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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t Issue 1

칩4 반도체 동맹
긴 여정의 시작

최근 칩4동맹의 한국 참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이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 읽을 수 있으며, 단순히 중국을 배제한다는 신호로는 볼 수 없다. 단순한 전망보다는 좀 더 길게 내다봐야 한다.

writing. 김흥규(아주대학교 미중정책연구소 소장)

Chip 4

  • United States
    반도체 설계, 장비 분야

  • Taiwan
    파운드리 분야

  • Japan
    반도체용 소재, 장비 분야

  • Korea
    파운드리 분야

칩4동맹,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논의의 장

한국에서 통용되는 개념인 칩4(Chip 4)의 칩은 반도체를, 4는 참여국 수를 뜻한다. 이들 4개국은 미래 제4차 산업 혁명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을 지닌 국가를 의미한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분야에서, 한국·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일본은 반도체용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각기 강점을 지니고 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시대에 이들 네 나라가 동맹을 맺으면 안정적인 반도체 공급이 가능하면서 동시에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는 것이 미국의 구상이다. 다만 미국에서는 이를 칩4동맹이라고 부르기보다는 팹4(FAB 4)라 부른다. 팹은 반도체 제조 설비를 뜻하는 패브리케이션(fabrication)에서 따온 것이다.미국은 한국 정부에 8월 말까지 칩4동맹에 가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라는 최후통첩성의 제안을 한 것으로 보도되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제안은 동맹제안이라기보다는 미국이 그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이 제안의 참여 의미를 거의 미중 간 양자택일식의 엄중한 사안으로 이해한 듯하다. 중국 역시 이러한 분위기에 편승하여 한국에 경고를 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생산 강국인 한국이 이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한국 정부는 당연히 참여할 것을 결정하였다. 다만, 이는 일각에서 주장하는 바처럼 중국을 배제한 반도체 동맹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더 많은 논의의 과정과 이해관계의 조정이 필요한 사안이다. 칩4동맹이 국내에서 널리 통용되게 된 이면에는 미중 전략경쟁이 내포하고 있는 위기의 절박함과 첨예함에 대한 국내의 인식이 반영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세계화의 결과 각국의 공급망은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과연 참여 4개국 및 그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연대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반도체 산업 육성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힘쓰는 미국

최근 발의된 미국 반도체 산업 지원법 이름(Chips Act)에서도 ‘칩’이란 개념이 들어간다. 또한 미국 연방상원은 반도체 산업 육성과 기술 경쟁력 강화에 총 2,800억 달러(약 363조 8,600억 원)를 투입하는 ‘반도체와 과학법’을 지난 7월 27일(현지 시각) 통과시켰다. 그간 입법이 지연되어 온 주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하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힘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반도체 산업에 직접 지원되는 정부 보조금은 520억 달러(약 67조 5,700억 원)로, 그중 390억 달러가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 건립에 배정된다. 이 법안에는 미국 내에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짓는 기업에 25%의 세액 공제를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미 상원은 추가로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과학 분야 전반에도 거액을 투입하기로 했다. 국립과학재단 역할 확대와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지역별 기술 허브 구축 등에 앞으로 5년간 1,000억 달러(약 129조 9,500억 원)가 쓰인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전했다.

  • 세계화의 결과
    각국의 공급망은
    대단히 복잡하게 얽혀 있고,
    이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 정부가
    과연 참여 4개국 및 그 기업들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고 연대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미국의 계획에 호응하는
국내 반도체 생산 기업

국내 반도체 생산의 양대 기업인 삼성전자와 SK 역시 미국의 이러한 계획에 일정 정도 호응하고 있다. 미국이 여전히 반도체 설계와 설비에 있어세계 최강이고, 한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최종 소비에 있어서 중국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시장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5월 미 텍사스주에 향후 20년 동안 이 지역에 250조 원을 투자하여 반도체 공장 11개를 짓는다는 중장기 계획을 밝히면서 세제 혜택 신청서를 제출하였다. 5월 21일(현지 시각) 미 월스트리트저널과 블룸버그 등이 입수해 보도한 신청서에서 삼성전자가 ‘향후 20년간 텍사스 테일러에 1,676억 달러를 들여 9개 공장을 신축하고, 오스틴에는 245억 달러를 투자해 공장 2개를 신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현재 오스틴에 반도체 공장 2곳을 운영 중이고, 테일러에는 170억 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짓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월 27일 오전 3시(한국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화상면담에서 22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 규모의 미국 추가 투자를 약속했다. 미국 백악관은 7월 26일 오후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SK그룹이 이미 투자 발표한 70억 달러를 포함하면 미국 투자 규모가 총 290억 달러로 확대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절반 넘는 150억 달러 정도를 바이든 정부가 가장 역점을 둔 반도체 R&D(연구·개발) 등 생태계 조성에 쓰고, 나머지는 신사업으로 주목받는 바이오·수소에 투자할 계획으로 알려지고 있다. 물론 삼성과 SK의 미국 반도체 산업 투자 계획이 최종적으로 다 실현될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미국이 제공하는 세제 혜택과 지원의 수준, 미국 내 반도체 산업 환경에 영향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동맹의 시작이 아닌 논의의 시작

미국이 제안한 공급망 안정성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 대만과 일본은 이미 참여 의사를 전달했고, 한국 정부 역시 참여할 것이다. 한국은 박진 외교부 장관의 중국 방문을 통해 중국 측에 이러한 한국의 참여가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참여가 오히려 칩4가 단순히 반중 동맹으로 흐르는 상황을 억제하여, 실제 중국의 이익을 반영할 수도 있다는 논리도 전달했을 법하다.
일본이나 대만은 미중 전략경쟁에도 중국과의 교역을 확대하고 있는데, 특히 대만은 자신들이 생산한 반도체의 60%를 중국에 공급하고 있다.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은 곧 대만 경제의 몰락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일단 미국의 제안에 호응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듯하면서도 그 결정 과정에 대한 참여를 하겠다는 것이고, 반도체 공급망으로 연결된 미국 기업들의 대응을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 역시 자신들이 생산한 완성품의 최종 소비 국가가 중국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두렵게 언급하는 칩4동맹 결성이 결코 간단하지도 용이하지도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역시 최근 7나노 공정의 반도체 생산에 성공했다고 알려졌다. 중국은 현 실리콘 기반 2세대 반도체 기술을 넘어, 새로운 기반을 바탕으로 하는 AI 특화 반도체에 해당하는 3세대 반도체 기술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이는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자동차, 지능형 로봇 등을 실생활에 구현하기 위한 핵심이다. 반도체 공급망 분야는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고, 서로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어느 누구도 칼로 무 자르듯이 정리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한국은 당연히 이 모든 논의의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한국의 기업들이 배제당하지 않으면서도, 중국과 극단적인 대립을 완화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8월 말 이후 개최되는 ‘칩4동맹’ 회담은 동맹의 시작이라기보다는 논의의 시작이고, 갈 길이 대단히 먼 여정에 불과하다. 향후 이 동맹의 추진으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 미국 기업들의 로비, 대체재의 미비, 각국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헤징 전략이 맞물려 있기에 앞으로 나아갈 길이 결코 간단하지는 않다.

SUMMARY Hot Issue 1
중국을 배제할 수 없는 칩4동맹

‘칩4’의 칩은 반도체를, 4는 참여국 수를 의미한다. 이들 4개국은 미래 제4차 산업 혁명의 성패에 가장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인 반도체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역량을 지닌 국가로 미국은 반도체 설계와 장비 분야에서, 한국·대만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분야에서, 일본은 반도체용 소재와 장비 분야에서 각기 강점을 지니고 있다. 미국은 한국 정부에 칩4동맹 가입 여부에 대한 최후통첩을 했는데, 이는 반도체 공급망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첫 논의의 장을 마련하자는 제안으로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이 제안의 참여 의미를 미중 간 양자택일식의 엄중한 사안으로 이해한 듯하지만, 미국은 여전히 반도체 설계와 설비에 있어서 세계 최강이고 한국 기업이 생산한 반도체 최종 소비에 있어서 중국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국가이다. 미국의 수많은 기업들 역시 자신들이 생산한 완성품의 최종 소비 국가는 중국이다. 우리 정부는 중국 측에 이러한 한국의 참여가 중국을 배제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전달하기도 하였다. 칩4동맹 결성은 결코 간단하게 정리할 수 없는 사안으로, 이 회담은 논의의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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