 성공에는 나로호 개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러시아와 공동 개발했던 경험이 누리호에 그대로 녹아들어서 값진 결과를 얻어 낸 것이다.
민간이 담당으로 추진 중인
발사체 개발 및 발사 서비스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개발에는 1조 9,572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었다. 대략 국민 한 사람이 4만 원을 지원한 셈이다. 전문 인력도 많이 투입되었다.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 명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의 전문 인력뿐만 아니라 300여 개 기업에서 500여 명의 산업계 인력이 참여하였다. 또한 전체 사업비의 약 80%인 1.5조 원 규모가 산업계에서 집행된 결과이다.
이번 발사를 통해 수송수단인 우주발사체 누리호 개발이 완료된 만큼 오는 2027년까지 신뢰성 향상을 위해 4차례의 추가적인 반복 발사를 실시하여 발사체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대략 7천억 원 정도가 투입되는데 그 과정을 통해서 산업계에 기술을 이전하고 향후 우리나라 발사체 개발과 발사 서비스를 민간이 담당하도록 정책적 방향을 설정하여 추진 중이다. 올해 말을 목표로 현재 진행 중인 발사체 체계종합기업에는 우리나라 우주 대표 기업의 선정 및 육성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KAI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웅을 겨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간 주도로 움직일 발사체 시장
민간 기업에서는 스페이스X의 재사용발사체와 같은 경쟁력 있는 발사체 기술 이전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겨우 발사체 개발에 성공한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 정부에서는 경쟁력 있는 발사체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이며 현재 예비타당성조사(예타)가 진행 중이다. 비록 세계적인 차세대발사체는 아니지만 한국형 차세대발사체이고 세계시장에서 향후 경쟁할 수 있는 수준의 발사체를 개발하려고 한다. 체계종합기업이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발사체의 설계부터 참여하는 공동개발 방법을 택하려고 한다. ‘차세대발사체개발사업’이 종료되는 2031년 이후에는 민간 주도로 발사체 시장이 움직인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주요 위성 발사 수요를 독자적으로 만족시키고 다누리 이후에 계획하고 있는 달 착륙선을 우리나라 발사체로 발사하려고 한다. 여기에도 대략 2조 원의 예산이 계획되어 있다.
지속적인 발사와 성공의 필요성
지난 8월 5일에는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하였고 첫 번째 궤도 수정에 성공했다. 2023년 초에는 최종 성공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다누리 개발에는 2,367억 원이 투입되었다. 그런데 다누리 발사에는 왜 누리호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누리호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천억 원이 넘게 투입된 비싼 화물을 아직 신뢰성이 확보 안 된 발사체에 곧바로 수송을 의뢰할 고객은 없다. 그래서 신뢰성 확보를 위한 계속적인 발사와 성공이 필요한 것이다. 다누리 발사체 선정은 수년 전에 이루어졌는데 당시에 필자는 발사체선정위원회 위원장이었다. 스페이스X와 인도의 발사체가 국제 입찰에 응하였다. 역시 민간 기업인 스페이스X의 팰콘 발사체가 경쟁력이 있음을 확신했다. 발사체에서도 경쟁력은 정부 부문이 아니라 민간 기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달의 지질과 자원 연구에
활용할 계획인 다누리
다누리는 2023년 1월부터 달 상공 100km의 원궤도를 돌며 1년여간 본격적인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다누리에는 6개의 탑재체가 탑재되는데 미 항공우주청(NASA) 탑재체(섀도우캠)를 제외한 5개의 과학탑재체는 국내의 연구기관과 학계에서 직접 개발하였다. 달에는 70억 인류가 1만 년 동안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헬륨-3’를 비롯한 귀중한 자원들이 매장돼 있다. 이번에 다누리 사업으로 달의 헬륨-3 지도와 티타늄 지도를 세계 최초로 제작·제공함으로써 달의 지질과 자원 연구에 활용하려고 한다.
1979년 ‘UN 달조약’은 달과 기타 천체에서의 국가 활동을 통제하기 위한 조약이다. 달의 천연자원은 어느 국가, 국제기구, 비정부기관, 자연인의 재산이 될 수 없다는 것이 핵심이다. 대부분 우주활동이 미약한 국가가 가입 중이며, 미국·일본·한국 등 대다수 주요 우주개발 국가는 미가입상태여서 유명무실한 상황이다. 왜 그럴까? 달에는 귀중한 자원이 많이 숨겨져 있으며 달 개발을 통한 엄청난 경제적 이득이 가능할 것이라고 각국이 판단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주탐사 협력 관계 구축을 위한 우주개발
그동안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국내에 한정되어 진행된 수준이었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이제 겨우 우리가 마련한 자동차를 우리 땅에서 마음대로 운전할 수 있는 국내운전면허증을 사용한 수준이다. 우리가 외국에서 자동차를 운전하려면 국제운전면허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다. 지구를 넘어 달 또는 그 이상의 우주를 탐사하려면 국제협력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국가 간에 서로 도움이 되는 관계여야 한다. 대등하고 상호 호혜적인 국제 우주탐사 협력 관계를 맺으려면 우리의 실력을 보여야 한다. 과거에는 실력이 없어도 금전이 있다면 우주탐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이제는 달라졌다. 국제 우주탐사에서 기술이 없는 국가는 협력 테이블에 끼워 주지 않는다. 미국 NASA의 탑재체를 싣고 출발한 다누리 달 궤도선이 성공적으로 임무를 완수하게 되면 우리의 기술을 국제적으로 입증하여 우주탐사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취득하게 되는 셈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보여 준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는 달 착륙선 개발도 준비하고 있다. 달에 1.8톤급 착륙선을 연착륙시키고 탐사로버로 월면토를 추출하려고 한다. 여기에는 원자력전지와 소형전력전지 기술도 활용된다. 미래 달 탐사 가치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현재 예타 수행 중인 차세대발사체를 개발하여 우리의 달 착륙선을 발사할 계획이다. 예산은 6천억 원 정도이다. 국민 일 인당 1만 2천 원 정도의 금액이 필요하다. 2024년부터 2032년까지 개발하려는 사업으로 9월 초에 예비타당성조사 신청을 하려고 한다. 응원하는 마음으로 지켜볼 일이다.
독립적인 우주개발기구의 필요성
2020년대 후반에는 세계적으로 우주개발국이 현재의 약 30개국에서 85개국으로 증가할 전망이며 민간이 우주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세계 우주개발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우주개발은 우주경제, 즉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우주관광, 우주광산 채굴, 우주거주지 건설, 우주태양광 에너지, 모두를 위한 인터넷 서비스 등 스페이스X를 필두로 하여 세계적으로 상업 가능성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해지는 뉴스페이스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이러한 세계적 변화와 흐름은 우주개발의 시작이 늦었던 우리에게 기회이자 위기이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우주개발을 이끄는 컨트롤 주체인 우주청 등의 상설 독립기구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도로 진행되었고 최근에는 국방부에서 국방우주(우주안보) 개발 계획을 주도하고 있다. 룩셈부르크, 아랍에미리트, 브라질, 호주, 필리핀 등 우주 후발주자들도 우주개발 전담조직을 필두로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산권과 연구기능을 갖춘 독립적인 상설 우주개발기구를 조직하여 우주개발에 나서야 한다. 국제적으로 전문성과 대표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조직의 구성이 핵심이다.
대선 과정에서 우주항공청 또는 우주청의 명칭 문제와 아울러 지역 이슈가 불거졌다. 이제는 정권과 정치를 뛰어넘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우주개발 거버넌스의 정립이 필요한 시기이다. 전문가를 포함한 정부, 국회, 정치, 언론, 지자체 등 다양한 관련 주체가 모여 토론회와 공청회를 거쳐서 구체화시키는 과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실에서는 ‘미래 우주경제 로드맵’(가칭)을 연내 발표할 계획이라고 한다. 우주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보다 강력하고 촘촘한 우주개발 전략을 수립, 즉시 실행에 돌입할 것이라 한다. 정치와 정권에 휘둘리지 않는 예측 가능한 우주개발 계획의 수립 및 집행이 뉴스페이스 시대 우주선진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우리는 지금 ‘K-우주시대’의 기로에 서 있다.
국제협력을 위한 우주개발의 필요성
2021년 6월 21일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한국은 진정한 우주독립국가가 되었다. 우리 땅에서 우리가 만든 발사체로 우리 인공위성을 발사하면서 한국은 무게 1.5톤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쏘아 올릴 수 있는 일곱 번째 국가가 되었다. 이로써 2027년까지 4차례의 추가적인 반복 발사를 실시하여 발사체의 신뢰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 8월 5일에는 달 궤도선 ‘다누리’를 발사하였고 첫 번째 궤도 수정에 성공했다. 2023년 초에는 최종 성공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다누리 발사에는 누리호를 사용하지 않았다. 2천억 원이 넘게 투입된 비싼 화물을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은 발사체에 곧바로 수송을 의뢰할 고객은 없다. 그래서 신뢰성 확보를 위한 계속적인 발사와 성공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의 실력을 계속 보여야 하는 까닭은 우주를 탐사하려면 국제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국제 우주탐사에서 기술이 없는 국가는 협력 테이블에 끼워 주지 않는다. 미국 NASA의 탑재체를 싣고 출발한 다누리 달 궤도선이 임무를 완수하게 되면 우주탐사의 국제운전면허증을 취득하게 되는 셈이다. 누리호 발사 성공으로 보여 준 기술력은 말할 것도 없다. 다만 독립적인 상설 우주개발기구를 조직하여 우주개발에 나서야 하는 것은 우리가 해결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